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고질병
"엄마, 다솔이가 대답을 안 해요."
다음 달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딸아이 명의로 오늘 스마트폰을 개통했다. 1학년이 스마트폰이 꼭 필요할까 싶어서 미루고 미루었지만, 아무래도 이래저래 활동을 해야 하는 엄마이다 보니 연락을 취해야 할 일이 많아질 것 같아 유해차단이 되는 키즈 폰으로 선택하고 적응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알려주고 있었다.
문자 사용법을 알려주자, 자신의 동갑인 이종사촌에게 가장 먼저 문자를 보내본다.
"다솔아 나 춘식이 폰 샀어!"
"다솔아.."
"다솔아..."
"엄마 그런데 다솔이가 대답을 안 해요?"
"다솔이가 대답을 안 해서 왜 그러나 궁금했구나! 하린이가 문자를 보낼 때 다른 사람이 이쯤 되면 하린이가 문자를 보낼 것 같은데! 하면서 휴대폰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야. 그리고 문자를 보았다고 해서 바로 답장을 해주지 못하는 상황 일 수도 있고, 또 어떤 때엔 문자를 봤더라도 답을 하지 않을 자유도 있는 거야..."
그러고 보면 스마트폰이, 또 휴대폰이 있기 전에는 그 기다림은 당연한 것이었다. 집 전화 만이 있던 나의 초등학교 시절엔 전화를 안 받으면 친구가 집에 없겠거니, 바쁜가 보다고 생각을 하며 살았고, 발신자 번호라는 것이 생기기 전에는 내가 전화를 했다 한들 그 타임에 못 받으면 상대방이 다시 전화를 걸 수도 없고, 또 부재 중일 땐 내가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조차 몰랐으니 어찌 보면 지금은 그것이 하나의 족쇄처럼 작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왜 전화를 안 받아..
왜 카톡을 안 읽어..
왜 읽고도 답을 안 해....
왜 빨리빨리 안 해...
어찌 보면 이 모든 것은 현대인의 고질적인 병 일 수도 있다.
나 또한 몇몇 모임에 리더를 하고 있다 보니 무언가를 빠르게 결정해야 할 때 이러한 딜레마를 겪는다.
오히려 안되더라도 약속이 있다라거나 바쁘다거나 답을 빨리 내어주는 분들은 감사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땐 오히려 내가 왜 리더를 한다고 해서 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또 이렇게라도 경험을 해보니 그전에는 몰랐던 리더들의 마음을 깊이 알 수 있게 된 것에 오히려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스마트폰이 없었던 시절에는 불필요했던 스트레스를 현대인들은 알게 모르게 지니고 있다.
한 번씩 휴대전화의 오프 타임을 정하고 꺼둔다. 방해받지 않는 그 시간에 정말 많은 일들이 성취되는 것을 보며 정말 현대인의 족쇄구나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시시껄렁한 이야기라도 나누고 나면 유쾌한 그 기분에 오히려 엔도르핀이 돌며 하던일이 더 잘 될 때도 있다. 어느 쪽이든 정답은 없지만, 칼과 불 처럼 그것을 어떻게 잘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려본다. 스마트폰 원주민인 아이들에게도 일방적인 차단보단 그것에 하나씩 대처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 또한 현대 부모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족쇄가 되기 전에 올바르게 잘 사용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임무이자 사명이지 않을까....
띵동!
답장이 왔다.
"그런데 하린아 너 사진이 왜 이렇게 웃기게 나왔어?"
'아~ 아직은 알려 줄 스마트폰 예절의 길이 멀구나~ 우리 아이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