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당연하지만 그때는 당연하지 않았다.
집 주변에서 당연하게 볼 수 있는 가게들.. 편의점, 미용실, 인테리어, 분식집, 기타 등등 이렇게 거주지 부근에 형성된 상권을 골목상권이라 이야기한다. 70년대에도 골목상권이라는 것이 존재했을까? 그렇지 않다.
골목상권의 작은 시작은 슈퍼마켓에서부터이다.
혹시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슈퍼마켓의 등장이 소매업의 혁신이었다는 것을... 이전에는 식료품 가게와 같은 작은 매장이 존재했다. 이때의 판매방식은 드라이브 스루와 다를 것이 없었다. 소비자가 가게 주인에게 필요한 물건을 이야기하고 구매하면 되었다. 슈퍼마켓은 고르는 재미의 시작이었다. 물건을 직접 보고, 만져보고 선택할 수 있는 쇼핑의 즐거움을 선사한 것이다.
동네에서 슈퍼마켓의 역할
슈퍼마켓의 역할은 단순히 생필품 공급과 쇼핑하는 즐거움에서 멈추지 않았다. 응답하라 1988을 본 적이 있는가? 슈퍼마켓 앞 평상에 모여서 콩나물을 다듬으며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슈퍼마켓은 사교의 장소였으며, 동네의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뿐 아니라 집수리가 필요하며 업체에 연결해 주고, 외판원들이 진행하는 행사를 유치하는 기획사였다. 새로운 유입된 주민에게는 동네와 삶의 노하우를 배우는 교육기관이도 했다. 이렇게 사람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슈퍼마켓은 슈퍼맨처럼 동네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역할은 어느 동네에서는 미용실에서 또 어떤 곳에서는 전파사가 또는 부동산 등등이 도맡아 진행해 왔다.
골목상권의 분업화와 전문화
90년 후반 IMF사태가 불러온 대량해고는 골목상권의 분업화를 불러오게 된다. 슈퍼마켓과 한 곳에서 담당하던 역할을 해고로 인해 만들어진 수많은 가게들이 그 기능을 분담하게 된다. 2000대 이후 시작된 대규모 자본의 골목상권 진출은 이를 보다 전문화시킨다. 편의점을 생각하면 편하다 슈퍼마켓처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지는 않지만 식료품 하나는 전문적으로 공급하고 있지 않은가?
대학동 사례를 통해 본 골목상권의 사각지대
분업화와 전문화는 효율 극대화를 위해서 만들어진 방법들이다. 지역별 맞춤형 시스템을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시스템 의존하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또는 수입률이 낮은 영역이기에 소외받는 경우도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고 지역 주민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대학동에는 수험생과 1인 가구가 많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인구가 거주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대학동을 아무리 돌아다녀보아도 심리상담소를 발견할 수는 없다. 이유가 무엇일까? 대학동 인구만으로 수입을 보장하기 힘들다거나 지역 거주민의 소비력이 문제일 수 있을 것이다. 대학동에서 독특하게도 심리상담소의 역할을 대신하는 가게가 존재한다. 바로 독서실과 카페다. 모든 곳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독서실과 카페 이용객에게 심리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예전 슈퍼마켓처럼 본업은 아니지만 지역주민의 욕구와 필요를 해소하고 있는 것이다.
골목상권 사각지대에서 찾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새로운 가능성
로컬크이에이터라는 신조어가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스몰 브랜드로 정의하기도 또 다른 누군가는 지역가치를 상승시키는 디벨로퍼로 정의하기도 한다. 무엇으로 정의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만... 창의적인 방법으로 지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지 않을까 싶다. 로컬 크리에이터가 앵커스토어라 지역의 대표 브랜드뿐만 아니라 새로운 방법들로 골목상권의 사각지대를 매우는 시도들이 이루어진다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부동산 가격이나 기타 여러조건들로 동네에는 특정 계층이 거주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에게 대규모 자본이 제공하지 못하는 필요한 것들 만들어 나가는 것이 지역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새로운 방법이지 않을까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