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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못난인형 Apr 08. 2020

코로나19가 주는 고통, 층간 소음


"엄마, 윗집 또 시작이야. 온라인 수업 들어야 하는데 집중을 할 수가 없어."한창 회사 일로 바쁜 월요일 오후, 중3인 막둥이한테 층간 소음으로 괴롭다는 카톡이 왔다. 


윗집으로 말할 거 같으면 출가한 아들 내외는 단지 내에, 딸은 이웃 단지에 살고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어린이집을 못 가는 손주들을 자주 돌봐 주시는 듯했다.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전엔 보통은 휴일 낮에만 시끄러웠는데 어린이집을 안 보내는 요즘에는 평일, 휴일, 밤낮 구분도 없고, 예고도 없이 아무 때나 뛴다. 시간이 긴 건 아닌데 강도가 참을 수가 없을 지경이라 남들이 알아주는 둔감한 몸을 가진 나조차 머리가 울릴 정도로 심하다.

"다다다~~ 닥, 쿵쿵~~"

가끔은 밤 11시에도 아이들 뛰는 소리가 들려 참다 참다 전화하면 생신이라서 혹은 기념일이라서 손님들이 많으니 이해해 달라는 답변뿐. 미리 양해라고 구했다면 카페라도 나갔다 올 텐데 층간 소음은 언제나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관리실에서는 매일같이 이웃 간에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층간 소음을 조심하라고 안내하건만 나아지는 건 없어 보인다. 


그런데 막둥이 카톡에 이어 곧바로 아래층에서도 시끄럽다는 문자가 왔다. 우리 집엔 중3인 막둥이밖에 없건만 돌봄 하는 아이들이 몇 번 우리 집에 온  적이 있어 시끄러웠을 거라고 알려줬더니 오늘도 우리 집인 줄 알고 오해한 모양이다.


아래층에 사시는 분은 초등학생 여아 두 명을 둔 고등학교 여교사로 인상 좋고 싹싹하고 예의 바른 동생인데 개학이 연기되어 집에 있는 중이었고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하는데 시끄러워서 집중을 못 하니 괴롭다는 하소연이었다.


나는 '지금 우리 집엔 막둥이 없고 우리도 위층 때문에 힘듭니다."라는 답장을 보냈다. 아래층은 온라인 수업이 일주일 내내 꽉 차게 잡혀 있는데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여건은 안 되니 자신은 얼른 출근하고, 아이들도 학교에 보내고 싶다고 말한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위층 아주머니께 전화를 드렸고 막둥이와 아래층의 이야기를 들려드렸다. 우리 집에 딸밖에 없는데 아래층에서 층간 소음으로 항의 전화가 왔다. 어린아이들이라 조용히 하라고 주의 주는 게 힘든 줄은 알지만 층간 소음의 강도가 너무 심하다. 우리 집 막둥이랑 아래층 아이들도 지금 너무 시끄러워 온라인 수업 듣기가 힘들다 하니 조용히 시켜달라.

하지만 위층의 대답은 밤도 아니고 대낮이고 들어온 지 한 시간밖에 안됐는데 그 정도는 참아줘야 하는 거 아니냐, 아래층도 아니고 그 아래층이면 우리 집이 아니고 옆집일지도 모르지 않냐 하신다. 바로 아래층인 우리 집에서 머리가 흔들릴 정도로 괴롭다는데 위층에서는 아래층의 고충을 이해하려 들지 않고 본인만 이해받기를 바란다.


평소 윗집 아주머니가 매너 없고 막무가내인 못된 분은 아니다. 택지 개발 지구라 비슷한 시기에 입주한 이곳에서 여러 사람 불러다 먹이길 좋아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차 한잔하러 오라고 하고, 약속 있다고 하면 그 친구들 몽땅 데려오라고 할 정도로 사람을 좋아하신다. 먹거리 선물이 들어오면 한가득 나눠 주시는 정 많은 분이다.


코로나19가 이웃 간의 인심도 갈라놓고 있다. 인심 좋고 정 많은 위층 언니도, 상냥하고 예의 바른 아래층 동생도, 새침한 우리 집 막둥이도, 둔감한 나까지. 하지만 가장 괴로운 건 한창 뛰어놀아야 할 나이임에도 집안에서 조용히 지내도록 강요받아야 하는 아이들일 것이다.


이 사태가 하루빨리 진정되어 따뜻한 정을 나누며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각자의 영역에서 열심일 일상으로의 돌아가고 싶다. 


<2020. 4. 7. MBC 여성시대 방송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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