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영어태교하기
영어를 전공하고, 사회에 나와서는 비서로 일하면서 영어를 종종 사용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업무용 영어였다. 비서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비서영어’를 중심으로 가르쳤고, 여행영어나 간단한 일상 회화 정도는 문제없이 했기에 내 영어 실력에 큰 문제의식을 느끼진 않았었다.
그런데 엄마가 되고, 뱃속 아기에게 말을 걸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막막해졌다. “딸랑이는 영어로 뭐라고 하지?”, “기저귀는??”, 아침에 아기가 눈 떴을 때 미국 엄마들은 뭐라고 말해줄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문장은 몇 개 없었다. 내가 알고 있는 영어는 아기와 나누는 말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그렇게 ‘엄마로서 아기에게 영어로 말 건네기’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고, 태교를 겸해서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 바로 ‘엄마표 영어’였다. 모르는 것을 또 배워나갈 생각하니 새로운 에너지가 되어줬다.
태아의 청각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임신 5개월 시기, 영어 소리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영어태담을 시작했다. “Good morning, baby.”, “Did you sleep well?” 생각보다 낯설지 않았다.
그러다 집 근처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진행하는 <초등영어지도사> 과정을 발견했다. 사실 전부터 한 번쯤 배우고 싶었던 교육 과정이었는데 그걸 임신 중에 듣게 될 줄은 몰랐다. 3개월간 매주 3시간씩, 스토리텔링 영어 교육, 놀이 중심 교수법, 영어로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나갔다. 물론 매주 과제가 있다는 건 걱정거리였다. 몸도 무겁고 피곤한 날도 있었지만, ‘빠지지 말고 수료하자’는 마음 하나로 10월에 시작한 수업을 12월, 수료증과 함께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 과정 속에서 나 자신이 참 대견했다. 임신을 했다고 경력이 단절된다고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좋아하는 걸 배우며 스스로를 채워나가는 느낌이었다. 자기개발과 태교가 하나로 연결되는 이 시간이 즐겁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물론, 모든 엄마에게 영어태교가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어가 너무 낯설거나, 공부가 스트레스로 느껴진다면 억지로 시작할 필요는 없다고 믿는다. 태교는 결국 ‘엄마가 편안하고 행복한 상태에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꼭 영어가 아니어도 좋다. 음악이 좋다면 클래식을 들려주면 되고, 그림이 좋다면 색칠을 하면서 아기에게 말을 걸어줘도 된다. 태교는 나와 아기가 함께하는 가장 사적인 시간이고, 그 안에서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나누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이라고 믿는다.
[tip. 영어태교, 이렇게 해봤어요]
영어를 잘해서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그저 뱃속 아기에게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고 싶었고, 내가 좋아했던 영어를 태교 삼아 다시 배워보자는 마음이 컸어요. 억지로 공부처럼 하기보다는, 작은 습관을 쌓듯 조금씩 시도했던 저만의 영어태교를 소개해볼게요.
1. 영어 동요 듣기 – “Wee Sing For Baby”
작가 ‘새벽달’님 책에서 추천한 CD였어요. 처음엔 멜로디도 생소하고 가사도 귀에 잘 안 들어왔지만 매일 한 번씩 흘려듣는 루틴을 만들었어요. 아침에 눈 뜨면 틀고, 청소할 때도 틀고, 자장가 부분은 밤마다 직접 불러보기도 했어요. 2주쯤 지나자 자연스럽게 흥얼거리게 되고, 몇몇 가사는 입에 익어 아기에게 속삭이듯 불러줄 수 있게 되었어요. 엄마의 목소리가 아기에게 가장 좋은 음악이라는 말이 생각나면서 그 시간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2. 영어 태담 & 태담 일기 쓰기
처음엔 단순히 “Good morning, baby” 같은 인사로 시작했어요.
영어가 유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써보고,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어요. 그날 있었던 일, 태동을 느낀 감정, 엄마의 하루를 짧은 문장으로 썼어요.
3. 영어 그림책 읽어주기
‘Goodnight Moon’, ‘Ten, Nine, Eight’, ‘I Love You As Much’ 같은 짧고 따뜻한 영어 그림책들을 하나씩 읽기 시작했어요.
4. 유튜브 영어영상 듣기
‘Jack and the Beanstalk’, ‘혹부리 영감’ 같은 재밌는 전래동화도 영어영상으로 들었어요. 특히 애니메이션 중 ‘빨간머리앤’은 간식 먹으며 편안하게 시청했어요. 재미로 시작한 영상이지만, 생각보다 좋은 리스닝 태교가 되었어요. 재미있고 생동감 넘치는 소리가 태아에게도 자극되는 것 같아 좋았어요.
5. 엄마표 영어 회화 교재 활용
‘Hello 베이비, Hi 맘’ 같은 교재를 보면서 아기에게 실제로 쓸 수 있는 표현들을 따라 읽고, 아이가 태어나면 해줄 수 있는 생활 속육아회화를 공부했어요. 한 문장씩 따라 말해보는 작은 연습들이 쌓이더라고요.
누구에게나 영어태교가 맞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스트레스를 느낀다면 과감히 내려놓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엄마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을 통해 아기와 교감하는 것. 태교는 뱃속 아기와 엄마가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걸 배우고, 아기에게도 잘 전해지길 바랄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