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뇌가 좋은 아이
성인이 된 남녀가 처음 만나 사랑을 나누고 결혼에 골인하면 대부분의 남녀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올림픽 경기에서 육아라는 마라톤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이중 몇몇 부모는 초반부터 무리하게 스퍼트를 올려 선수의 기량을 한참 뛰어넘는 경기 흐름을 지시해 얼마 안 가 선수의 자진 포기가 선언되는가 하면 또 다른 부부는 일정 기간 정상적인 페이스를 유지하다 주위의 거짓 소문에 휩쓸려 구간을 이탈하여 경기의 흐름을 최악의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든다. 이처럼 감독의 잘못된 결정으로 경기가 시작되는 초기 선수들은 그저 감독의 지시에 따라 묵묵히 경기를 이어나가지만 중반이 흘러 경기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할 때에는 이미 늦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이처럼 육아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다. 준비 없이 나섰다간 모진 고생을 하게 되며 부모라는 감독이 올바른 멘토링과 철저한 계획을 구상하여야 겨우 골인할 수 있는 마라톤 경기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다면 당신은 이미 육아라는 올림픽의 국가대표 감독이다. 자신만의 전략과 멘토링으로 경기에 참여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 지금 당신의 선수는 어디쯤 달려가고 있는지? 계획된 페이스를 유지하면 안정적으로 달려가고 있는지? 감독으로써 코치로써 선수의 상태를 파악해 보아야 한다.
과거 천재라는 단어를 통해 특정 아이를 추켜 세우는 시대가 있었다. 당시 천재라고 하면 그냥 공부 잘하는 아이,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 등 단편적인 아이들의 발달된 능력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였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천재"라는 단어는 "영재"로 바뀌게 되고 "우리 아이도 영재로 키울 수 있다"라는 두루뭉술한 주장을 내세워 사교육 및 기타 사회적 이슈로까지 확장하여 과장광고에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세상이 도래하였다. 올해는 이런 방식으로 내년에는 또 이런 방식으로 매년 바뀌는 영재 발굴 교육과정의 소용돌이에서 부모들은 조금이라도 우리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있다. 그중 영유아부터 제일 많이 선행하는 일은 바로 "한글 읽기"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3살, 4살부터 아이들에게 한글을 암묵적으로 가르치기 시작하여 5살 무렵에는 단어를 읽고 6살이 되는 무렵 문장을 읽는 아이를 보며 우리 아이가 독서를 한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우리가 '한글을 깨쳤다'라고 말하는 아이의 읽기는 눈으로 글자를 알아보는 수준에 가깝다. 많은 부모들이 너무 이른 시기에 아이들에게 문자교육을 주입하고 있다는 현실을 망각한채 그저 아이들이 글자를 읽는 결과만 보고 만족해 아이가 '읽을 수 있다'라고 생각한다. 이런 식의 읽기에 대한 오해는 그릇된 조기교육 열풍과 맞물려 아이들의 뇌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사람에게는 생물학적 시간표가 있다. 읽기는 시각, 청각, 언어, 개념 등을 연결하고 통합할 수 있는 뇌의 능력이기 때문에 반드시 '적절한 때'와 '적절한 방법'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필자 또한 5살 무렵 한글을 읽기 시작하여 7살초 무렵 구구단을 외웠을 정도로 부모님이 극성으로 교육을 시켰다. 집안의 장남으로 부모님이 못다 한 교육열을 자식에게 모두 쏟아부으셨지만 정작 필자는 조기교육을 통해 즐겁고 만족하는 기분보다 무섭고, 슬픈 기억이 가득하다. 유치원 시절 웅변대회에 보낸다는 이유로 주말에 강제적으로 버스에 태운 채 선생님과 둘만 있는 버스에서 내용 암기와 중간중간 모션까지 수업받으며 무서웠던 기억, 초등학교 1학년 무렵 받아쓰기 시간에 선생님이 칠판에 적힌 단어를 불러주는 것을 보며 왜 받아쓰기를 보고 하는지 의아해 하여 질문하다 "네가 그렇게 잘났냐"라고 혼났던 기억, 초3학년까지 이어지는 곱셈 수업에 수학의 흥미를 잃어가는 등 철저히 주입식 교육을 통한 부정적인 영향을 10대가 시작되는 무렵까지 지속적으로 받으며 성장했다.
자녀교육은 순간 떠나는 여행이 아니다. 아이들의 뇌 발달은 그 시기를 한 번 놓쳐 버리면 되돌릴 수 없다. 아이에게 '무조건 책을 많이 읽히는 것'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 주입식 교육에서는 오로지 많이 틀리면 공부를 못하고, 반대로 아주 많이 맞추면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되고 만다. 이런 시험 방법은 지금도 변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변한다는 보장은 현재의 상황에서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실시하는 IQ 검사를 통해 138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당시 학교 내에서 몇몇 아이들에게 비슷한 수치가 나온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런 아이들을 한 반에 모아서 강제로 교육을 한 적이 있다. IQ는 지능 발달 정도는 나타내는 검사로 이미 구구단과 한글을 읽고 쓰는 경지에 있는 필자로서는 높게 나온 것이 당연한 수준이었다. 역시나 비슷하게 높은 점수를 받은 아이들도 이미 어느 정도 수준의 선행 학습을 받은 아이들이었다. 결국 조기교육을 받은 아이, 받지 않은 아이로 나눠진 결과였지만 당시 높은 IQ = 천재라는 수식어로 불리는 만큼 학교에서나 집에서 더욱 책과 씨름하는 환경을 강제로 조성하기 이르렀다. 하지만 어떠한 보상도 칭찬도 없이 더욱이 정규 수업 이후 진행되는 교육이다 보니 불안,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 이르렀고 결과적으로 교육을 하지만 결국 정규 시험 외에는 딱히 검증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한 학년이 올라감과 동시에 자연스레 사라져 버렸다. 이처럼 아직도 많은 사람은 IQ = 인간 지능(영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나의 수치로 나타나는 IQ 지수가 인간의 지능을 가장 정확히 대변한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이것은 오해와 착각일 뿐이다. 이미 오래전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사회에 세 IQ에 대한 맹신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잘못된 편견이 우리 아이의 올바른 성장과 발달에 치명적인 장애가 된다고 생각하면 제일 먼저 사라져야 하는 잘못된 문화임에 틀림없다.
부모는 이런 검증되지 않은, 심지어 그때그때 분위기에 휘둘리는 사교육과 거짓 소문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가 먼저 공부를 해야 한다. 아이에게 단순히 비싼 책을 사주고, 많이 읽어야 한다, 공부를 해야 한다는 식의 강요가 아니라 아이가 태어나가 전부터 학습을 통해 이미 감독으로써 코치로써 준비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비싸고 질 좋은 장난감이나 학원이 아니다. 부모와의 친밀한 관계이며 경험을 통해 많이 부딪히고 깨지는 것이다. 물론 무조건 자녀를 방치하라는 것이 아니다. 활발하고 사교적인 아이로 키우기 위해 정답이 정해진 학습지 보다 정답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아이의 미래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아이에게 너무 큰 기대를 갖지 말아야 한다. 아이가 성공하는 것을 통해 잘 될 거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오늘 100권의 책을 읽었다고 해도 변하지 않았다면 읽지 않은 것과 다르지 않다.
씽큐베이션 부모 수업 팀을 운영하면서 감사하게도 매주 육아 서적을 읽고 있지만 정작 나 자신도 책의 내용을 80%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단편적인 부분에 대해서 아내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아이에게 이렇게 해야 한다고 주문하지만 정작 현실은 아이에게 똑같은 방식의 행동을 하는 게 대부분이다. 지금이라도 매주 매주 주어지는 기회의 시간을 통해서 우리 아이가 나은 세상을 살 수 있도록 좀 더 노력하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여야겠다.
[참고도서]
1. 뇌가 좋은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