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보차로 이미 취해 있는데, 구태어 다시 술을 찾을 것인가?
육보차를 만드는 육보향乡이라는 마을을 휘감아도는 강으로 둘러 싸여 있습니다. 산자락은 나직하며 마을을 포근히 싸고 있어, 저절로 편안함이 나그네의 발걸음을 잡아 끕니다. 오래 된 황토 벽돌집이 곳곳에 있어 시대를 잊게 만듭니다. 동리 유지께서 갓 만든 육보차를 맛보았습니다. 아두芽頭로 만든 육보입니다. 쌀알만큼 작은 찻잎이 앙증맞기까지 합니다. 금준미를 생각하면 됩니다. 그 산뜻하고 싱그러우며 고소한 맛이, 서로의 눈동자만을 쳐다보게 합니다. 좋은 차들은 간간 말을 빼앗아 갑니다. 이런 차는 시중에 나오지 않습니다. 보는 것조차 행운입니다.
사실 육보차향香의 의미는 유장합니다. 육보차향은 인간의 정情입니다. 그래서 진정한 육보차향을 느끼려면 육보차인人을 느껴야 합니다. 한 잔의 육보차는 몸도 마음도 달콤하고 감미롭게 해, 삶을 사랑하게 합니다. ‘육보차로 이미 취해 있는데, 구태어 다시 술을 찾을 것인가?’ 이 자부심이 그네들의 육보차 사랑의 단적 표현입니다.
시중에 있는 육보는 대부분 숙육보입니다. 경발효차와 중발효차로 그 정도를 구분하기도 합니다. 삼학표로 유명한 오주차창이나 육보차창 등이 그 대표차창입니다. 최근에는 무성차창이 현대적 가공설비와 위생적인 보관방식 등을 무기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좋아하는 차는 생육보입니다. 보이차의 생차와 숙차를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그 가공 방식은 차이가 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나 보관된 줄기차나, 씨앗차 맛도 일품입니다. 현지인들처럼 차를 주전자에 넣고 끓여 보십시오. 특유의 달콤함과 시원함이 아마도 처음 맛보는 맛일 것입니다. 제 집사람은 속이 더부룩하거나 먹은 것이 얹혔을때면 지체 없이 노육보를 꺼내듭니다. 마음이 쓸쓸하거나, 제 스스로 제 자신을 위로하고 싶을 때도 노육보에 손을 뻗습니다. 그리곤 위로와 평안을 그 댓가로 받습니다. 전직 방송국 사진기자였던 Y사장은 육보를 마시고 안경을 벗게 되었다고 간증합니다. 인구 통계를 보면 확인이 되겠지만, 육보차를 즐기는 이들 중에는 장수자가 많습니다. 무성차창의 사장이 연구소를 통해 확인한 것 중 하나는, 다른 차류에 비해 육보차에는 구리 함량이 많다고 합니다.
생육보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곳의 육보차인들은 육보차를 여섯 보물차六寶茶로 부르기도 합니다. 찻잎차, 줄기차, 꽃차, 씨앗차, 충시차, 차유茶油가 곧 그것입니다. 찻잎차만 해도 아두가 있고, 춘첨이 있고, 여름차, 가을차가 있습니다.
심지어 이곳에서는 겨울차冬茶도 특별한 대접을 받습니다. 겨울차는 상강霜降이후에 따는 차입니다. 상강이란 서리가 내린다는 절기이니 11월에 접어들어 추위가 성큼 다가서는 계절입니다. 다 자란 성엽을 쓰는데, 잎이 넓게 펼쳐진 그대로, 깻잎 장아치 만들 때처럼 실로 묶어가며 쌓아 놓습니다. 이들 차 중에는 갓 만든 차도 있지만, 수십 년이 지나 빈랑향과 함께 진향이 가득한 차도 종종 있습니다. 때로 잎맥이 얼기설기 하고, 거미줄 같은 투명한 실 줄이 엉켜 있으며, 바닥에는 충시가 가득하다면, 혹자는 고개를 갸우뚱 하며 도리질을 하겠지만, 한 웅큼덜어 광서 도기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보십시오. 붉은 탕 빛에, 부드럽기 비할 바 없는 차가, 매력적인 빈랑향을 풍기면서, 감미롭게 목젖을 적실 것입니다. 다소 헤진, 시꺼멓게 손때가 묻은 육보 바구니에 들어 있다면, 가격을 따지지 말고, 손에 넣으시길 권합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라오포차老婆茶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