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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몽스 May 07. 2023

[리뷰] 한나 아렌트의 『과거와 미래 사이』를 읽고

정치사상에 관한 여덟 가지 철학 연습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을 제시하며

사유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

철학사상가이자 정치사상가인 한나 아렌트의 또 다른 책,

『과거와 미래 사이』를 읽어봤다.


『과거와 미래 사이』는 '정치사상에 관한 여덟 가지 철학 연습'이란

부제와 더불어 아렌트가 사용하는 용어 사전이라고 말할만하다.

역사, 전통, 권위, 자유 등의

전통적인 정치 개념에 대한 아렌트의 사유가 담겨있다.


과거의 것이 되어 지금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개념을

현대에 다시 불러와 사유하는 과정을

아렌트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우선 『과거와 미래 사이』

아렌트가 사용하는 용어의 개념을 되짚어준다.

책에 나온 용어를 살짝 맛만 본다면,




여가 : 사유를 위한 시간을 의미. 남아도는 시간이라는 의미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p.102


과거와 미래 사이 : 지금/현재를 의미.

'지금'은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찰나적 시간이자 지점.

과거와 미래라는 시간의 '사이' 공간은 아우구스티누스의 '메모리아' 즉 '기억'이다.

시간은 과거와 미래를 현재의 기억과 현재의 기대 속으로 블러들임으로써만 현존한다.

p.19


행위 : 아렌트에게 행위는 거의 모든 경우에서 '정치행위'를 가리킨다.

p.20


아렌트적 폴리스 : 물리적 세계가 아니며, '정치영역, 공영역, 인간관계망, 세계 등'으로 다양하게 지칭하는 공간이다.


공영역과 사영역 : 아렌트의 정치철학적 맥락에서 공영역은 대체로 기쁨, 맑음, 투명성을 의미하며, 사영역은 슬픔, 어둠, 불투명성을 각각 표상한다.

p.78




아렌트의 다른 서적을 읽을 때 분명 도움이 되는 책이다.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다룬 용어의 개념을 인지하고,

아렌트의 다른 책을 읽는다면

보다 수월한 독서가 될 것이며

추상적인 형상이 아닌,

명확한 실체로 아렌트의 사유를 음미할 수 있다.




인간이 사유하지 않거나 행위하지 않는다면 그는 실재하지 않는 것과 같고, 개별체로서 인간은 이 두 가지 인간의 활동 양식을 통해서만 스스로의 인간실존을 유의미한 방식으로 자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p.37


정치의 존재 이유는 자유이며, 그것이 경험되는 장은 행위다.

p.287


인간은 이전이나 이후도 아닌 행위하는 동안에만 자유롭다. 그 까닭은 '자유롭게 되는 것'과 '행위하는 것'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p.297




아렌트가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다루는

역사, 권위, 전통, 자유 등의 개념이

'아니 또 이런 걸 정의하고 다뤄?'

라며 진부하게 느껴질 수 는 있지만,

대립쌍의 구도를 통해

양쪽 모두가 의미와 중요성을 가진다는

사유는 흥미로우며 독창적이다.




인간은 고독한 사유함에서조차 결코 혼자일 수 없다.

p.36


인간 행위는 엄격히 정치적인 모든 현상들처럼 인간 다수성과 함께 묶여 있다. 그 인간 다수성이 인간의 탄생성에서 기인하는 한, 그것은 인간 삶의 근본 조건 가운데 하나다.

p.162


라틴어로 '산다는 것'은 언제나 '사람들 속에 있는 것'과 일치했으므로....

p.181


'심지어 성자들의 삶조차도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사는 삶이다.'

p.182




아렌트는 다수성이란 개념을 통해

인간이 결코 혼자일 수 없다는 말을 전한다.

사유함에 있어서도 혼자일 수 없다는 것은

결국 인간은 '정치행위'에 참여해야하며,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과거와 미래 사이』는 에세이라기엔

다루는 내용이 간단하지 않다.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닌만큼

이 책을 읽음으로써

아렌트의 다른 저서 혹은

철학서를 읽을 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https://naver.me/xpa1Hh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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