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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나무 Feb 16. 2021

둘째는 발로 키운다고요?

같은 엄마 뱃속에서 나왔지만 첫째와 둘째는 다르다. 첫째는 처음이니 잘 몰랐고, 둘째는 경험이 있다 보니 다른 게 더 피부로 느껴진다.



통잠의 추억



첫째는 태어난 지 50일경부터 통잠을 자기 시작했다. 보통 100일의 기적이라고 해서 그 즈음 통잠을 자기 시작한다는데 생후 일주일이 안된 시기에 밤에 4시간을 잔 적도 있다. 모유수유를 해야 하는데 아기가 통잠을 자니 새벽에 깨서 유축하는 것도 귀찮고 어지러워서 약까지 먹으면서 모유수유를 일찍 끊었다. 그렇게 첫째 아이는 잠과는 인연이 깊다. 이후에도 쭉 통잠을 자고, 낮에는 3시간을 꼬박 자고 일어나서 분유를 먹고 다시 잠들었다. 아이가 깨어서 논 기억이 별로 없다. 아이가 잘 자니 편하긴 했지만 가끔은 '너무 많이 자는 거 아닌가' 싶어서 인터넷에 '많이 자는 아기'를 검색해본 적도 있다. 반응은 다들 '지금이 좋을 때'라고, 곧 낮잠도 안 자는 시기가 온다고 했다. 한결같은 댓글을 보고 마음을 놓았다.


첫째는 잘 자서 수월했지만 문제는 내 몸이 여기저기 고장나서 출산 후 1년 동안 병원을 다녔다. 검사비며 병원비만 수백만 원이 깨졌다. 이래서 산후조리에 돈을 아끼지 말라고 하나 보다. 꼭 산후조리 때문은 아니었겠지만 몸이 괜찮은 줄 알고 무리했나보다. 출산 2주만에 육아와 집안일을 시작했고, 그때는 블로그까지 했다. 다들 그렇게 하는 줄 알았다. 근데 내 몸은 갑작스런 변화를 견뎌낼 튼튼한 몸이 아니었나 보다. 둘째를 낳고는 한 달 동안 산후도우미를 쓰고 마사지도 받고 최대한 쉬려고 했다.


다행히 1년 후쯤 운동을 시작하면서 몸이 많이 좋아졌다. 운동 선생님은 "이 몸으로 육아를 어떻게 했냐?"며 놀라워했다. 자기는 30분도 못 견딜 거라고 하는데 눈물이 왈칵 났다. 주위에선 멀쩡해보이는데 뭘 그렇게 아프다고 하냐는 표정인데 나는 끝도 없는 절망감과 늘 싸워야 했다. 몸이 아픈 것보다 죽을까 봐 더 두려웠다. 두려움이 사람을 삼키면 어떻게 되는지 1년 동안 경험했다.


이렇게 힘들면 둘째 생각은 안 할 것 같은데 그래도 첫째에게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아이를 늦게 가진 편이라서 아이가 크면 엄마, 아빠가 언제까지 살지 모르는데 동생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이제는 몸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느낄 때쯤 둘째를 가졌다. 첫째가 커서 이제 좀 수월해졌다 싶을 때쯤 다시 시작, 하하. 그냥 웃지요.

 


둘째가 안 자서 좋은 점  



첫째는 병원에서 집으로 온 첫 날 낯선지 종일 울긴 했지만, 다음 날부터 언제 그랬냐는 듯 잘 잤다. 산후도우미로 오신 분이 할 일이 별로 없을 정도로 분유만 먹으면 잠들었다. 둘째는 잘 안 자고 얼마나 우는지 계속 안아줄 수만 없어서 1시간, 2시간 텀으로 계속 분유를 먹였다. 분유를 먹으면 좀 잦아들긴 했지만, 너무 자주 먹이는 것 같아 인터넷을 찾아 봤더니 쪽쪽이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다음 날 쪽쪽이를 사서 물렸더니 이건 신세계. 아이가 울다가 쪽쪽이를 물면 잠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수유텀도 맞추고 잠까지 잘 자기 시작했다. 첫째는 쪽쪽이를 써본 적도 없는데 둘째는 없으면 못 키웠을 듯.


50일쯤부터 통잠을 잔 첫째와 달리 둘째는 100일이 지나도 통잠을 잘 기미가 없었다. 새벽에 2번을 깼다. 둘째는 통잠을 안 자는 아기인가 보다 포기하고 있을 때쯤 자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더니 이제는 새벽에 1번 정도 깬다. 낮에도 자긴 하는데 겨우 재워도 30분이 안 돼서 일어난다. 첫째는 한번 자면 푹 자니 집안일을 좀 할 수 있었는데, 둘째는 겨우 재우고 뭘 좀 할려고 하면 일어난다. 도대체 재운 거 맞는 걸까 싶다.


한 가지 좋은 건 첫째는 눈 마주치고 논 기억이 많지 않은데 둘째는 주로 깨어 있으니 노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거다. 첫째는 돌까지 잘 안 웃는 편이었는데 둘째는 눈만 마주쳐도 웃는다. 이렇게 아기가 잘 웃는다는 걸 둘째를 보고 처음 알았다.(첫째는 지금은 엄청 잘 웃는다)

첫째는 주로 자느라 육아템들을 써볼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둘째는 아기체육관이며 딸랑이며 치발기며 더 사주고 싶을 정도로 잘 쓴다. 육아가 고단하고 힘들어도 이렇게 아이가 눈 마주치며 한번 웃어주면 그냥 나도 무장해제되어버린다. 아이들 덕분에 참 많이 웃고 산다. 목소리도 높아진다. 


주로 잠을 잤던 첫째(왼)와 주로 깨어 노는 둘째(오).



둘째 육아가 수월한 이유



확실히 둘째가 좀 더 수월한 건 있다. 한번 키워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기도 하고 내가 몸이 좀 더 건강해진 이유도 다. 첫째 때도 그랬지만 육아를 함께 하는 남편의 역할도 크다. 첫째 때는 울면 왜 울까 안절부절했는데, 둘째는 울어도 '우나 보다, 영아산통인가 보네' 하면서 조금은 마음을 편하게 갖는다. 첫째는 영아산통인지 한두 시간 내내 울어서 혼을 쏙 빼놓기도 했는데, 다행히 둘째는 그렇게 운 적은 아직 없다.


첫째 때는 이 힘든 게 언제 끝날까 싶었는데, 둘째는 돌까지 키우면 조금 수월해진다는 걸 안다. 회사에서 경력이 쌓이듯이 육아에서도 한번의 경험이 노하우로 쌓이지 않았을까. 그래도 아이마다 다르기 때문에 속단할 순 없다. 아직은 둘째가 어리니 잠과 웃음 등으로 성향을 엿보지만, 조금 더 크면 성격이 어떨지 모르겠다. 지금은 첫째가 둘째를 많이 예뻐하는 편인데 커서 싸우지 말고 둘이 잘 좀 놀았으면 좋겠다. 엄마 좀 쉬게.


그리고 아무리 잘 자고 순한 아기여도 육아에 쉬운 건 없다. 한 아이를 수발들며 (거기다 일까지 하며) 하루를 보내다 보면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가출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오늘도 좋은 날이 오겠지 하는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수발을 든다.



메인 커버 사진: Photo by Fé Ngô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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