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 준비는 신중히 #실패하면 남는 게 없는 시험 #나의 실패담
그동안 공기업에 서류에 합격하여 NCS와 면접 준비를 하느라고 글이 늦어졌어요.
오늘 최종 불합격 통보를 받고 글을 업데이트합니다.
오늘은 '이런 사람은 공무원 시험 준비하지 마세요'라는 주제로 글을 써볼까 합니다.
공무원 증원 역대 최고, 나이와 학벌에 상관없이 오직 시험 성적만으로 판가름 나는 곳, 각종 휴직과 정년 보장 등...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모든 회사원들이 한 번쯤 이직을 꿈꾸는 직장이죠
시험 과목 또한 국어, 영어, 한국사 사회, 수학, 과학 등 고등학교 때 배웠던 과목이라서 친숙하게 느껴지고 인터넷을 찾아보면 3개월, 6개월, 1년 단기 합격 수기가 수두룩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공무원, 과연 되기가 쉬울까요?
저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내신 2등급을 받는 평범한 문과 학생이었습니다.
언어영역은 늘 1등급이었고 수능 역시 언어영역은 100점이었습니다.
수능 성적으로 인 서울 대학을 입학하고 평균 B+ 학점으로 졸업했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영어 공부를 꾸준히 했고요,
공무원 단기합격의 당락을 좌우한다는 영어!
회사 다니면서 공부 안 하고 고사장 가서 본시험에서 70점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를 포함한 주변 사람 모두 제가 단기 합격을 할 줄 알았어요
국어/영어/한국사/사회 모두 배웠던 과목이고 일부 과목은 자신이 있었으니깐요.
그런데 저, 부끄럽지만 어느새 공무원 시험 장수생이 되어있었고 합격 점수는 여전히 저와 멀었습니다.
이유는 뭘까요?
공무원 시험은 99% 암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살면서 지금까지 언어 영역만큼은 90점 아래로 내려가 본 적이 없지만 공무원 시험에서는 55점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공무원 시험에서는 언어 영역조차 암기 싸움입니다.
100문제를 100분 안에 풀어야 하기 때문에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는 거의 없고, 수십만 명이 떨어지게끔 출제해야 해서 문제 자체가 굉장히 지엽적입니다.
한국사로 예를 들면 경인선 노량진 ~ 제물포 구간 최초 개통, 전차 서대문~ 청량리 구간 최초 개통인데
선지에 '경인선은 1899년에 노량진에서 청량리까지 개통되었다.' 이런 식으로 아주 교묘하게 섞어서 냅니다.
고도의 긴장 상태에서 저런 선지까지 실수 없이 풀어야 합니다.
영어 과목도 단어가 4문제 이상 출제되는데, 토플 시험을 보고 영어권 국가에서 6년 이상 거주하고 온 제 지인 조차 생소하게 여겨지는 단어들이 주로 출제되기 때문에 꾸준히 암기해야 합니다.
1점 차이로 수백 명, 수천 명이 붙고 떨어지는 시험인 만큼 시험 당일의 운도 큰 당락을 좌우합니다.
서울시 국어 시험의 경우 각 자치구와 문학관을 묻는 문항도 있었습니다.
한자가 작년에는 출제되지 않아 공부를 안 했는데, 올해는 5문제나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그 날 잘 찍는 사람이 붙는 시험입니다.
또한 100문제를 100분 안에 풀어야 하는데 그 안에 국어와 영어의 독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최대한 암기하여 바로 답을 골라내고 독해 시간을 확보하여야 하는 시험입니다.
1년에 4월, 6월 단 두 번뿐인 기회에서 실수하거나 운이 없으면 다음 해 시험을 기약해야 하는데 2-3년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버립니다.
9급 공무원 시험은 엉덩이 싸움이다
라는 말이 적용되는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재시 때 1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 7시에 도서관으로 출근 해 도서관 닫는 시간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마지막 6개월은 '캠 스터디'를 활용해 하루에 9시간은 필수적으로 제가 공부하는 모습을 비추며 공부했습니다.
정말로 엉덩이 싸움이라면 하루에 9시간 이상, 몇 년간 꾸준히 공부했던 저는 왜 장수생이 되었을까요?
그동안 제가 공무원 시험에 실패한 이유는 스스로 멍청해서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고 처음 지원한 공기업에서, 한 번도 준비해보지 않았던 NCS에 높은 점수로 합격한 후 깨달았습니다. 아, 나는 '암기'에 취약한 사람일 뿐이었구나...
실제로 제 주변에도 인 서울 대학을 졸업하고 9급 공무원을 몇 년씩 공부하다가 실패 후 NCS 시험에 단 번에 붙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그래서 9급 공무원 시험은 학벌에 관계없이 '암기를 잘하는 사람에게 매우 유리한 시험'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같은 9급 공무원이라도 직렬과 지역에 따라서 커트라인이 많이 차이 납니다.
대량 공채 직렬이나 자격증이 필요한 사회복지직, 그리고 교정직이나 기술직 등은 행정직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커트라인이 낮습니다. 또한 지방일수록 수도권이나 대도시보다 커트라인이 낮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단기 합격 수기는 행정직보다는 대량 공채가 있는 직렬이나 자격증이 있어야 응시할 수 있는 직렬 그리고 서울이나 부산 경기도 빅 3 등 대도시보다는 커트라인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이 많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부디 공무원 시험에 발을 들여놓기 전에 본인이 암기에 강한 사람인지 잘 생각해보시고 도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붙는 사람보다 떨어지는 사람이 많은 시험이며, 떨어지면 그동안 공부했던 것은 아무 소용없이 공백기만 생기게 되는 시험임을 인지하시고 도전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