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월 Oct 01. 2019

(팟캐스트 추천) 그것은 알기 싫다

337회 기묘한 개헌안, 일본의 개헌에 대한 이야기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를 즐겨 듣고 있다. 한국의 핫한 이슈를 다루지 않고 긴 호흡으로 사회 전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종종 듣는 편이다.

왜, 핫한 이슈가 있으면 모든 방송에서 그 이야기만 해서 지겹거나 좀 다른 이야기가 듣고 싶어 질 때가 있지 않은가? 그것은 알기 싫다는 나에게 새로운 시각과 정보를 주기 때문에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레전드 방송은 2017년에 방송된 '왕좌의 게임 얼음과 불이 잉해'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선거시즌에 큰 도움이 되는 데이터 센트럴 방송도 매우 유익하다.

'그것은 알기 싫다'는 2012년 10월 딴지일보에서 제작 및 배포를 하는 팟캐스트였으나, 2014년 4월 딴지 라디오에서 독립하여 XSFM으로 이전하였음.

그중 최신 에피소드는 가능하면 많은 이들이 들어봤으면 하는 이야기였다.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실소가 터져 나왔다가 미쳤네 미쳤어라는 말을 하게 만든 방송이었다.


에피소드 제목은 337회 '기묘한 개헌안'.

다른 에피소드와는 다르게 총 3회 차 분량으로 진행이 되었고 하루 차이로 업데이트가 되어 한꺼번에 3회 차를 다 들었다.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안 듣고 넘길까 했다가 궁금해서 틀었고, 첫회에서는 30분쯤 이번 에피소드의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근데, 뭐? 일본 헌법 이야기라고?


내가 대한민국 헌법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데, 요즘 같은 시기에 일본 헌법을 알 필요가 있나? 싶었다가 심심해서 그냥 듣기로 했다. 결론만 먼저 말하자면, 매우 유익한 방송이었고 에피소드 끝 무렵에 유엠씨가 말했던 것 같은데, 자민당에서 만든 개헌안은 적어도 한국어, 중국어, 말레이시아어, 필리핀어로는 번역이 되어서 일본이 과거에 일으킨 전쟁으로 피해를 본 국가들이 읽어봐야 한다는 의견에 격하게 공감하게 되었다.


에피소드 1에서는 메이지 헌법과 평화헌법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일본이 1889년 전제군주제를 이루고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쓰였던 대일본제국헌법과 패망 이후 GHQ(연합군 최고사령부)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평화헌법이라고 불리는 1947년 일본국헌법의 일부를 이야기하며, 일본이 패망 이후 어떤 태도를 가지고 헌법을 만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일본은 봉건제도가 굳건한 나라였고, 약 300개의 번으로 지방분권제가 강한 나라였다고 한다. 하지만 근대시대로 넘어가면서 하나의 나라로 만들고자 구심점이 필요했고 그래서 생겨난 것이 천황이라고 생각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대일본제국헌법의 제1장은 천황이며, 제1조는 대일본제국은 만세일계(영원히 한 집안이라는 뜻)의 천황이 이를 통치한다로 되어 있다. 대한민국 헌법과 너무나도 대조되는 문구이며, 헌법이라는 개념이 무색할 정도의 문장이 아닌가 싶었다. 즉, 봉건제에서 전제군주제로 넘어가기 위한 헌법이라고 이야기한다. 19세기에 전제군주제라니...

대한민국 헌법 제1장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일본이 제2차 세계 대전을 폐한 후, GHQ에 점령되어 주권을 박탈당하고 더글라스 맥아더 사령관이 일본 제국 헌법의 개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일본 안이 처음에 작성이 되었으나, 이 개정안은 거부당하였고, 맥아더 사령관이 초안(10일 안에 만들어졌다고 함)을 만들어주기로 결정하였다. 결국 맥아더 초안을 바탕으로 1946년 일본국 헌법이 만들어졌다. 이 헌법에서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으로 남게 되었으며, 평화헌법이라고 불리는 문장들을 볼 수 있다. 전문 첫 문장에 전쟁의 참회가 일어나지 않도록 함을 결의한다 라는 문장이 들어가 있으며, 전 세계 국민의 평화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헌법 제9조는 전쟁의 포기를 구성하고 있다. 이 헌법에 대한 설명을 통해 일본의 의원내각제와 천황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에피소드 2는 자유민주당(자민당)이 내놓은 개헌안 초안과 일본의 현재 헌법 그리고 대한민국 헌법을 읽으면서 자민당이 내놓은 초안이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문제가 많은 것인지 쉽고 지루하지 않게 알려준다. 진행자 기계 네티즌님은 이 초안을 보고 일본이 보통 국가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이하의 국가로 가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초안의 전문 첫 문장에서부터 '국민주권'이라는 단어가 살아지고 다시 천황을 앞세우고 있었고 인권보다는 자위권을 앞세우고 있었다. 새로 신설된 3조 일장기와 기미가요에 대한 이야기도 놀라웠는데, 제9조 '전쟁포기' 개정안은 자민당의 의도를 확실히 볼 수 있었다. 군대를 만들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전반적으로 개정안은 국민을 위한 헌법이 아니라, 개인은 사라지고 전체주의를 앞세우고 국가만 앞세운 헌법으로 보인다.


에피소드 3에 대한 이야기는 짧게 소개하고 추천을 끝내고자 한다. 계속해서 자민당의 개정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교육에 대한 이상한 정의, 계엄권, 긴급선언 등 그들의 나쁜 의도를 어떤 식으로 포장해 놓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진행자분이 에피소드 2 끝부분에 한 이야기가 마음에 콕! 박혀 남긴다.

혹시 한국에서 어느 정당에서든 초안이 나오면, 바쁘시더라도 천천히 하나하나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글자 하나가 바뀌는 것이 어쩌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릅니다.

일본 헌법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한국 헌법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으며 개헌에 대한 이야기가 한국에서도 나오고 있기 때문에 더 관심 있게 들었던 방송인 것 같다. 많은 분들이 들으셨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극히 개인적인 추천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