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아카이브 48. 엠마 톰슨의 얼굴들 Part.1
전에도 언급했지만 나는 관심 가는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파고 들어가다 작품에서 또 다른 배우를 발견하는 굴레를 반복하며 좋아하는 배우 리스트를 쌓아 나간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좋아하는 배우들의 국적을 살펴보니 영국 배우들이 많은 편이었다. 이번에는 그중에서도 가장 애정하는 두 배우 특집으로 9월의 씨네아카이브를 준비했다. 첫 번째 주인공은 엠마 톰슨!
씨네아카이브 48. "엠마 톰슨의 얼굴들 (배우특집 ep.6)" 전문 읽기
엠마 톰슨 (Emma Thompson)
엠마 톰슨은 드라마, 멜로, 코미디,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마다 색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배우로 1992년 <하워즈 엔드>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를 비롯한 12개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엠마 톰슨의 매력은 독보적인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장르의 어떤 배역도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생동감을 불어넣은 느낌이다. 마치 그 인물이 현실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을 것 같다거나 어딘가에서 본 적 있는 것 같달까. 엠마 톰슨이 표현하는 캐릭터 안에는 배우 본연의 개성도 묻어나는데 배우로서의 개성과 표현해야 하는 인물 사이의 절충점을 찾아 캐릭터와 장르를 넘나들며 완벽하게 소화할 줄 아는 배우 같다.
센스 앤 센서빌리티 (Sense & Sensibility)
<센스 앤 센서빌리티>는 제인 오스틴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19세기 영국 젠트리 계급 여성들의 연애와 결혼을 그렸다. 대만 출신의 이안 감독이 연출을 맡고 엠마 톰슨이 각본에 참여했는데 원작 소설보다 더 극적인 작품이 탄생했다는 평과 함께 아카데미에서 각색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아카데미 7개 부문 노미네이트, 베를린 영화제 작품상, 골든 글로브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영화에는 영국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했는데 엠마 톰슨과 케이트 윈슬렛이 각각 엘리너와 메리앤 자매를 맡아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뛰어난 연기 앙상블을 선보였다. 케이트 블란쳇의 경우 이 작품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아 이후 <타이타닉> 주인공을 따냈다고. 이외에도 휴 그랜트가 에드워드 페러스를, <해리포터 시리즈>의 스네이프로 익숙한 앨런 릭먼이 브랜든 대령 역을 맡아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19세기말 잉글랜드. 엘리너와 마리앤 대쉬우드 자매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유산이 첫 부인의 아들 존에게 넘어가자 지금껏 살아온 서섹스의 놀랜드를 떠나게 된다. 두 자매는 동생 마가렛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존 미들턴 경이 제공한 데본 주의 별장으로 거처를 옮긴다. 엘리너는 이곳에서 에드워드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 사이에는 애정이 싹튼다. 한편 단조로운 시골 생활은 미들턴 경과 그의 장모 제닝스 부인이 중매에 몰두하도록 만들고 그들의 눈에 마리앤과 브랜든 대령이 들어오지만 마리앤은 월러비와 사랑에 빠진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세대를 거쳐가며 영화, 드라마, 연극 등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어 왔다. 인물 설정이 비슷하고 항상 연애로 시작해 결혼을 끝나는 작위적인 이야기라는 평도 있지만 그녀가 발표한 소설은 모두 고전 반열에 올랐고 오랜 시간 회자되며 사랑받아왔는데 이는 당시 영국 사회의 배경과 가치관을 인물들의 상황이나 심리 묘사를 통해 잘 녹여냈기에 세대를 넘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은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센스 앤 센서빌리티>는 <오만과 편견>보다 더 재미있게 본 작품으로 소설 속 곁가지를 걸러내고 곳곳에 유머와 풍자를 가미해 마지막까지 엘리너와 메리앤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작품이었다.
마리’s CLIP: 에드워드의 고백 엔딩신
<센스 앤 센서빌리티> 속 자매는 정반대의 성격으로 그려지는데 언니 엘리너는 차분한 이성(Sense)’을, 동생 마리앤은 열정적인 ‘감성(Sensibility)’을 나타나며 이는 작품의 주제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두 자매가 상처를 이겨내는 과정 역시 이성과 감성에 따라 다르게 그려지는데 엘리너는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이성적으로 이해하려 하며 감정 표현을 억제해 온 인물이지만 엔딩에서 만큼은 유일하게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한다. 이를 통해 에드워드와 엘리너는 서로를 향한 마음을 터놓고 교감하며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된다. 꾹 눌러왔던 감정을 마침내 분출시키는 엠마 톰슨의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영화는 두 성향의 대비를 통해 이성과 감성이 균형을 찾는 과정을 세심하게 그렸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성적인 엘리너는 여린 감성의 에드워드와 이어지고, 감성적인 마리앤은 과묵한 브랜든 대령과 이어진다는 것이다. 어쩌면 사랑이란 이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룰 때 완성되는 것이고 연애와 결혼 역시 서로에게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내가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영화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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