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글감이 떠올랐을 때면 신이 나기도 하고 눈 앞이 깜깜해지기도 한다. 이제 이걸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가. 그래서 이 이야기를 통해 나는 무얼 말하려고 하는 가, 무엇보다도 내가 이것을 글로 풀어낼 능력이 될까? 같은 걱정이 함께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래도 무언가가 떠올라 준다는 건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리라. 비록 그 아이디어가 내 머릿속에서만 판타스틱할지라도 말이다. 기가 막히게 새롭고 흥미로운 글감이 떠오르는 것만큼, 그것을 진득하니 풀어나가는 힘이야 말로 재능이고, 행운이며,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나오는 절대 반지 같은 것이다.
내 눈에 그런 절대 반지를 지닌 것 같은 사람이 몇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진격의 거인을 만들어 낸 작가 “이사야마 하지메”다. <인간형 거인이 인간을 잡아먹는다.
그런 거인을 사냥하는 군대가 있다.
성벽 안과 밖으로 나누어진 세계에 감춰진 비밀.> 사실 이 세 가지 키워드만 가지고도 여러 가지 메타포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진격의 거인은 그것을 넘어 충격적인 애니메이션 비주얼과 거미줄처럼 촘촘히 얽혀 나가는 세계관,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려놓은 캐릭터 간의 관계성, 철학이 담긴 대사. 이 모든 걸 다 갖춘 작품이 아닌가...... 그렇게 혼자 과몰입을 해본다.
넷플릭스에서 진격의 거인 마지막 시리즈가 서비스되고 있다. 최초에 '인간형 거인이 인간을 잡아먹는다.'라는 단순한 아이디어로 시작된 이 이야기가 이토록 방대하고 길어질 줄 작가는 알았을까? 혐한을 한 과거가 있다 하고... 연재가 장기화되면서 살짝 늘어지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어쨌든 이 긴 이야기를 끝 낼 수 있는 작가의 역량에 심히 존경심을 표하는 바이다.시작하기는 쉬워도 이야기의 끝을 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니까. 써보지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영역이다.
이야기가 끝나면 하나의 세계도 완성된다. 그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판타지나 sf가 꼭 그렇다. 그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평행이론처럼 이 세계를 살고 있지만 작품이라는 다른 차원의 세계도 함께 살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까. 이번 시즌이 완결이라니... 시원섭섭하지만 마지막을 어떻게 그려놓았을지 궁금함이 더 크다. 부디 리바이를 죽여 버리는 안타까운 일만은 없기를 바라며... 그래서 이걸 다 보려면 나는 또 잠을 언제 자나... 살짝 한숨이 나오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