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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남편이 출근을 시작했다.

벌써 1주일

나는 퇴근하고 아이들을 재웠다. 그리고 오랜만에 줌으로 글쓰기 수업을 들었다. "세상에서 글 쓰는 것이 얼마나 좋은데 왜?? 안 쓰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머리를 한 대 꽝 맞은 느낌이다. 생각해 보니 그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던 나. 반성한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작성해야겠다.


자영업을 하던 남편의 매장이 해가 갈수록 힘들어졌다. 매장을 한 개 그리고 또한 개를 정리했다. 그리고, 남편은 백수가 되었다. 안방에서 식사 때만 잠깐 나왔다. 그리고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서 누워서 tv만 보는 남편이 미웠다. 더운 여름 어느 날은 화가 나서 내가 물었다.

"돈 들어갈 곳이 한두 군데도 아니고, 카드값이 전부 밀려서 매일 전화받는 것도 힘들어.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기다려봐." 그 뒤로도 남편과 부부싸움을 했다. 그때는 몰랐다. 그는 혼자서 견디고 있었다.


어느 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도 너무 힘들어서 10층 우리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고 싶었어. 그동안 마음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어. 내가 죽는다고 달라지는 것 없고, 아이들과 당신을 보고 다시 시작해 보려고."이야기를 듣는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tv뉴스로만 보던 이야기가 우리 집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남편의 두툼한 손을 잡고 위로했다. "우리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실패해서 다행이야.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요." 


남편은 힘든 택배일을 선택했다. 이제 1주일이 되어가는 듯하다. 처음 하는 택배일이 고된듯하다. 여기저기 몸이 아프다고 이야기를 한다. 오늘 저녁에는 남편이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끓여줬다. 말없이 식사를 마친 남편은 출근을 했다. 잠잘 때 딸아이가 아빠를 찾는다. 아빠품에 잠드는 걸 좋아하는 어린 딸아이는 첫날은 아파트가 떠나가도록 울기 시작했다. 1주일이 지나니 아이도 아빠의 출근을 인지했다. 오빠랑 사이좋게 잠자리에 들었다. 비오는날 고생하는 남편을 위해서 카톡을 남겼다. "여보, 힘내요. 사랑합니다."아침에 퇴근하는 남편을 힘껏 안아줘야겠어요.


오늘도 처자식을 위해서 견디는 남편.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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