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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갱도요새 Mar 28. 2022

이혼하면 반려동물은 어떻게 될까?

A : 아직도 재산입니다.

길을 걷고 있으면 온갖 종류의 개들을 다 만날 수 있다. 산책을 나온 개들은 뭐가 그렇게 분주한 지 곳곳에 방명록을 남기며 주인을 끌고 가기 바쁘다. 귀엽다고 호들갑을 떨면 개들도 자기를 칭찬하는 줄 알고 신나서 더 분주해진다. 산책하는 개들을 보고 있으면 14년 차 고양이 집사로서 고양이도 산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산책을 하는 고양이들도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고양이들은 영역동물이기 때문에 집고양이들은 자신의 영역인 집 안에만 있는 것을 선호한다. 집에만 서식하고 있는 우리 집 고양이의 이름은 김우리야옹인데, 2008년생으로 14세가 된 현재까지도 절대 동안의 미모를 뽐내고 있다. 이름이 진짜 우리야옹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진짜 우리야옹이다. 부를 때도 그렇게 부른다.


김우리야옹 (14세, 여, 무직)


2020년 기준 우리나라는 638만 가구에서 860만 마리의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 2020년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 이제 애완동물보다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더 익숙할 정도로 점점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는 추세고 2022년이 된 지금은 아마 반려동물이 더 늘어났을 것이다. 바라보기만 해도 너무 사랑스러운 반려동물들은 사람들의 가슴 한 켠에 진짜 가족으로 자리하기 시작했다. 반려동물 관련 사업도 많이 늘어났고 반려동물 보험상품도 생기기 시작했는데, 안타깝게도 보험상품이 생겼을 무렵 우리야옹은 이미 8살을 넘어서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나이였다.


이혼하는 가정에서도 반려동물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세 가구 중 한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보니 반려동물을 누가 데리고 갈 것인가 문제로 싸우는 부부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다른 건 다 필요 없으니 반려동물만 데리고 오면 된다고 하는 의뢰인도 많고, 강아지 한 마리를 두고 조정이 되지 않아 판결 직전까지 치열하게 다퉜던 경우도 있었다. 보통 어린 자녀들도 반려동물을 굉장히 예뻐하기 때문에 만약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쪽에서 반려동물을 데려간다면 자녀들도 이혼 소송 내내 "빨리 우리 XX이 만나게 해 주세요"라며 울기 일쑤다. 자녀들이 울면 의뢰인은 변호사를 보고 운다. 그러면 변호사도 울고 싶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법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반려동물을 '재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양육권 개념이 아니라 재산분할의 개념으로 접근을 하는 것이다. 당연히 아직까지는 법원에서 반려동물의 양육 상태를 파악하거나 친밀도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그렇다고 반려동물 양육권자를 정하기 위한 가사조사를 할 여건도 만들어져 있지 않기에 그냥 재산의 일부로서 누가 반려동물의 소유권자가 될 것인지 정하는 것이다.


재산분할은 흔히들 알고 있듯 누가 더 기여를 했는지에 따라 결정이 되는데, 누가 평소에 애완동물의 밥을 주고 똥을 치우고 어떻게 돌봤는지 등 온갖 시시콜콜한 얘기를 서면에 잔뜩 쓰게 된다. 이혼하기 전까지는 그저 일상생활이었기에 당연히 입증자료는 없다. 그래서 각자가 찍은 귀엽고 행복한 반려동물의 사진이나 "XX이 산책시켰어?"라고 보낸 카톡 같은 걸 증거로 제출하곤 하는데 귀여운 동물의 사진으로 판사님의 정신건강을 돕는 것 외에 별다른 기능은 없다. 입증할 방법이 없다는 걸 모두가 알기에 대개 반려동물을 누가 데려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조정이 이루어진다.


조정을 하면 양 당사자 중 한쪽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을 포기하고 상대방에게 양보를 한다. 대신 매일 반려동물의 사진을 보내준다던지, 자녀 면접교섭을 하듯 2주에 한 번 면접교섭을 할 수 있게 해 준다던지 하는 조건을 거는 것이다. 이렇게 무사히 조정이 성립되면 양 당사자들은 모두 조금씩 양보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스스로 결정을 한 것이기에 크게 불만이 없고, 변호사들도 좋고 판사도 좋다.


문제는 조정이 되지 않았을 때다. 흔히 한쪽에서 반려동물을 볼모로 뭔가 다른 사안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해보려고 고집을 부리거나(주로 다른 재산을 더 요구한다.), 진짜 양쪽 다 너무 반려동물을 사랑해서 그 누구도 양보할 수 없는 경우에 조정이 잘 안 된다. 그러면 어떻게든 입증자료를 쥐어 짜내서 반려동물의 소유권을 가져와야 한다. 보통 막판의 막판까지 판사님이 조정을 몇 차례 더 권하는 편이라서, 실제로 판결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긴 하다.


소유권을 인정받았는데 상대방이 반려동물을 데려가서 돌려보내 주지 않으면 더 큰 문제다. 애완동물은 법적으로 '물건'이기에 보통 물건을 돌려달라고 할 때 하는 '인도 청구'를 하게 되는데, 물건을 돌려받기 어려울 경우 그 대금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판결문을 쓰게 된다("위 물건에 대한 강제집행이 불능일 때에 XX원을 지급하라"라는 식으로 판결문이 쓰인다.). 반려동물을 돌려주지 않더라도 동물 구입가액이나 처분가액(이런 단어도 상당히 불쾌한데, 아무튼 법적으론 그렇다.) 상당액을 지급하면 그만인 것이다.


우리야옹과 함께한 삶은 돈으로는 계산할 수 없다.


반려동물의 소유권 문제는 이혼 사건에서 점점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나중에는 결국 소유권이 아니라 양육권의 개념으로 접근하게 될 테지만 갈 길이 한참 멀다. 안 그래도 업무 포화상태인 가정법원에서 반려동물 양육권 문제까지 다룰 수 있을지도 다소 의문이다. 그래도 반려동물이 계속 더 늘어나고 있는 이 시점에 분명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작년에 드디어 반려동물을 물건이 아니라 생명으로 보는 민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는데 막상 국회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민법 개정을 떠나 부디 더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물건이 아니라 생명으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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