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구머니나영 Oct 22. 2023

No Plan = No Limit

나 홀로 여행의 묘미

나는 게으른 J(MBTI P와 J 중 계획형)이다. 일을 하거나 여행을 가면, 나는 딱히 계획을 세우지 않는 P유형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여행계획 세울 때 숙소 예약을 한다는 이야기에 그건 J유형이란다. 큰 틀은 머릿속에 세우고 여행을 간다는 이야기에 옆에 있던 P유형의 친구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올해 이런 나의 고정관념을 크게 깨부순 사건이 있었다. 2023년의 시작. 1월에 갑작스러운 한 달이라는 ’내 시간‘이 생겼다. 갑자기 주어진 이 시간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냥 어딘가로 떠나 쉬고 싶었다. 당시에 무언가 계획하는 게 너무 피곤했던 지라, 정말 목적지만 정하고 홀로 떠났다.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고 목표 하나만 보고 달려간 혼자만의 여행. 내 인생에서 두고두고 기억될 소중한 경험, 그곳에서 내가 직접 부딪히며 느끼고 배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아무런 계획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걷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그때 알았다.


날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당장 해보고 싶은 것들을 했다. 어제는 ‘내일 등산이나 갈까?’하다가도 데 막상 당일이 되니 등산보다는 근처 식당에 가서 느지막이 늦은 아침을 먹고 책방에 가고 싶어졌다. 그럼 그렇게 틀에 구애받지 않고, 발길 닿는 대로 하고 싶은 것들을 해나갔다. 그러다 보니, 왜 그동안은 이렇게 하지 못했나 싶더라.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늘 ”언제까지 해주세요!“ 라든가 “이 조건은 반드시 계획서에 포함시켜 주세요” 등등 자꾸 무언가에 얽매이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또 성격이 급한지라 최대한 거기에 맞춰 일을 해결해 나가려고 하다 보면,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있다. 그게 무언가 나의 계획보다는 남의 계획에 좀 더 치중하게 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이런 나에게 발길 닿는 대로,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하니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 그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는, 일상에서도 마음껏 그 자유를 누리려고 노력 중이다.


답이 없는 문제들에서 자꾸 답을 찾으려고 했다.


최근에는 괜찮아졌지만 연초만 해도 두통이 정말 심했다. 결국 병원을 갔으니, 말이다. 이제와 돌이켜 생각해 보면 뭐가 그렇게 답이 없는 문제들에서 정답을 찾으려고 했는지 싶다. 불안했었나 보다. 확신을 갖고 싶었나 보다.


물론 지금도 그 답 없는 문제들에서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두통이 없는 걸 보면, 답이 없는 문제들을 겸허히 인정하고 있다. 답이 없는 불확실성이 오히려 내 인생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거라고 인정하고 생각하다 보니,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올해 늘 머릿속으로 되뇌었던 문구가 있다. ”침착하게 나에게 집중하기“ 답을 찾으려고 하기보다 나에게 오로지 집중하면서 내 생각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상상이상으로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원래도 적응하는데 큰 두려움이 없는 건 알았는데, ’이 정도 일 줄이야?‘ 할 정도로 적응을 잘해서 나 자신에게 놀랐다. 낯선 이들과의 대화에 두려움이 없다는 사실과 무언가 목적이 있어야 대화를 한다기보다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 같았다. 친구들이 가끔 ‘회사에서 후배 사원이랑 점심 먹어야 하는데, 대화 주제 뭘로 하지?’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주제를 던져 주는 걸 보면서 또 한 번 느꼈다.


첫 홀로 여행의 여행지는 ‘통영’이었다. 혼자 게스트하우스를 간 건 내 생에 처음이었다. 일주일 간 <통영 슬로비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면서 사장님과 그리고 스쳐 지나간 여행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의 모습에 생각해 보고 또 나 자신을 더 아끼는 방법을 체득할 수 있었다.


그때 만난, 한 어머님의 말씀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인생은 여행이야. 너무 스트레스받으면서 살지 말어. 잠깐의 휴식이 뒷걸음은 아니니까 걱정마.“ 인생이 여행이라는 말이 그때는 이해가 잘 안 갔는데, 이번 혼자 여행을 통해 발길 닿는 대로 나답게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사는 걸 잊지 않으며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나 스스로 너무 한계를 두고 살았던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그때 용기를 내, 이탈리아로 떠났다. 2주 간의 시간이 나에게 또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한 달이라는 휴식기가 어떻게 흘러갔나 싶을 정도로 나 자신에게 정말 많이 집중할 수 있었고, 내 시간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 때의 여행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 누릴 수 있는 건 내 자유니까. 인생을 여행처럼 살려고! 가보자고!

매거진의 이전글 경험의 과부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