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아주 만약에 당신이 아프리카에 불시착하게 된다면 과연 어떤 느낌이 들까? 우린 하루 밤을 넘길 수 있을까?
수많은 모험가들과 탐험가들은 이런 호기심에 아프리카를 많이 찾는다. 천의 자연을 가지고 있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그들이 신기하고 낯설기도 하다.
숙소에 도착하면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 투어 신청을 받는다. 거의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가기 위해 케냐를 방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국립공원의 관광은 여행자들의 필수적 방문지다. 그래서 숙소에서도 다양한 상품이 있고,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여행사에서 많이 팔고 있는 상품이 바로 국립공원 투어다.
국립공원 투어를 신청하면 제일 먼저 만나는 사람이 마사이족이라고 하는 원주민을 만나게 된다. 케냐에 도착하면 공항에서 내릴 때부터 생각했던 것보단 발전된 모습에 작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물론 '생각했던 것보다는'이라는 단서가 붇긴 하지만 '우버'도 잘 잡히고, 숙소 예약 어플도 보편적이다.
그래서 마사이족이 사는 마을이라고 하면 괜히 한번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들의 기본적인 호기심이 있다. 물론 이게 상술이라는 걸 알면서도 국립공원 투어에 마사이족 전통마을 견학을 옵션으로 선택하게 된다.
한 번쯤 다녀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꼭 큰 의미를 투고 볼만한 곳은 아니다. 사람이 사는 것처럼 꾸며 놓긴 했지만 이들도 사실은 국립공원이 아니라 도시에 살며 출퇴근하는 사람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배우라고 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민속촌에도 연기를 하는 사람이 있으니 비슷하긴 하니, 이렇게 살았던 문화가 있구나 하는 정도만 본다면 나쁘진 않다.
본격 투어를 시작한 건 마사이족 마을을 체험하고 나서부터였다. 광활한 대 초원이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보여주듯 사람의 손으로 지어진 건물하나 없는 대초원을 달리기 시작했다. 차량은 지붕으로 상체가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특수한 차량으로 운전자가 동물이 있는 위치를 무전을 통해 전달받으면 사람들은 안내하는 방식이다.
특히나 아프리카 빅 5라는 이름으로 다섯 동물을 의미 있게 묶었는데, 이중 몇 마리의 동물을 만나게 할 수 있는가에 따라 여행사의 능력이 결정된다고 했다. (출발 전에는 당연히 모든 동물을 다 볼 수 있을 거라며 장담을 했지만... 다 본다는 건 무리가 있다.)
빅 5라고 묶은 다섯 동물들이야 당연히 보면 좋겠지만 우선 동물원이라는 개념이 없는 이들의 모습에서 동물에 대한 미안함이 생겼다. 동물원의 사자보다 훨씬 용맹하고 건강해 보였고, 동물원의 코끼리보다 아주 매력 있어 보였다.
건강한 상아를 가진 코끼리가 이렇게 반가운 적은 처음이었다. 인위적으로 사육되는 동물들은 서로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위험 요소는 미리 제거를 하는 식이라 상아 같은 위험한 신체는 정리를 하고 사육하게 된다. 그래서 난 자연 상태의 코끼리를 처음 만나는데 너무나 자연스러운 코끼리의 모습에 내가다 뭉클했다.
얼룩말 무리는 국립공원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동물의 무리이다. 물론 하위 포식자 개념으로 초식동물들은 그 개체수가 많은데, 아마 그래서 많은 무리를 쉽게 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반면 사자나 치타 혹은 하이에나 같이 상급 포식자는 잘 보이지 않았다.
얼룩말의 얼룩은 신기하게도 까만 피부에 하얀색 털이 올라와 그런 무늬를 가진다고 한다. 원래 까만 피부를 가진 얼룩말은 태어나면서 흰 털이 자라 얼룩무늬를 만든다. 얼룩말은 무늬도 무늬지만 그 뒤태가 예술이다. 씰룩거리며 다니는 말의 모습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래서 사람들이 얼룩말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는 게 아닌가 싶다.
오늘도 평화로운 초원은 배가 부르면 쉬고, 고프면 움직이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에 의해 움직인다. 그들이 가진 본능의 기본을 그들은 잘하고 있는 중이다. 생각지 않게 먹이를 계속 받아먹는다면 점점 그들은 사냥성을 잃어버리고 도태되어 이 초원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사라질지도 모른다.
총 2박 3일의 일정에 오전과 오후를 나누고, 가까운 곳과 먼 곳을 두루 다니는 프로그램에서 그날 나는 평생 볼 동물을 만나본 것 같다. 동물원도 잘 안 가고, 다큐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특성상 동물을 보거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는데, 아프리카는 그런 나의 경향은 철저하게 무시된다.
눈을 뜨면 보이는 새벽형 동물들. 점심 먹고 돌다 보면 만나게 되는 초식 동물들. 해가 어스름 넘어가면서 만나게 되는 맹수들까지 전혀 상상해 볼 수 없었던 동물의 왕국을 경험하게 된다. 내 인생의 건강한 도전이 아마 이런 게 아닐까?
가두어 키우는 기린. 사실 이 기린은 가두어 키운다기보다는 자연이나 무리에서 도태되어 빠져나온 아이들이 사육되는 중이다. 인간의 손을 탔다는 점에서 조금 불쌍해 보이지만 자연에 두었을 때, 무의미하게 죽어나가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다. 이곳은 멸종위기의 로스차일드 기린을 보호하고 번식시키는 센터이다.
먹이 사슬의 중간을 차지하는 초식동물 기린은 힘이 좋고, 빠른 발을 가지고 있어 쉽게 잡아 먹힐 일은 잘 없지만 자연의 잔인함은 생각보다 깊으니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입구에서부터 기린이 좋아하는 먹이 파는 상인의 행렬이 이어진다. 이들에게 한 봉지를 산 먹이는 기린이 아주 좋아하는 음식이다. 음식은 봉지에서 꺼내자마자 달려드러 먹기 시작한다.
그 때문에 국립공원에서 멀리 보던 기린은 바로 코 앞에서 두고 볼 수 있고 만질 수도 있다. 아이들에겐 무서운 기억이 될 수도 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고 만질 수 있다는 건 아주 특별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무한도전은 다양한 영역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특히나 아프리카의 케냐에서 코까지 고아원 봉사는 특별하게 나에게 도전 정신을 심었다. 아프리카에 간다면 반드시 나도 이들이 했던 봉사를 위해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착하자마자 알아보게 된 코끼리 고아원은 '셀드릭 야생동물 재단'이라는 곳이다. 국립공원도 다녀오고 기린센터까지 다녀왔다면 다음으론 코끼리를 볼 수 있는 셀드릭 재단이다. 이 재단은 위기 동물을 보호하고 키우는 곳인데, 다녀온 기린센터와 비슷하게 멸종위기나 무리에서 이탈한 기린을 거두어 키우는 곳이다.
방송에서는 두 마리 코끼리가 자주 언급이 되었는데, 도토와 잠보라는 코끼리는 이곳에 살고 있는 코끼리 중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아직 어려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 동물들은 정부의 지원과 후원단체의 지원을 받아 조금씩 자연으로 돌아갈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한번 맡은 냄새는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하던데, 나중에 도토나 잠보가 무한도전 멤버들을 기억한다면 나도 같은 감동적일 것 같다. 나는 냄새를 기억시킬 만큼 가까이 가질 못하고 멀리서 볼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사육하시는 분들이 울타리 가까이 데리고 와서 머리를 쓰담을 수 있도록 해줬다.
코끼리 털은 아주아주 부드러웠다. 몇 가락 없는 털을 손바닥으로 비비는데, 얼마나 귀엽던지.
덩치만 작았어도 격하게 귀여워했을 텐데, 그 덩치가 너무 부담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