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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엔드 Apr 23. 2024

세부 여행기 0일 차 - 오아시스 스파.

2024.4.8.


여행 장소와 일정이 지난주까지만 해도 미정이었다. 총선에서 창립휴무일로 이어지는 연휴에 같이 여행을 가자는 팡의 제안만 있었다. 지난주가 되도록 티켓팅을 안 하길래, 이러다간 아무 데도 안 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켠이 참석의사를 밝혔다. 팡이 마음을 먹은 듯 일정과 장소를 확정했다. 나는 서둘러 대진을 구했다.


세부로 가는 비행기는 오후 8시 10분이어서 당일 진료를 다 마치고 출발해도 충분했다. 네 시 반. 계획보단 30분 늦어졌지만 여전히 늦지 않다. 공항 가는 길에 사진을 찍었다. 표정이 밝다.

공항에서 팡을 만났다. 같이 수하물을 부치고 마티나라운지로 향했다. 출국 전 마지막으로 들르는 곳. 제 돈 주고 먹으라면 아까울 텐데, 공짜로 먹으면 신나는 퀄리티. 비빔밥과 볶음밥과 제육과 짜장범벅과 치킨과 떡볶이와 김말이와 디저트를 먹고 맥주를 여러 잔 마셨다.

밥을 다 먹으니 벌써 7시 40분. 면세점에서 여행 중 마실 위스키를 샀다. 탑승구가 멀었다. 걷지 않고 달렸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승무원이었다.


세부행 승객이시죠? 지금 어디 계세요?


네 다 와가요.

달리고 또 달렸다. 8시 5분 도착. 우리가 마지막 승객이었다. 탑승 마감이 7시 55분이니 10분 정도 늦은 셈. 팡과 함께여서인지 별로 긴장이 안 되었다. 팡은 이런 경험이 많단다. 아예 놓친 적도 있단다. 역시 긴장이 안 될만했다.


미리 다운받아둔 <삼체>를 보았다. 다른 국가로 여행하는 기내에서 보기에 특히 더 재밌는 드라마였다. 다는 안 보고 조금 아껴두었다.


막탄 세부 국제공항 도착. 입국 전 세관 수속이 까다로웠다. 수기로 작성한 신고서는 소용이 없었고, 폰으로 입력하는 모바일 페이지는 계속 에러가 났다. 결국 공항 직원의 도움을 받아 PC로 작성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할걸.


입국장엔 오아시스 스파 픽업차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파는 멀지 않았다. 짧은 새벽잠을 호텔에서 자기는 아까워서 택한 숙소였다. 공항 픽업, 아로마 마사지, 숙박, 호텔 드랍이 모두 포함된 가격이 인당 45000원. 혜자롭다. 심지어 몹시 시원했다. 90분이 꿈처럼 흘렀다.

야 팡아. 여기 엄청 잘하는데?


그러게. 나 완전 새거 됐는데?


라는 말을 남기고 30초가 채 되지 않아 팡은 코를 골기 시작했다. 아 나도 잠들기 전에 양치하고 핸드폰 충전시켜야 되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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