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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구머니나영 Oct 15. 2021

04.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잃은 것

그래서 다시 되찾는 중(~ing)


직장 생활을 되돌아보며, 그동안 억울하고 짜증 났던 일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일을 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억울하고 짜증 나는 일들이 몇 가지 떠올랐다.


사실 그동안의 나는(20대의 나라고 표현하는 편이 맞겠다) 나에게 플러스(+) 요인이 되든 마이너스(-) 요인이 되든 모든 경험은 가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회사 생활을 하면 할수록 내가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 마주하게 되면서, 어느 정도의 선(Line)을 유지하며 회피할 수 있는 건 회피하자는 생각으로 회사 생활을 했던 것 같다.


체질 상 정면돌파(?) 스타일인 나에게, 회피하는 내 모습에 나를 잃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또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한 선택을 했다는 그 자체로 나 자신에게 실망해서 짜증이 많이 났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야 나를 잃지 않으며 회사 생활을 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았고, 잃은 것들을 다시금 되찾아 가는 중에 이 글을 작성해본다.


01. 나를 표현하는 데 거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드라마에서 회의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열띤 회의 끝에 팀장님의 “그럼 이건 누가 해볼까?”라는 한마디에 회의실에 정적이 흐른다. 그 장면을 보며 실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공감하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 자리에 있어본 사람은 안다. 거기서 질문 한마디 하는 순간 그 일은 어느새 나에게 다가와 있다는 걸 말이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는 아무래도 말을 아끼게 되는 게 사실이다. 또, 나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 조금은 소극적(?)이게 되는 것도 솔직한 감정이다. 회사에서 생긴 감정은 회사에 두고 오는 편이 맞지만 어느 순간 일상생활에까지 그 감정이 전염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02. 나서기보다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1번에서 말한 것의 연장선일 것 같다. 뭔가 일을 벌이기보다 일을 받는 것에 더 익숙해져 있다. 학창 시절의 나는 사실 누가 ‘이래라저래라’ 시키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학생이었다. 그래서 ‘내’가 움직일 생각이 없으면 딱히 움직이지 않는 말 안 듣는 학생이기도 했다.(좋게 말하면 주도적인 거고, 나쁘게 말하면 말을 안 듣는다? 가 맞을 듯하다^^)


주도적으로 일 벌이기 좋아하는 내가 회사에서는 벅참(?)으로 인해 일을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받는 게 더 익숙해진 데는 몇 가지 사연이 있긴 한 것 같다. 나는 A를 생각했지만 상사는 Z를 원하면서 내가 생각한 바와는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걸 보고 낙담하게 되기도 하고, 말을 하면 할수록 나의 워라벨은 사라지는 마법에 걸리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받는 게 더 편한 상태가 된 것 같다.


일을 주도적으로 하라는 회사의 방침과는 다르게 결국은 사장 마음대로 할 건데?라는 생각에 일이 산으로 가는 상황을 마주하다 보니 크게 실망하지 않게 위해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게 되는 듯하다.   


03. 변화보다 안정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동안 회사생활을 하며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 중 하나는 ‘성장’이었다. 성장을 위해서는 역시 안정보다는 변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변화보다 안정을 더 자주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변화가 있어야 성장하는데 편안함이라는 안정에 취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안정이 전적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다. 왜냐면 너무 안정적이라 재미는 없기 때문이다^^ 재미는 변화와 안정 사이의 괴리이기도 하다. 물론 혹자는 ‘일’을 하는데 재미를 찾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일을 하는 이유 중 하나인 ‘성장’을 위해서 조금의 변화는 수용하면서 회사 생활을 해 나가보려고 한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잃은 것을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서글픈 감정이 들기도 했다. ‘내가 하루 중 꽤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 잃은 것이 많으면 어쩌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엄청난 스트레스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최선의 선택을 다했던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건 그 자체로 인정하며, 앞으로 나를 잃지 않으며 회사 생활을 할 필요가 있다고 다시금 다짐해본다.


<출처>

사진: 로이 리히텐슈타인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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