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의 시작 그리고 끝
오랜만에 예전 팀 분들과 티타임을 할 기회가 있었다. 이 분들은 내 신입사원 시절부터 나의 모습을 보아오신 분들이다.
“요즘 잘 지내?”
“아니요! 너무 바빠요!!”
“벌써 ㅇㅇ 매니저가 몇 년차지?”
“제가 벌써 6년 차요. 내년이면 7년 차라니 소름 끼쳐요!!”
라고 말을 한 순간 아차 싶었다. 여기 계신 분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거의 20년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아 죄송해요!! 그만큼 ‘시간이 정~~~~~말 빠르구나’라는 의미였어요.”
“상상 이상으로 시간 빨리 간다. 나도 내가 20년 넘었다는 사실이 소름 끼쳐~ (웃음)”
정말 상상 이상으로 시간은 빨리 흘렀고, 어느덧 나도 10년 차 직장인을 향해 가고 있었다.(반올림 했다^^) 내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여러 고민이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고민의 시작은 바로 “내가 현재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가?’라는 의구심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현재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알기 위한 첫 단계는 일단 ‘현황 파악’이다. 무슨 일이든 그렇다. 일을 할 때, 현재 내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알면 일의 반 이상은 한 거다.
신입사원 때였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일이 있었는데, 설명을 못하겠더라.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당시의 나는 내 일에 대해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나조차 내 일에 여유가 없는데, 다른 사람의 눈에는 얼마나 어리숙하게 보였을까 싶다. 업무를 한지 약 3년은 지났을 때쯤에야 나도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나도 그랬지만, 가끔 회의를 하다 보면 ‘당최 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해가 안돼서 물어보고, 더 이해가 안돼서 또 물어보았지만… 결국 이해하지 못한 채 메일로 내용을 정리해서 달라고 하며, 회의를 급히 마무리 지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해당 업무를 하던 담당자가 그 업무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알아야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할지, 또 현재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캐치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앞으로의 큰 방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들을 가끔씩 하는데, 1년에 최소 1번씩은 이런 생각들을 하도록 기록용으로 적어 둔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성장 가능성이 있는 분야인지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는 않는지(사람 때문 말고 일 때문에)
다른 회사에 가서도 사용 가능한 기술/능력인지(현재 회사에 국한된 것은 아닌지)
이것들만 점검해보아도 결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망할 일은 없을 거라고 본다.
‘옆 자리 부장님을 보면, 나의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솔직한 나의 심정은 나쁘지도, 엄청 좋지도 않다? 슬픈 현실 일 수 있지만 또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기에 위안을 삼아 본다.
옆 자리 부장님의 모습이 내 맘을 100% 만족시킬 수는 없을 거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나는 과연 좋은 후배 일지 생각해보면 쉽다. 나도 결코 100% 만족스러운 후배는 아닐 테니 말이다^^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생각해보니, 현재 나는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내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안다. 지금 당장 할 수 없는 것에 얽매이지 말고, 그 방향이 맞으니 서두르지 말고 나아가려고 한다. 지금에 충실하다면 한 번쯤 꿈꿔 본 일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