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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주 Jul 27. 2022

1-2. 난임병원

우리나라 의학기술은 세계 최고라고 한다. 

그래서 난임부부는 고민이다. 

난임치료로 유명한 병원이 너무 많은 것이다. 유명인 누구는 어딜 갔고, ㅇㅇ 병원도 유명하고 xx병원 원장님 별명은 삼신할배고 등등 어느 병원을 다닐지 결정하기부터 쉽지 않다. 인터넷 서핑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이것저것 재고 따지면서 신중을 기해 병원을 선택했다. 

병원을 선택했다고 끝이 아니다. 병원 내에 유명한 의사선생님이 꼭 한 분만 계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의사선생님도 선택해야한다. 역시나 정보를 수집하고, 재고 따지며 신중을 기해 의사선생님을 선택한다. 

부디 나의 선택이 옳기를.  

치료를 받을 병원과 의사선생님을 겨우 선택했지만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병원 검진을 받으려면 예약을 해야하는데 내가 신중을 기해 선택한 의사선생님은 워낙에 유명하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분께 진료를 받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일 검진예약은 당연 다 마감이고, 보통 1달에서 길게는 2,3달까지도 대기를 해야한다. 내 아까운 시간이 또 그렇게 2,3달 지나간다.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예약일자가 되어 병원을 방문한다. 병원에서 의사선생님을 만나 상담을 받고 다양한 검사(초음파, 호르몬 검사, 난소나이 검사 등등) 몸상태를 확인한 후 난임시술을 진행한다. 환자(?)가 젊고 건강하면 의사선생님들은 인공수정을 먼저 권하기도 하는데 나에게는 바로 시험관을 하자고 말씀하셨다. 정확히 보셨군요.  

일반적인 시험관 과정은 다음과 같다. 

생리 시작 후 1-3일안에 병원을 방문해서 초음파로 난포가 몇개가 자라고 있는지 확인한다. 매월 배란되는 난자는 1개이지만 난자가 되기 위한 난포는 여러개가 자라고 있다. 당연히 젊고 건강할 수록 당월에 자라고 있는 난포 갯수가 많다.(예전에 방송에서 이지혜가 자기는 난자왕이라고 했었는데, 내가 보기에 최고의 왕은 난자왕이 맞는 것 같다. 이지혜 부럽!)  난포를 다 난자로 만들기위해 과배란주사를 맞는다. 난포들이 잘 자라면 시술을 통해 이들을 채취한다. 난포 안에 난자가 들어있는데 이렇게 채취한 난자를 수정시켜 수정란을 만든다. 3일 후 자궁에 이식하는데 이식 3일 전부터 호르몬 주사를 맞는다. 수정란은 외부에서 3일동안 자라서 내 몸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으므로, 갑자기 수정란이 들어와서 몸이 뜨악하지 않도록, 내 몸에서 수정란이 3일동안 자란 것과 똑같이 몸속 호르몬 상태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난임시술, 즉 시험관은 크게 2가지로 말할 수 있다. 주사와 초음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도 주사를 엄청 무서워했다. 그렇지만 시험관을 결심했다면 주사를 무서워해서는 안된다. 시험관 과정은 주사로 시작해서 주사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호르몬주사는 내가 내 배에 직접 놓아야하는데 처음 할때는 엄청 겁난다. 

처음엔 몸 상태 확인을 위한 피검사를 진행한다. 이건 다행히 내가 놓는게 아니고 다른 사람이 찔러준다. 

시험관이 시작되면 난포를 키우기 위해서 과배란 주사를 배에 주기적으로 맞는다. 내 난포가 약발이 잘 받아 쑥쑥 자라면 하루에 2번씩 배주사를 맞기도 하고, 약발이 잘 안 받아도 격일로 한 번은 배주사를 맞으며 난포를 키워야 한다.  일정한 시간에 맞아야 하므로 출장이나 회식이 있는 날은 주사기를 들고다니며 주차장 또는 상가 화장실에서 맞기도 했었다. 

난자채취 2일 전에도 주사를 맞는다. 

시술 당일에는 마취와 항생제 투여를 위한 링거를 잡아야 한다. 

채취 후에는 호르몬 주사를 맞는다. 이 호르몬 주사는 임신을 확인하는 날까지(대략10일) 지속된다.  

대략 주사 스케줄은 이렇다. 


다음엔 초음파.

난자채취 전에 난포가 잘 자라는지 보기위해 2-3일에 한번씩 병원에 방문해 초음파를 본다. 

처음에는 초음파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였다. 배 초음파가 아닌 질 초음파라니. 

그게 어때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인터넷에 산부인과 굴욕의자를 쳐보시라. 미혼인 시절 건강검진을 가면 간호사 선생님들이 결혼여부를 물어보고 미혼이라고 하면 산부인과 초음파는 생략해주기도 했었다. 맨 정신에 의사선생님 앞에서 다리를 쫙 벌리고 있는 것은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고 부담이다. 남편 앞에서도 그러고는 못있을 거 같은데 말이다. 근데 그것도 모자라 그곳에 막대기를...?

그래서 보통 여성분들이 질 초음파를 봐야한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고. 긴장으로 손바닥에 땀이 흥건히 차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시험관 시술 n번째 100회이상의 초음파 경험으로 난 수치심을 모르게되었다. 손에 땀이 차던 꼬꼬마는 노련한 초음파의 달인이 되었다.

이제 산부인과 의자는 더이상 나에게 굴욕을 주지 않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예약 시간에 맞춰 병원에 도착했는데도 내 앞에 대기자가 5명이다. 의사선생님이 환자들을 꼼꼼히 진료해주시니 그렇겠지. 좋은 건데 초조하다. 회사에 2시간만 외출하겠다고 굽신거리고 나왔는데 2시간 안에 못들어가게 생겼다. 초조해죽겠다. 2,3일에 한 번씩 외출하는 것도 미안한데 외출할때마다 늦어지니까 속이 타들간다. 


드디어 초음파를 보고 나와서 회사로 뛰어나갈라는데 간호사선생님이 오늘은 피검사가 있다고 알려주신다. 주사처방도 있으니 주사실도 다녀가라고 한다. 아.. 오늘도 회사에 제 시간에 복귀하기는 틀렸구나. 과장님께 30분 더 늦을 것 같다고 카톡을 보냈다. 과장님은 별다른 말씀없이 알겠다고 하셨는데 내가 과장이라면 나같은 직원 나도 싫겠다. 어쨌든 30분 더 늦는 걸로 보고완료하니 맘은 편해진다. 

피검사를 받으러가서 오른 팔을 내밀었다. 채취가 3일 후로 잡혀 있기 때문에 왼팔은 아껴야한다.  

채취 날 왼쪽 팔에 수면마취제 프로로폴과 항생제 투약을 위한 링거즐 잡아야하기 때문이다. 피를 뽑으면 보통 그 자리에 멍이 생기기 때문에 아껴쓴다. 그렇지 않으면 왼팔을 내밀었을 것이다. 오른팔보다는 왼팔이 피가 더 잘 뽑히기 때문이다. 운이 나쁜 경우 오른팔 혈관이 얇아 피를 못 뽑을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찔찔 거리면서 다시 왼팔을 대령한다. 


난자 채취날이다. 수술방에 입장하면 먼저 환자복으로 갈아입는다.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했다. 난 아픈 건 아니고 그냥 난자를 채취할 뿐인데 환자복을 입어야 하니 말이다. 환자복을 입고 침대에 누워서 차례가 올때까지 대기한다. 앞뒤로 의사선생님의 시술 일정이 빽뺵하다. 침대에 누워 대기하고 있으면 간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내 팔에 링거줄을 잡아주신다. 항생제는 투여 전에 신체반응 테스트를 해야한다. 항생제가 내 몸과 이상반응이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팔뚝 안쪽에 항생제를 살짝 주사하고 10분뒤쯤 변화가 있는지 반응을 본다. 이상이 없으면 수술 준비 끝이다. 모든 준비과정을 마치고 누워있으면 잠시 후 내 이름이 호출된다. 난 씩씩하게 링거를 끌고 수술방으로 들어간다. 

수술방에 들어가면 기분이 묘하다. 진짜 수술실 같거든. 의사선생님 외에도 간호사선생님이 두 세분 계시는데 그럼 내가 진짜 큰 수술을 하는 것만 같다. 수술침대에 다리를 쫙 벌리고 눕는다. 나의 민망함을 아시는 듯 그 부위를 천으로 살짝 가려주신다. 수술방은 좀 춥기도 하고 내가 긴장하기도 해서 그런지 항상 들어가면 몸이 덜덜 떨린다. 덜덜 떨고있으면 왜이렇게 긴장하셨어요~ 괜찮아요~ 하고 간호사선생님들이 따뜻한 목소리로 말걸어주신다. 그러면서 내 다리와 팔을 움직일 수 없도록 찍찍이로 고정시킨다. 팔다리가 결박되면 더 떨린다. 이때쯤 의사선생님이 들어오셔서 마지막 초음파를 본다. 난포들이 잘 있는나 확인이 되면 바로 프로포폴을 투약한다. 프로포폴을 투여할때는 간호사선생님이 미리 알려주신다. 그 주사는 빨리 맞으면 주사부위가 뻐근해지기 때문에 약물을 천천히 주입시킨다. 또 아프지 말라고 투약하면서 주사바늘 주변을 손으로 살살 문질러 주시는데 그러면 정말로 덜 아프다. (간호사선생님은 다들 친절하시다.)

프로포폴은 정말 대단하다. 시술할때마다 프로포폴을 맞는데 왜 중독되는지 알 것도 같다. 약이 팔로 들어가면 3초쯤 지나며 머리에 약이 도는 느낌이 든다. 약이 돈다 숫자를 세야지 1,2,3.. 이러면서 훅 가버리는데 그 느낌은 중독성이 있다.  난자채취할 때 병원에 따라서 수면마취가 아닌 부분마취를 하는 곳도 있다는데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자는 게 속 편할 것 같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자고 있으면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며 날 깨운다.

채취가 끝났다. 

이 다음은 이제 정신을 차리고 몸을 추스리고 옷을 입고 상담실로 간다. 상담실에서 간호사선생님이 난자 채취 갯수, 시술 후 유의사항 등, 다음 진료 일자를 알려주신다. 그리고나면 채취비용을 결제하고 집에 가면 된다.

이후 난자를 냉동하면 3일 후 몇개의 난자를 냉동했는지 문자로 알려주고 바로 수정란을 이식한다면 3일 후 병원에 와서 수정란을 이식한다. 수정란 이식 후 10일이 지나면 피검사를 통해 임신여부를 확인하면서 시험관의 과정이 끝난다.


이게 일반적인 시험관의 과정이다.

그러나 나는 조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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