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프리워커
<1부> 나의 일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카페에서 노트북을 켜고, 작성할 원고를 고민하다 옆자리에 앉은 친구에게 물었다.
“야! 너 왜 일하냐?”
친구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듯 멍하니 내 얼굴만 쳐다보다 장난치는 것은 아니구나 싶었는지 입을 연다. 답변까지 걸렸던 시간에 비하면 간단했다.
“돈 벌려고 한다.”
그래 너란 사람은 그럴 수 있지. 수긍하며 좀 더 명확하게 질문을 던졌다.
“아 물론 그렇지. 돈을 벌려고 일하는 게 당연하지! 그러면 지금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뭐야?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많잖아!”
친구 녀석은 흡사 면접관 앞에 있는 응시자 같은 진지한 눈빛으로 답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직업 중에서 지금 하는 일이 연봉이 제일 많으니까!”
‘세속적’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높은 이상이나 종교적 믿음이 없이 세상의 일반적인 풍속을 따르는’이다. 보통은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말이지만, 대다수의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다. 내 친구는 세속적인 사람이다. 맹세코 비판이 아니다. 녀석을 잘 알고 있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학창시절을 보냈고,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런 그는 가끔 내게 ‘유별나다’고 이야기한다.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 안정적인 소득보다는 일의 가치와 재미를 중심에 두는 모습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지 벌써 10년이 흘렀다. 학부 시절 전공은 인문계열 중에는 기업 취업에 가장 좋다는 경영학이었다. 졸업 후 유명세도 없고 급여도 적은 비영리단체에 취업하는 내 모습을 보며, 동문들은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나중에 정치할 거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미래에 대한 엄청난 포부가 있다거나 일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평생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직장생활의 지루함과 반복되는 일상을 버텨낼 자신이 없기도 했다. 그렇게 들어간 직장인데 만족스럽지 않았다. 급여나 복지 등의 문제 때문은 아니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없다는 불만이 가장 컸다.
그렇게 퇴사를 선택했다. 이리저리 알아봤지만 결국 원하는 직장은 없었다. 대학원을 다니며 5년 정도 프리랜서처럼 이런저런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최근에는 조그만 연구소의 대표가 되었다. 내가 원하는 직장이 없다면 직접 만들자는 생각에 창업을 결정한 셈이다. 겁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 성향 덕분에 연구소는 남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작년까지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 역시 ‘연구소의 정체가 뭐냐’는 것이었다. 물론 연구프로젝트도 충실히 하고 있긴 하지만 연구소가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지역콘텐츠를 만들고, 전시회를 열며, 지역탐방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모습을 보고는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친구가 했던 말처럼 스스로도 유별나다고 생각했다. 적당히 세상에 맞추며 살아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한 적도 있다. 이런 고민은 올해 초까지도 계속되었다. 그러다 아주 우연한 계기를 통해 그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띄워준 ‘프리워커’라는 개념을 접하면서부터다. 알면 알수록 나도 ‘프리워커’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나만 유별난 것은 아닌지 싶어 적당한 타협을 생각하던 차에,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