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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며들다 Jan 25. 2024

엄마! 제가 집중이 제일 잘 될때는 바로 이 때예요!!

둘째의 말



둘째의 헤어라인이 더벅머리존을


넘실넘실하던 중이라 미용실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엄마 저는 수업 시간엔 집중이 안 될 때가 많아요. 그런데 제가 정말 집중이 잘 될 때가 있는데요."





"그게 언제냐면요...."






자신의 집중력이 부족한 부분을 아주 순수히 인정하며 너스레를 떨 듯 나온 이야기였지만 어쩐지 둘째의 말이 심오하게 들려왔다.





'집중이 정말 잘 될 때라~~'






게임할 때?


친구랑 놀 때?


레고 조립할 때?


만들기나 그림 그릴 때?


같은 평범한 생각들이 엄마인 내 머릿속을 둘러쌓다.








“바로, 그것은 잇 사이에 끼인 고기를 뺄 때예요.”























지금은 종영이 되었지만 한때 나름 즐겨보았던 티브이 프로그램 중 하나가 붕어빵이라는 프로였다. 그 프로그램은 스타와 그들의 어린 자녀들이 함께 출연해 다양한 게임의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그 프로의 백미는 뭐니 해도 어른들은 예측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어린이들만의 창의적인 발상들이었다. 






그때의 아이들 입에서 나온 생각들 만큼 이나 예상치 못한 답변이라라 웃음부터 흘러 나왔다.






그러고 보면 양념갈비를 신나게 뜯은 후 그 잇 사이에 끼인 고기가 빠지지 않아서 식겁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막간의 시간에 우리가 얼마나 초집중을 하게 했는지 알 것이다. 



돼지고깃살과 집중과 몰입의 상태라는 것은 왠지 연결성이 없어 보이지만 둘째는 그것을 기가 막히게 찰떡처럼 이어 붙여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그래, 은결이가 그때의 집중력이 최고였었구나!”






그러고는 이때다 싶어서 반문을 이어갔다.






“그런데 엄마가 궁금한데~ 왜 학교 수업에선 집중력이 떨어질 때가 많지만 잇사이 고기를 빼려고 할 때엔 왜 그렇게 집중이 잘 되었던 걸까?”






“아마도 당장 빼내야 한다는 그 생각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지 않으면 계속 입안에서 걸리고 불편하잖아요.”





“맞아. 불편해서지. 어떤 일이든 불편한 상황에 닥치게 되면 내가 집중해야지 의도하지 않아도 집중력이 자연적으로 발휘 되는 것 같아.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건 은결이가 잇 속 고기를 빼내려고 하는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 그러고 보면 최고의 집중력은 간절함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맞아요~제가 정말 간절하게 빼내고 싶었거든요”







고로 우리의 대화는 둘째의 수업 시간 동안은 간절함을 장착시키지 않은 채 임하였음이 포함된, 집중력과 간절함엔 상관관계가 있음으로 결론이 났다. 그리고 우리는 차가운 겨울바람을 가르며 무사히 집으로 도착했다.








아이와 오갔던 이야기에서 나는 삶의 교훈 하나를 얻었다. 어떠한 꿈이나 목표가 있는데 그것을 실행하려는데 집중력이 떨어진다면 그것을 간절한 상태에 둔다면 더 쉬워질 것이라는 것. 



잇 사이에 끼인 고기가 불편하듯이 매일 그 일을 성취하지 않으면 불편하게 만들자. 당장이라도 방법을 강구해 내지 않으면 너무 불편하여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어 안달이나게 말이다.







아이들 말에 대한 글을 연재하신다면서요?


유튜브를 시작해 보신다면 서요?


올해 안에 책 한 권 내신다면서요?





타인이 나에게 던지는 말들과 시선이 나의 행동하지 않는 그 상황을 나 자신을 불편하게 만들어 두면 아마도 집중력이 더 생기지 않을까? 








외출을 하고 돌아오니 둘째가 문제집을 풀고 있다.


어쩐지 아이의 표정이 썩 시원치 못하다.







“은결아, 어때? 수학 문제가 잇속에 아직 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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