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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진 Jul 24. 2019

시계에 관한 이야기

후회가 많은 사람들을 위해

시계에 관한 이야기     



시작과 끝을 알려주는 시계. 길게 느껴지는 시간을 24개로 쪼개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시계. 시계는 그 자체의 물질적 의미보다, 시간이라는 추상적 존재로 사람들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와 그 이유를 물었다. 각자 다른 시간을 선호했지만 좋아하는 이유는 같았다. 모두 나만의 시간이라고 느껴지는 시간이 가장 좋다고 했다. 모두의 것이어서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시간을 각자 다르게 음미하며 ‘자신만의 시간’으로 소유한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도 시간은 주변을 음미할 수 있도록 나만을 위해 존재하기도 한다.     


시간을 멈출 수 있다면 뭘 하고 싶은지 물었다. 실현 불가능한 이 질문을 통해 사람들이 현재에 뭘 원하고 있는지 조금은 알 것만 같았다.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일을 미룬 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싶다는 소망. 모두 멈춰있을 테니 그 시간에 더 노력해 자신만의 발전을 이루고 싶다는 소망. 자유를 위해 혼자 여행 가고 싶다는 소망. 기한 없이 자고 싶다는 소망. 과거에 갔었던 곳을 가고 싶다는 소망. 평소 시간과 현실이라는 한계로 이루지 못했던 일들을 말해주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나니 시간은 언제나 똑같이 흘러가고, 한정적이니 지금 현실의 상황만 잘 조정하면 이 소망들을 꼭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응원해주고 싶어 졌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 뭘 하고 싶은지 물었다. 과거형의 후회가 섞인 이 질문은 자신이 하지 못했던, 혹은 했었던 일 중 가슴에 응어리로 남아있는 것들을 수면 위로 들어 올린다.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되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태어났던 순간으로 택한 사람이 있는가 하지만, 힘든 순간들이 다 지나간 지금이 좋아 되돌리고 싶지 않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 현재는 과거의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들로 만들어진 값진 산물이다. 지금의 현재 역시 하나의 점 같은 선택이 되어 미래를 이룰 것이다. 그러니 과거의 자신을 믿으며 너무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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