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개군날돌들막 Jul 12. 2019

8. 가족 회사는 아무나 잘라도 되는 거 였어?

P양 -2

너무나 완벽한 존재에서 이제 나에게 너무나 두려운 존재가 된 그곳.

그곳에서 유일한 내 편이라고 여겼던 사람.


그런데, 변화가 찾아왔다.


어느 날 P양이 나에게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강개군날돌들막님, 저 이번 달까지 근무하고 사직해요."

그 한 마디가 나에게는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와 같았다.


"네? 갑자기 왜요? P님이 안 계시면 저는 이제 어떻게 해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렇게 되었어요... 남은 회사생활 잘하길 바라요"

개인적인 사정이라기엔 눈시울을 붉히며 아쉬운 듯이 말하는 그녀가 이상했다.

그녀는 나와 달리 L대리와 업무적 연관이 없었기 때문에 괴롭힘을 받는 것도 아니었고

'아줌마'의 연락이나 '아줌마'가 불쑥 회사에 찾아오는 일만 아니면 그 회사에 꽤 만족하면서 다니는 눈치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을 갖고 그녀가 퇴사하는 전날까지 그녀에게 그동안의 감사함을 표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의 퇴사 3일 전, 그녀는 사장님의 호출을 받고 사장실로 올라갔다.

그리고 밝은 얼굴이 되어서 나온 후 그 날 점심시간, 나에게 퇴사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아마 지금까지 이 일을 그녀가 알지, 아니면 모를지 모르겠지만 나는 추 후 다른 직원을 통해서 이 일의 내막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P양이 나에게 퇴사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전 주쯤 '아줌마'가 어떤 한 여자와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사장실로 올라갔었다. '아줌마'는 사장님이 안 계셔도 자기 친구들을 대동하고 회사로 나타나서 P양에게 커피 부탁해서 마시고 가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곳이 마치 카페라도 되는 냥...

이번에도 그런 일 중의 하나인가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평소에 P양이 마음에 안 들었던지, 그 '아줌마'는 자기 지인의 딸을 사장님께 데리고 와서 면접을 보게 한 것이다. 조금은 드센듯한 아줌마의 성격에 사장님은 어쩔 수 없는 듯이 '아줌마'의 지인을 고용하기로 했고, P양에게는 아마 다른 이유를 말하며 내보내려고 했던 듯했다.

그런데 입사 일주일 전 '아줌마'의 지인 딸이 영리하게도(?) 이 회사의 입사를 돌연 포기했고 비서 자리가 공석이 되는 것을 막으려고 사장님이 급하게 P양을 다시 붙잡았던 것이다.


구사일생으로 P양의 퇴사는 무산되었지만 나는 '정규직'이라는 나름의 안정성이 가족회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몇 년을 함께했던 P양이 '아줌마'의 입김 한 번에 잘릴 뻔한 것을 보았는데, 나 또한 언제 말도 안 되는 일로 잘리고 '아줌마'의 지인으로 대체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


이 일을 계기로 나는 L대리의 괴롭힘에서 오는 고통과 더불어, 일자리의 불안정성마저 느끼며 점점 더 우울의 늪으로 빠져만 갔다.

매거진의 이전글 7. 사모님, 여기는 집이 아니라 회사인데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