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능력과 역사적 상상력으로 충만한 문학적 역사서술
p.14
21세기에 '영웅'을 '숭배'하는게 말이 되는 것인가?
『영웅숭배론』이란 제목만 놓고 보면
이 책이 지금까지 유효할까란 의문이 든다.
그러나 칼라일이 말하는 '영웅'은 '위인'을,
'숭배'는 존경을 뜻한다.
다르게 말하면 『영웅숭배론』은 『위인존경론』인 것이다.
칼라일의 영웅은 성실성과 통찰력이라는 정신적 자질을 갖춘 '위인'을 의미한다. 실제로 칼라일은 '영웅'과 '위인'을 그리고 '숭배'와 '존경'을 같은 의미로 쓰고 있다.
p.15
칼라일이 말한 위인의 가장 큰 특징은 정신적 위대성이다.
p.15
『영웅숭배론』은 신, 예언자, 시인, 성직자, 문인, 제왕으로
나타난 11명의 영웅을 소개하며
그들로부터 오늘날의 우리가 배울 점을 시사한다.
어떤 이교라 할지라도 그 당시에 그거을 믿었던 추종자들에게는 간절한 진리였다는 것을 먼저 인정해야만 우리는 그 이교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p.36
우리가 오늘날 과학으로 설명하는 것을, 그들은 경탄하고 엎드려 절을 하며, 그것을 종교로 삼고 있습니다.
p.54
저 고대 북유럽의 작품들은 지금은 없습니다. 천둥의 신 토르는 거인을 죽인 잭으로 변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만들어낸 마음은 아직도 여기에 있습니다! 사물들이 성장하여 죽고, 또 죽지 않는 것은 얼마나 이상한 일입니까! 북유럽 신앙이라는 거대한 세계수의 작은 가지들은 아직도 남아 있으며, 그것은 신기하게도 그 자취를 더듬어 올라갈 수 있습니다.
p.84
칼라일은 고대 신화 역시 당시의 진리였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신화를 비롯한 이교 역시 인간이 괜히 믿은 것이 아니며,
그들의 진리를 인정하고 신화로 나타난 오딘을 영웅으로 소개한다.
성실함과 진실성,
정신적 위대함을 갖추고 있다면
아무리 신화라고 할지언정
그들은 칼라일에게 영웅으로 나타난다.
지금은 북유럽의 신앙이 자취를 감췄지만,
현재의 진리를 더듬어 가다보면
형태만 다를 뿐, 그 진리는 같은 곳에 도달한다.
이 사람이 한 말은 1,200년 동안 1억 8천 만명의 인생을 안내해왔습니다. 이들 1억 8천 만명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신이 지으신 인간들이었습니다. 신이 지으신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이 시간에도 다른 어떤 말보다 이 사람의 말을 믿고 있습니다.
p.101
대체로 우리는 그의 결함을 지나치게 강조합니다. 사건의 세부적인 면에 너무 몰두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중심이 가려지게 마련입니다. 결함이라고요? 가장 큰 결함은 결함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p.104
우리는 마호메트의 도덕적 교훈이 항상 최고의 것이었다고 칭찬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항상 선에 대한 지향이 있고, 정의와 진리를 목표로 하는, 가슴의 진실한 명령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쪽 뺨을 맞으면 다른 쪽 뺨을 돌려대는 그리스도교의 숭고한 용서는 없습니다. 당사자가 직접 복수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정도를 지키고 정의의 한계를 넘지 말라고 합니다.
p.145
그리스도교를 최고의 진리로 여기는 칼라일은
한 시대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그 시대가 위인을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살필 수 있다고 하며 이교의 진리 역시 존중한다.
예언자로 나타난 마호메트와 이슬람교 역시 마찬가지다.
북유럽의 신화의 오딘을 영웅으로 봤듯이
한 시대의 진리로 여겨진
이슬람교의 예언자 마호메트 역시 영웅으로 소개한다.
그가 영웅의 덕목으로 여기는 점은
진실성과 성실함이다.
모든 사람이 진실을 잊고
헛된 겉모습을 따라가더라도
영웅만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라틴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를 시어로 선택함으로써 단테는 문학 발달과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는 조국에서 태동하기 시작한 시가 문화에 표현능력을 빌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어가 수백년 동안 서유럽에서 문학어로 쓰이게 되는 데 기여했다.
p.160
전 세계의 모든 세대에 걸쳐 이 단테를 바라보는 진실한 영혼은 그 속에서 일종의 형제애를 느낄 것입니다. 그의 사상, 그의 슬픔, 그의 희망의 깊은 성실성은 그들의 성실성에도 감동을 전해줄 것입니다.
p.187
셰익스피어의 예술은 기교가 아닙니다. 그것의 가장 고귀한 가치는 계획이나 술책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연의 저 깊은 곳에서 나온 것이며, 자연의 음성인 그의 고귀하고 성실한 영혼으로 발현된 것입니다.
p.200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인도야 있든 없든 상관 없으나, 셰익스피어가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말입니다!
p.209
한 민족이 그 자신을 표현할 소리를 얻는다는 것, 그의 가슴이 말하려는 것을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해주는 인물을 갖는다는 것은 실로 위대한 일입니다!
p.210
1, 2강에서 나타난 영웅과는 다른 영웅이 등장한다.
고대의 신과 예언자로 나타난 영웅은 소멸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단테와 셰익스피어는
시대를 초월하여 여전히 깊은 울림을 준다.
그들은 왜곡된 형상을 그리지 않는다.
모든 사물과 사람에 대한 성실한 통찰로
공정하게 사태를 그려낸다.
그들은 인위적인 시가 아닌,
자연스럽게 발회된 시를 썼다.
이들이 위대한 이유는,
자연의 소산이며
자연만큼 심오한 시를 썼기 때문이다.
단테, 셰익스피어와 같이
위대한 영웅의 등장으로 한 민족이 결속할 수 있으며,
'셰익스피어는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는
유명한 말이 등장한다.
'독창성'의 가치는 새롭다는 것이 아니라, 성실하다는 데 있습니다. 믿는 사람은 독창적인 사람입니다. 그는 무엇을 믿든지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믿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믿습니다.
p.231
영웅이 '성실한 사람'을 의미한다면, 우리 모두가 영웅이 되어서는 안 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p.234
그는 어떤 위기에 처해서도 사태의 진정한 핵심이 어디에 있는 지를 분별하여 강건하고 진실된 인간으로서 거기에 용감하게 자리를 잡고, 다른 진실한 사람들을 그의 주위에 규합시킬 수 있는 탁월한 자질을 구비해야만 합니다.
p.249
녹스는 진실을 따르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조난 당한 선원이 벼랑에 달라붙듯이 진실에 달라붙었습니다. 그는 진실한 사람이면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p.264
모두가 진실을 보지 못할 때,
잘못된 것을 고치려고 하지 않을때,
영웅은 이면의 진실을 마주보고
잘못된 것을 당당하게 고쳐야한다고 외친다.
이처럼 영웅은 전부 진리에 대한
본능적 애착인 성실성을 겸비한다.
침묵은 영웅의 미덕이지만,
목소리를 내야할 땐 앞장 서서
침묵을 깨는 것도 영웅의 미덕이다.
성직자로 나타난 영웅 루터와 녹스가 그렇다.
오늘 말하고자 하는 '문인'으로 나타난 영웅은 새 시대의 소산입니다.
p.276
글이라는, 그리고 인쇄술이라는 놀라운 기술이 존속하는 한, 그러한 영웅은 앞으로 모든 시대의 주요한 형태의 영웅으로서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는 여러모로 보아 대단히 특이한 존재입니다.
p.276
글 쓰는 사람이 자기 일을 올바르게 한다는 것, 그의 '눈'이 거짓 보고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p.283
그것의 외형은 종잇조각에 잉크가 묻은 것에 지나지 않지만, 책을 만든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인간 능력의 최고 행위가 아닙니까?
p.291
일반적인 사물의 경우에도 우리는 의심을 함부로 발설하지 말고 '침묵'으로 감춰둘 것을, 그리고 옳고 그름이 어느 정도 판명될 때까지 실없이 지껄이지 말 것을 요구합니다.
p.304
루소는 모성에 대한 정열적인 호소를 통해『사회계약론』을 저술함으로써, 그리고 자연을 - 심지어 자연 속의 야만생활까지도 - 찬양함으로써 진실에 접근했고 진실을 추구하며 싸웠습니다.
p.321
역경은 종종 사람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것입니다. 그러나 역경을 이기는 사람이 백이라면 번영에 지지 않는 사람은 하나입니다. 나는 이때 번스가 번영에 지지 않은 것을 찬양합니다.
p.332
문인으로 출현하는 영웅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미래에도 유효한 형태의 영웅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거짓을 꿰뚫는 통찰력을 지녀야 하며,
존슨, 루소, 번스는 이를 지녔다.
기록하고 책을 만드는 행위는
인간 행위의 최고 행위며
그만큼 진실되어야 한다.
칼라일은 18세기 유럽의 회의주의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내놓는다.
칼라일은 자연적인 것을 진리로 봤으며
모든 것을 계량화하고 기계화하는 회의주의가
자연에 반한다고 생각한다.
문인으로 출현한 영웅들은
이처럼 자연을 중시하는 통찰력을 지녔고,
자연을 중시한다는 것은
진실과 진리를 볼 줄 아는 것으로 이어진다.
자고로 문인은
'사고'할 줄 알아야 했으며
본질을 뚫어보고,
옳고 그름을 판별할 줄 알아야 한다.
이처럼 문인이란,
가장 현대적인 영웅의 형태이며
앞으로 등장하는 영웅 역시
문인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가장 많을 것이다.
나는 가장 적나라한, 가장 야만적인 진실이 위풍당당한 허울보다 낫다고 봅니다. 뿐만 아니라 만일 그것이 진실하다면 그것은 시간이 경과하는 사이에 '적절한' 외관을 갖추게 됩니다.
p.352
종놈이나 회의주의자가 기대하고 있는 것은 결국 같습니다. 어떤 '공인된' 왕의 의상인 것입니다. 그것만 입고 있으면 왕의 지위를 인정하겠다는 겁니다! 그들은 왕이 남루하고 격식에 구애받지 않는 차림으로 오면 그런 사람은 왕이 아니라고 배척합니다.
p.355
말은 그것이 진실한 말이라면 다듬지 않고 그냥 내던져 두어도 스스로 진가를 발휘합니다.
p.371
침묵, 위대한 침묵의 왕국, 별보다도 높고 죽음의 나라보다 더 깊은 그 세계! 그것만이 위대하고 다른 모든 것은 작습니다. 우리 잉글랜드 민족이 우리의 그 '침묵할 줄 아는 위대한 소질'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기를 희망합니다.
p.377
만일 잉글랜드 전체가 그를 중심으로 단결했더라면, 그랬더라면 잉글랜드는 그리스도적인 나라가 되었을 것입니다!
p.381
칼라일은 진실을 중요한 미덕으로
끊임없이 강조한다.
나폴레옹 역시 위대하지만,
크롬웰 보다 위대하지 않은 이유는
거짓을 두루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게 크롬웰을 더 큰 위인으로 소개한다.
칼라일은 껍데기뿐인 형식보다
무형식이 낫다고 여긴다.
이는 왕을 대하는 태도에도 나타난다.
치장을 하고 격식을 차린다고 왕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 않은 왕이라도
우린 왕을 알아봐야하며,
영웅을 알아볼 줄 아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외형과 형식에 가치를 두고,
본질을 못 보는 자는
영웅도 알아볼 수 없으며,
영웅이 되기란 더욱더 어렵다.
총 6강 동안 11명의 영웅을 살펴봤다.
이들은 각기 다른 면모로 영웅이 된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적인 영웅의 면모가 있다.
바로 성실함, 진실됨, 본질을 꿰뚫고 진리를 추구하는 통찰력이다.
시대에 따라 영웅은 다르게 출현하지만,
결국 이들이 갖는 면모는 일관된다.
거짓에 넘어가지 않으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줄 알고,
시대를 초월한 위대성을 보인다.
칼라일의 『영웅숭배론』이 지금까지 읽힌다는 점,
오늘 날의 우리에게 여전히 울림을 준다는 점에서
칼라일 역시 그가 정의한 영웅에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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