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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며들다 Mar 25. 2024

너랑은 안 살아도, 나랑은 살아야 하니깐.

부부싸움 후, 나를 돌보는 법



남편과 싸웠다.


최근에 잦은 투닥거림이 있었는데

그것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일은 벌어졌다.



난 운동화 끈을 동여맸다.

그리고 밖으로 나왔다.


예전 같으면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거나

전화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을 거다.


그래봤자 내 얼굴에 침을 뱉는 격이겠지만,

그깟 침 얼굴에 좀 떨어지면 어떠랴.

속에서 곪는 것 보다야 낫지.

오히려 친구라는 든든한 대나무 숲이라도 있어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음 나만 아는 당나귀처럼 생긴 그것을 함구하느라

내 속에서 용광로가 부글부글 끓다가

허공에 떠올라 펑 터져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은 그것들을 하지 않았다.


어제 나는 나에게 약속했다.

오늘 아이들이 등교를 하면 신발끈부터 묶기로.


최근에 독서모임에서 운동그룹을 결성하고

주 3일을 운동 인증을 하고 있다.

두 주 정도는 성공했지만 나머지는 3일을 못 채우고 실패했다.


습관이 되지 않은 운동이

나의 우선순위에서 항상 뒤에 밀려 있다 보니

잊어버리거나, 다른 일들로 실행이 안 될 때가 있었다.


어제는 나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운동할 의지가 있는가?" 보다는

"건강하지 않은 몸으로 평생을 살 의지가 있는가?"


후자로 물었을 때

나의 뇌는 반응했다.

"그래,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한 운동을 하자!"



그런데 의지를 발휘하려는 그 첫날 아침에 일이 터져 버렸다.


화를 주체할 수 없었지만,

명명백백 그에게 잘잘못을 따지고 싶지만

그 대신 나는 운동화 끈을 묶었다.




달리면서 생각했다.



'이렇게 안 맞는 남자랑 계속 살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건 싸울 때면 수십 번도 더 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는 13년이 지난 지금도 그 안 맞는 남자와 같이 살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가시지 않는다.


'그래 헤어지자. 헤어져!!'


속으로 뱉은 그 말이 메아리로 돌아오기도 전에 문제점들이 들이닥쳤다.


그러면

당장 벌이는?

아이들은?

앞으로 살 집은 어떻게?


당장 현실적인 것부터 회전 접시 위에

각각의 다양한 초밥이 놓여 다가오듯

각기 다른 문제들이 나에게 차곡차곡 왔다.



카프카의 '변신'이라는 작품에서

주인공인 '그레고리 잠자'는 하루아침에 흉측한 벌레로 변한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지긋지긋하여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은 그 직장에

어떻게 출근을 해야 하고 출근에 늦었을 때 돌아올 자신의 평판을 걱정한다.


벌레로 변한 자신의 몸 보다도 더 먼저 벌이에 대한 걱정이 먼저 드는 것,

나 또한 소설 속 '그레고리 잠자'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래, 내가 너랑은 안 살 더라도 나랑은 평생 살아야 하잖아, 그러니 내 삶은 내가 결정하겠어."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은 우리가 가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선택하는 태도들에 달려 있다고 했다.


삶의 10%는 실제로 일어난 일이지만 90%는 그것에 대한 나의 태도가 좌지우지한다.



그래 아침부터 부부싸움은 했지만,

운동을 하면서 내 몸을 건강하게 할 것인지 아닌지,

그날의 나의 기분을 그 싸움으로 인해 망칠 것인지 아닌지는 나에게 달렸다.



너와는 이렇게 티격태격 싸우다 끝날지 미운 정으로 백년해로할지는 모르지만

나를 사랑하는 것은 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에 달려 있으니깐.



화를 험담에너지가 아닌 운동에너지로 변환했다.



달리다 보니 땀이 났다.

집에 도착해서 샤워를 하고

노트북을 열어 글을 써 내려간다.



평생 내가 데리고 살아야 할 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이 어떤 건지

글을 써 내려가며 찬찬히 생각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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