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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Apr 05. 2024

그 시절 하이틴 영화들

Y2K 감성 가득한 영화 추천!

올해는 유독 햇살 가득한 봄날을 보기 힘든 것 같다. 매서웠던 추위 끝에 따스한 봄날을 기다려왔던지라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고 준비한 4월의 씨네아카이브는 맵싸한 날씨와 반대로 몽글몽글 핑크빛 감수성을 한껏 채울 수 있는 영화특집! 핑크빛 하면 역시 로맨스. 개인적으로 로맨스 장르를 정말 좋아하고 즐겨보는 편이다. 나를 영화 덕후의 길로 이끌어 준 것도, 다양한 장르로 조금씩 취향을 넓혀갈 수 있도록 한 것도 이전에 봤던 수많은 로맨스 영화들이 있었기 때문! (로맨스만큼 배우 덕질하기 좋은 장르도 없으니까.) 로맨스 중에서도 소위 말하는 하이틴 로맨스로만 골라 담아봤다. 그때 그 시절, Y2K 느낌 물씬 풍기는 영화 5편을 소개한다.


'씨네아카이브 38. 그 시절 하이틴 영화들' 전문 읽기



<페어런트 트랩 (The Parent Trap)>, 낸시 마이어스, 1998년 개봉

(출처: 영화 스틸컷)

<페어런트 트랩>은 알고 보니 쌍둥이였던 자매가 우연히 여름 캠프에서 만나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고, 신분을 바꾼 상태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헤어졌던 부모님을 다시 이어 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동극. 독일의 동화작가 에리히 캐스트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소개하는 버전은 1961년 버전의 영화를 다시 리메이크한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작품이다. 왕년에 하이틴 영화 좀 봤다면 모를 수 없는 린제이 로한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하이틴 무비의 마라맛 공식 대신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감성으로 가득 채운 영화로 무엇보다 주인공들의 스타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영화. 유행은 돌고 돈다더니 지금 유행하는 패션 아이템들이 가득한데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아빠와 자란 할리와 런던에서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 일하는 엄마와 자란 애니의 미묘한 스타일링 차이를 비교해 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10 Things I Hate About You)>, 길 정거, 1999년 개봉
(출처: 영화 스틸컷)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정반대 성격으로 자란 자매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사랑도 찾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고인이 된 히스 레저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숨겨진 띵작 중 하나로 함께 호흡을 맞춘 줄리아 스타일스와 조셉 고든 래빗의 풋풋한 모습도 볼 수 있다.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는 자칫 뻔하게 느껴질 수 있는 하이틴 무비의 클리셰들을 개성 있는 연출, 캐릭터의 성장 서사, 배우들 간의 케미를 통해 풀어나가는데 개인적으로 5편의 추천작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정도를 잘 지킨 ‘하이틴 무비의 정석’으로 꼽고 싶은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 (Princess Diaries)>, 게리 마샬, 2001년 개봉


(출처: 영화 스틸컷)

<프린세스 다이어리>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던 열다섯 소녀 미아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친할머니로부터 유럽의 작은 왕국 제노비아의 공주이자 유일한 왕위 계승자라는 출생의 비밀을 듣게 되면서 벌어지는 성장담을 그린 작품으로 맥 캐봇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0대 때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을 찾아서 읽기도 했다. (한창 하이틴 소설 좋아할 나이였...) <프린세스 다이어리>는 앤 해서웨이의 스크린 데뷔작이기도 한데 그녀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사랑스러웠던 역할로 미아를 꼽고 싶을 만큼, 소심한 10대 소녀에서 진정한 왕위 계승자로 성장하며 우정도 지키고 사랑도 쟁취해 내는 현대판 디즈니 공주를 사랑스럽게 표현해 냈다. 제노비아 여왕 클라리스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줄리 앤드류스가 맡아 기품 있는 자태로 싱크로율 200%의 캐릭터 소화력과 더불어 앤 해서웨이와 환상의 케미를 보여주었다.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며 속편이 제작되었는데 속편은 제노비아 공주로서 왕실과 왕국에 적응해 내가는 미아의 성장담을 그렸다. 개인적으로 1편과 2편 중 한편만 꼽자면 디즈니 버전 하이틴 감성 가득한 1편 추천!



<왓 어 걸 원츠 (What a Girl Wants)>, 데니 고든, 2003년 개봉


(출처: 영화 스틸컷)

<왓 어 걸 원츠>는 엄마와 단둘이 미국에서 살고 있는 데프니가 늘 궁금했던 아빠를 만나기 위해 무작정 런던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영국 사교계에 입문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린제이 로한과 함께 하이틴 무비계 양대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아만다 바인스가 발랄한 10대 소녀 데프니를 콜린 퍼스가 데프니의 친아빠이자 귀족가문 출신의 전도유망한 정치가 핸리 대쉬우드 역할을 맡았다. 집안의 반대로 헤어져야 했던 커플, 아빠 없이 자란 소녀의 소망,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존재조차 몰랐던 친딸의 등장… 까지만 들으면 화끈한 마라맛 막장드라마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하이틴 무비와 막장 드라마의 한 끗 차이는 같은 소재라도 적당히 유쾌한 선에서 마무리되는 권선징악과 주인공의 내적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 아닐까. 진부하다 불호를 표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진부한 맛에 보는 것 역시 하이틴 무비의 매력. 아만다 바인스의 리즈 시절과 자유로운 영혼을 억누른 영국 신사 역할이 가장 잘 어울리는 콜린 퍼스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이다.



<퀸카로 살아남는 법 (Mean Grils)>, 마크 워터스, 2004년 개봉


(출처: 영화 스틸컷)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주인공이 한 고등학교로 전학을 오게 되고 그 과정에서 학교에서 여왕벌처럼 군림하는 무리와 대립하며 벌어지는 10대 소녀들의 정글보다 더 험난한 고등학교 생존 난투극을 그렸다. 『여왕벌과 여왕벌을 꿈꾸는 아이들: 당신의 딸을 파벌과 가십과 남자친구 그리고 청소년기의 현실로부터 도와주는 법』이라는 원작 소설(제목만 보고 논문인 줄...)을 각색해서 만들었는데 2024년 20년 만에 리메이크 버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린제이 로한이 맑고 순수했던 10대 소녀에서 거짓과 위선에 물들며 점차 타락하는 주인공 케이디 역을 맡아 당대 최고의 하이틴 스타로 했는데 무엇보다 레이첼 맥아담스와 아만다 사이프리다가 신인시절 안타고니스트로 출연한 작품으로 두 사람의 앙칼진 연기를 볼 수 있다.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스토리, 캐릭터 설정, 스타일링까지 2000년대 Y2K 감성이 집대성된 하이틴 영화의 대표 격으로 불린다. 특히 하이틴 무비의 클리셰를 영리하게 활용하며 흑화 하는 주인공, 안타고니스트에 해당하는 인물들의 성장, 10대들의 고등학교 생활을 동물의 왕국에 비유하는 판타지적 연출 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몽글몽글 솜사탕맛 하이틴 무비보다 진한 마라맛 하이틴 무비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영화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영화 뉴스레터 ciné-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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