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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치 Oct 29. 2020

우리 삶에 과학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

<열두 발자국> 정재승


양말을 신을 때 왼쪽부터 신어야 하루가 잘 풀린다.

빨간펜으로 이름을 쓰면 어쩐지 꺼림칙하다.

이사를 할 때는 손 없는 날을 택하는 게 좋다.


아마 사람들은누구나 한두 가지 정도 이런 비슷한 종류의 미신을 마음에 품고 지내지 않을까?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런 미신이나 징크스를 아예 외면하고 산다는 건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삶에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을 운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면, 자기반성이나 자기 객관화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우리는 왜 근거가 부족한 이런 미신들에 휘둘리는 걸까?

책<열두 발자국>에는 이와 관련된 내용이 잘 소개되어 있다.


책에 따르면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범하는 실수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그 두 가지는 (1) 사실은 아닌데 맞다고 판단하는 '긍정 오류'인 제1종 오류, (2) 사실은 맞는데 아니라고 판단하는 '부정 오류'인 제2종 오류이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 두 가지 오류 중 제2종 오류인 부정 오류가 인간에게 더욱 심각한 피해를 끼친다. 예를 들어, 맹수가 수풀에 숨어있는데 없다고 판단하고 수풀로 뛰어드는 것만큼 인간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제2종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반해 제1종 오류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너그럽다고 한다.


제1종 오류와 관련된 것이 바로 미신이다. 이를 두고 저자는 '미신에 친화적인 뇌'라고 표현했다.


인간이 미신과 징크스를 믿고 싶어 하는 마음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이는 미래를 통제하고 안전하게 살고자 하는 욕망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행복은 예측할 수 없을 때 더 크게 다가오고,
불행은 예측할 수 없을 때 감당할 만하다.

하지만 실험을 통해 연구한 결과 행복은 기대하지 않은 것이나 기대 이상의 것이 나올 때 더욱 크고, 불행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맞닥뜨릴 때 상대적으로 더 오래 견디고 버틸 수 있다고 한다.

미신과 징크스를 믿으며 나의 미래를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은 실제로 우리의 행복에 플러스 요인이 되지 않는다.


나는 빨간펜으로 이름을 쓰는 데 거리낌이 없어졌다. 처음 한 번이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쉬웠다.

숫자 4가 들어간 걸 볼 때마다 의식적으로 '사랑해'라는 말의 '사'라고 연관 짓곤 했다. 그 덕분인지 이제는 숫자 4가 더 이상 거북하지 않다. 오히려 많이 들어가 있으면 사랑이 듬뿍 담겨있는 것 같다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근거 없는 미신이나 징크스를 조금씩 줄여나가면서 나는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워졌다.

미신을 무작정 믿기 보다 근거가 충분한지 혹은 전해 내려오는 속설인지를 먼저 생각해보게 되었고,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틀릴 수 있다는 걸 인지하게 되면서 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증거를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아직 저자가 말하는 만큼 논리적이고 회의주의적인 태도를 갖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팩트를 들여다보고자 노력하면서부터 나의 태도에 자신감과 확신이 생겼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과학적 사고를 우리의 삶에 끌어들인다는 건 우리가 미신이나 사상의 희생양이 되지 않고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발전하는 인격체가 된다는 의미이다. 세상을 이전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인류의 발전은 무지의 영역을 축소시키고 지성적인 사고를 넓히면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현상이나 사물에 대해 이성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을 때 우리의 세계는 진보한다.

나의 생각과 판단에 과학적 사고를 대입하는 순간, 나의 삶도 객관적으로 보이고 진보하기 시작한다.


미신과 징크스를 끊어낼 때 우리는 진정한 인생의 주체가 되어 의지와 노력으로 우리의 인생과 행복을 결정해나갈 수 있다.

이것이 우리의 삶에 과학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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