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셋맘이라 행복합니다
"와이고예~ 애국자이십니데이~"
나라를 위해 헌신한 독립투사분들이 들으신다면 요즘은 개나 소나 애국자라고 하네 하며 웃을 일이지만, 오늘처럼 아이 셋을 동원해 외출을 하는 날이면 심심찮게 듣게 되는 말이다.
"아 그런가요~ 고맙습니다."
"나라에서 이런 분들께 상 줘야 됩니데이~ 제가 택시 기사 20년을 했는데요~ 요즘엔 임산부랑, 애들을 태워본 게 손에 꼽십니데이. 요샌 다들 아를 안 낳아서 문제인데 이래 많이 낳은 분들 잘 살게 해주믄 출산 문제는 자연히 해결 될낀데 안 그래요?"
어쩌면 맞는 말이다. 아이 낳아 키우기 편한 세상이 오면 출산율은 오르지는 않더라도 더 이상 내리지는 않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아이를 낳아 키우기 편한 세상은 없다. 그러한 날은 결코 오지 않는다고 장담한다. 한 생명을 독립적인 한 인간으로 길러내는데 편하고 쉽다는 일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육아는 어렵다. 신경쓸일은 둘이 면 두배가 아닌 제곱이고, 셋이면 세제곱으로 늘어 난다. 그것이 출산 장려금을 더 얹어준다고 해결되지 않는 이유다. 육아는 힘들다는 전제하에 시작 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혼자 일 때보다 불편하지만 아이를 낳아 보니 참 좋더라~ 엄마가 되어보니 힘은 들지만 그것을 이겨 낼 파워와 보람도 둘이면 제곱, 셋이면 세제곱으로 늘더라~ 하는 것을 경험 해보는 사람이 점점 많아져야 출산율은 오른다고 생각한다.
"네 그렇죠~ 3명쯤 낳으면 나라에서 큰 집도 주고 차도 큰 걸로 바꿔주면 참 좋겠어요. 그러면 신경 쓸일 두 개는 줄일 수 있잖아요. 하하하"
"우리 며느리도 아를 많이 낳는다 카는 거 내가 아 키우는 거 힘들다고 하나만 낳아라고 했어요. 그 힘든 거를 우찌 두번 세 번 하라고 하는교~"
"힘들죠 아이 키우는 게.. 그런데 저는 아이가 많으니 오히려 다복하고 더 좋은데 대부분이 그것을 힘듦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많으신 것 같아아요~ 육아를 하며 진짜 힘들다 생각이 들면 내가 불필요한걸 하고 있지 않은지, 그리고 내가 바라는 그 욕망이 나를 위한 것인가 아이를 위한 것인지 제대로 보는 눈이 부모에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내가 아이를 키우는 그 큰 틀 철학만 반듯하게 서 있으면 아이가 둘이든 셋이든 키울 힘은 거기에서 얼마든지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 철학이라는 걸 잡는 것이 제일 힘든 일이겠지만요.."
"와~~ 택시 타는 사람들마다 아 낳아 키우기 다 힘들다고 하는데 말씀 들어보니 일리가 있네요~"
택시 기사와 집으로 오는 20여 분 동안 이런저런 육아 이야기를 하며 오다 보니 얼마 전 내가 나에게 던진 질문의 답을 어렴풋이나마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글로써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강한 한 가지가 선명 해졌다.
"육아는 즐겁습니다."
자녀를 낳아서 기르는 일은 나를 닮은 아이들의 내일이 궁금해서 잠 못 드는 일입니다.
그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가르침을 아이들은 나에게 매일 공짜로 알려 줍니다.
그들로 내가 더 지혜로워지고, 크는 일입니다.
그들로 인해 좀 더 나은 어른이 되고 싶어지는 일입니다.
그들의 어린 시절을 동행하며, 그 시절 나의 꿈을 발견하는 일입니다.
육아는 아이를 키우는 육아(育兒) 만이 아닌 나를 기르는 육아(育我) 를 동반합니다.
나를 닮은 한 생명체를 탄생 시키고, 그들을 길러 내는 것은 인간의 본능 중 하나로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그것을 자율적으로 하기 싫어지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사회가 그 본능조차 거부할 수밖에 없게 만든 프레임 속에 우리 모두가 갇힌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유명 연예인들, 재벌 집 자녀들의 영재 납셨다는 소식은 이제 그들이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한 것에 초라한 나를 마주하면 자괴감이 들 수도 있다. 그렇게 키우지 못할 바에 이 생은 그냥 나로 살고 생을 마감하는 게 더욱 현명한 판단 일 수 있다. 하지만 하루 가족들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은 영재라고 더 하지도, 재벌이라고 더 하지도 않다. 그것은 내가 주는 만큼, 내가 느끼는 만큼 그 안에서 누릴 수 있다. 인간의 존재의 이유가 명문대학간판도 아니고, 대기업 사원증도 아니다. 모든 인간은 행복하려고 태어났다. 그것은 그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셀프다. 육아로 느끼는 행복도 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