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이야기
집으로 들어와 딸의 체온을 재어보니 39.2도 다.
부리나케 약통에서 해열제를 찾았다. 다행히도 번거로이 양을 잴 필요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파우치형 해열제가 눈에 보였다. 6ml 쪼옥 짜서 먹이고 이부자리를 준비해서 누였다. 그리고 젖은 수건을 준비해서 이마에 올렸다. 딸아이는 곧바로 잠에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달달달 떨던 아이의 오한이 멈췄다. 그리고 체온계의 수치도 점점 떨어졌다. 덩달아 나도 한숨을 좀 돌렸다.
그리고 나도 딸과 함께 잠이 들었다.
알람 소리에 일어나서 딸의 이마를 짚어보았다. 다행히도 정상체온으로 돌아왔고 컨디션도 괜찮았다.
이렇게 캠핑의 첫 날밤은 집에서 보냈고, 그다음 날엔 딸과 함께 소아과를 방문했고 아이들이 하교하는 시간에 맞춰 오후가 뉘엿뉘엿 되어서야 아이들을 태워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갔다.
딸아이가 독감이 아니었다는 안도감과 자유 캠핑의 시간이 모두 지나갔다는 아쉬움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저녁 가족과 함께 보글보글 된장찌개에 삼겹살 구워 맛있게 한 쌈 올려 밥을 먹었다.
새벽에 유럽 축구 시청의 즐거움을 만끽했던 큰아들은 먼저 곯아떨어지셨고 우리들은 테이블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그렇게 이튿날을 보냈다.
다음 날이 되었다.
드디어 한적한 캠핑장에서의 내 시간이 왔다.
그때 30년 지기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때마침 근처에 볼 일이 있어 왔는데 캠핑장에 놀러 온다고 했다.
드립 커피를 내려 친구와 한가로이 커피 한 잔을 하고 있는데 방송이 나왔다.
"저희 캠핑장 이용 시간은 오후 1시까지입니다. 다음 날 이용자가 없는 사이트에 한 해 시간 연장이 가능하니 관리실로 오셔서 연장 신청을 하시길 바랍니다."
"여긴 내일 휴일이니깐 뒷 날 이용자가 없으니깐 천천히 철수해도 괜찮아. 가서 연장 신청하러 다녀오자. "
그러고 친구와 관리실로 이야기를 하면서 내려갔다.
"저희 205사이트인데요. 시간 연장 좀 할게요."
"205사이트는 다음 이용자분이 계셔서 시간 연장은 불가능합니다."
"네?! 내일은 휴장인데 어떻게 이용자가 있어요?"
"저희 캠핑장은 휴장이 수, 목요일이니깐 오늘까지 이용이 가능하죠."
앗. 그 순간 멘탈붕괴가 오려 할 찰나보다 더 빠르게 시간이 어떤지가 더 먼저 들어왔다.
현재 시간 12시 30분이었다.
어떻게 하지. 사이트를 30분 만에 말끔히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 턱하니 내 발등 위에 놓였다. 중요한 건 남편은 회사를 가서 4시 정도에 올 예정이었고, 일꾼은 힘없고 요령 없는 나와, 캠핑을 즐기러 온 내가 부른 친구뿐.
남편이 슈퍼맨처럼 해성같이 날아서 온다고 해도 그 많은 일이 30분 안에는 정리되기 어려운 일이었다.
아. 청천벼락 같은 이 일을 어떡하면 좋으냐. . .
(뒷이야기는 다음번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