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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치 Apr 14. 2022

공부방 보러 왔습니다

공부방 창업일기5


시장조사를 나간 동네는 입주한 지 6개월이 되었지만

상가 공실이 많아 상권은 물론 학원가 형성도 안 되어 있고

유동인구가 거의 없어 유령도시 같은 느낌을 풍겼다.

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정말 힘들었다.


주변 단지 공사나 입주로 어수선한 동네 분위기를 확인하고

네이버로 확인한 집을 보기 위해 부동산 사장님을 만나 집 투어를 시작했다.


한참 개발 중인 신도시인데다 입주 물량이 쏟아져

동네는 공실 상태의 전세와 월세 물량이 많은 상황이었다.

덕분에 마음 편히 물건을 보러 다닐 수 있었다.




네이버로 보고 찾아간 집은 앞에 공원이 있어 탁 트여있고 바로 옆에 상가가 모여있는 위치였다.

층수도 3층으로 저층이라 노출이 잘 될 것 같아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같이 간 선생님께서 단지 세대수가 너무 적어 (약 370세대)

아이들 모집이 어려울 수 있으니 고민해 보는 게 어떠냐고 말씀하셔서 그러겠다 하고 나왔다.


그 뒤로 같은 단지와 옆 단지 집들을 서너 군데 정도 더 보았는데

층수가 너무 높거나 위치가 좋지 않아 마음에 쏙 드는 곳이 없었다.

주위에 노출이 잘 돼서 자연스럽게 홍보도 될만한 위치는 없는지 계속 염두에 두고 봤는데

생각해 둔 조건을 충족하는 집을 만나는 건 쉽지 않았다.


두 시간 정도 돌아보고 나자

'동네 분위기는 확인했으니 오늘은 이만하고 돌아가 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 보느라 바쁘게 돌아다닌 선생님도 배가 고프실 것 같았다.


 "쌤, 배고프시죠? 저희 이제 점심 먹으러 갈까요?"

"나 아직 괜찮은데 우리 온 김에 마지막으로 이 옆에 있는 부동산에 한 번 더 가봐요."

"옆에 부동산이요? 그래요, 좋아요."

 그렇게 대답하며 큰 기대 없이 부동산 사무실로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저 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공부방 오픈할 만한 곳을 찾고 있어요."

"아 그러세요 선생님?! 마침 이틀 전에 나온 집이 있는데 거기도 지금 영어 공부방을 하고 있어요."

"어머!! 그래요?"

"네, 위치도 이 상가랑 붙어있는 동이라 괜찮아요. 지금 보러 가실래요?"

"네! 좋아요!!"


그렇게 부동산 사장님을 따라 간 집은

단지 내에서 아파트 상가로 나오는 주동선이 지나고 아파트 상가와 붙어있는 동이어서 위치가 괜찮았다.

1천 세대가 넘는 대단지에 초품아 아파트였고 반경 100미터 이내에 초등학교가 2개, 중학교 1개, 고등학교 1개가 인접해있었다.

아파트 옆 단지들 사이의 도로변을 끼고 있는 위치라 타 단지에서도 접근성이 좋은 곳이었다.


위치가 참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 공부방을 하고 있던 자리라 홍보가 조금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안녕하세요~ 집 보러 왔습니다."


사장님의 인사를 시작으로 문을 열고 들어선 공부방은

공부방이라기 보다 살림집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어수선하고 정돈 안 된 분위기에 거실에 있던 빨래 건조대가 다소 충격적이었으나

신축이라 전체적으로 깨끗해서 인테리어는 손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공부방 선생님은 지금 아이들이 열 댓 명 정도 다니고 있다고

본인은 불가피하게 이사를 하게 되어 집을 내놓게 되었다고 하셨다.


"어디 멀리 이사 가시나 봐요?"라고 여쭈었는데

물음에 답변은 없으시고

"여기 공부방 자리로 너무 괜찮아요."라는 대답만 하셨다.


동행하신 선생님도 둘러보시고는 위치도 좋고 여러모로 나쁘지 않다고 눈짓하셨다.

'여기라면 한 번 해볼 만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습게도 시장조사만 해 볼 생각으로 가볍게 나선 길인데

집을 알아볼수록 내일모레라도 당장 오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성급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확인해 봤으니 그냥 저질러 볼까 하는 양가감정 사이에서 왔다 갔다 했다.


마음을 가다듬고 고민해 볼 시간을 갖기 위해

좀 더 생각해 보고 연락을 드리겠다 말씀드리고

동네를 나와 점심을 먹기 위해 근처 식당으로 이동했다.


식사를 주문하고도 아까 봤던 집이 생각나 머리가 어지러웠다.

좋은 조건인데 보는 눈이 없어 내가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도 들었다.


마주 앉은 선생님과 공부방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으면서

공부방을 오픈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될지

그동안 모아 둔 돈은 얼마고 예산은 얼마로 잡는 게 좋을지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타닥타닥 두드리고 있는데

핸드폰이 드르륵 울렸다.

방금 전 영어 공부방을 보여주셨던 부동산 사장님이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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