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구머니나영 Oct 03. 2023

경험의 과부하

인생을 여행처럼!


어릴 때부터 다양한 경험하기를 좋아했다.


재수를 하고 대학에 입학한 스물한 살, 세상 모든 것들이 새로운 것 투성이었다. 당시에 이것저것 경험하는 게 내 대학생활의 중요한 모토였다. 전공과 무관한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하면서, ’이건 열정페이 아닌가?‘ 싶은 일들도 있었지만, 이것도 언젠가 다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데 더 열중했다. (당시에 내 시간의 가치를 잘 몰랐던 것 같다.)


사람들을 만날 기회도 많았다.


이 사람 저 사람 만나 이야기를 하고 집에 돌아올 때면, 내 경험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자꾸만 더 내 경험을 채워나가려고 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나대로의 경험을 존중하고 아꼈으면 될 일인데, ’ 비교‘라는 놈이 내 마음속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대학시절이 지나갔다.


그 시절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좀 더 깊이 있는 경험을 해보지 못했다는 것? 그래서 이제는 선택과 집중을 하려고. 내 마음속 깊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내 마음을 채우려고.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눈길 가는 대로. 그게 내 관심이라고. 일단 해보자고 말이다.


그래도 절대 후회하지 않는 경험 중 하나가 ‘여행’이다.


여행을 참 좋아한다. 지금까지 가 본 외국이 20군데는 넘으니, 그래도 적다고 할 수는 없을 테다. (올해도 8월까지 벌써 3번이나 비행기를 탔으니, 한편으론 나도 나를 말릴 수 없을 정도로 역마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좋아하는 걸까? 단순히 새로운 자극제가 필요했던 걸까?


회사에 입사한 이후 (코로나 전에는) 출장이든 여행이든 1년에 최소 4번씩은 비행기를 탔다. 대학생 때도 1년에 1~2번씩은 비행기 탈 일이 생겼다. 여러 여행지를 다녔지만 사실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를 하나 꼽으라는 질문에, 썩 명쾌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게 나 스스로에게 좀 아쉬웠다. 아직 못 찾은 걸까? 그럼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 시작했다. 단순히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극제가 필요해서 당시에는 여행이 좋았던 건지 말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걸까? 혼자 있고 싶은 걸까?


그런 고민을 하던 찰나에, 혼자 여행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어쩌면 용기가 맞는 것 같다. 올해 혼자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이제는 “어디가 가장 좋았어요?”라는 질문에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다. “3일 전 급 발권해서 떠난 이탈리아 혼자 여행이요!”


그 여행은 내 개인적인 인생에 큰 변환점이 되었고, 혼자 여행을 적극 추천하는 ‘혼자여행 프로 추천러’가 되었다. (혼자여행의 재미는 할 말이 많아 따로 적어보려 한다.) 혼자 여행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을 하나 꼽으라 한다면, 발길 닿는 대로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었던 점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행을 일상처럼 지내다 보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여행을 일상처럼 지낼 때 행복했던 것처럼, 인생도 여행처럼 지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예전의 나에게 여행이란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일상에서 벗어나는 자극제‘ 같은 것이었다면, 지금의 나에게 여행이란 ’ 일상에서 누리는 행복‘ 같은 거다. 꼭 어딘가를 가지 않더라고, 일상에서 소소히 느낄 수 있는 것이 더 나은 인생을 살아가는 힘이 되는 듯하다.


feat. 요즘 만사가 귀찮아서인지 여행이 좀 귀찮은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나의 주변에서 내가 가고 싶은 곳,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찾다 보니 새로운 것들로 가득한 편안하고 풍부한 일상(=여행)이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