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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나무 Aug 18. 2021

책 쓰기의 즐거움과 괴로움

첫 책 <주말엔 아이와 바다에>

동전의 양면처럼 즐거움에는 괴로움도 종종 따른다. 얼마 전 첫 책이 나왔다. 책 쓰는 게 꿈이었으니 기쁘고 설레지만 마음 한편이 무겁다. 내 글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읽힐까 싶은 마음 때문. '저자의 무게'가 실감나게 와닿는 순간이다.



좋은 글의 기준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은 '영감을 주는 글'이다. 글을 읽으면서 새로운 시각과 삶의 태도를 배울 때 좋은 글이라는 걸 느낀다. 그런 글을 쓰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이번에 책을 쓰며 여실히 느꼈다.

나는 문장을 잘 써야 좋은 글이라는 강박이 있다. 문장도 사고의 뿌리가 있어야 생기는 건데 열매만 바라니 좋은 글이 나오기가 쉽지 않았다. 처음엔 쉽게 썼는데 원고 마감일이 다가오며 출간에 대한 압박이 커졌다. 내 글이 사람들이 돈을 주고 사서 읽을 만한 가치의 글일까. 기준을 가져오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요즘 말로 '영끌'해서 글을 고치고 또 고쳤다. 나는 한번 쓴 글은 퇴고를 많이 안 하는 편이었는데, 퇴고가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꼈다. 다행히 글은 고칠수록 나아지고, 고칠수록 좋아졌다.



글에 집중하기 



생각을 많이 하는 만큼 좋은 글이 나오는 건 당연지사. 돋보기에 햇볕을 집중해서 태워야 종이가 타는 것처럼 사고와 문장도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산만한 편이었고 생각을 집중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글은 정직하다. 내가 시간과 노력과 정성을 들인 만큼 좋은 글이 나온다. 대충 쓰면 대충 그런 글이 나온다. 천재가 일필휘지로 쓰는 게 아니라 엉덩이로 쓰는 것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책에 고민을 거듭하며 쓴 글이 있는데 이 글이 제일 마음에 든다. 고민의 흔적이 글에 고스란히 담겨 있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책을 쓰면서 가장 큰 성과는 글 쓰는 법, 글 쓰는 태도에 대해 좀 더 터득하고 배웠다는 점이다.



누구에게나 아쉬움은 남는 법



책을 쓰면서 아무리 글을 써도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자괴감에 빠진 적이 있다. 남편도 함께 책을 썼는데 남편은 한 번 쓴 글에 대해 개의치 않고 수정도 거의 하지 않았다. 대신 남편은 글을 쓰기까지 머릿속으로 꽤오랜 시간 구상한다고 했다.


아무리 글을 고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내 한계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토로했더니 남편은 이런 말을 했다. "누구에게나 아쉬움은 있어. 나도 내 글에 아쉬움이 있지만 개의치 않아. 중요한 건 어제보다 나은 글을 쓰면 되는 거야."

남편은 '바른 말 자판기'처럼 명언들을 남길 때가 있다. 나는 이 말이 마음에 콕 박혔다. 높은 기준에 못 미친다고 한탄하기보다 예전보다 나은 글을 썼다는 것에 만족을 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시간이 있었다면 글을 더 고쳤겠지만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어느 순간 손을 떼기로 했다. 욕심은 끝이 없고 출간 일정이 있는데 내가 욕심을 부리다 보면, 디자이너와 편집자가 일할 시간이 줄어들고 민폐를 끼친다는 생각도 한몫했다. 책은 저자가 쓰지만 편집자와 디자이너와 유기적으로 일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독단적으로 고집 부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원고를 넘기고 나니 마음이 후련했다.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쉽고 부족한 부분은 내 실력의 한계로 남겨두기로 했다.



책 만들기의 즐거움  


책을 쓰면서 배운 게 많은데 가장 큰 배움은 출판사 대표님을 통해서였다. 나도 책 만드는 일을 했지만, 그동안 나는 '하수'였구나 느낄 만큼 배울 점이 많았다. 우선 기획 단계에서 독자 타깃을 세부적으로 그려주면서 이 독자들을 대상으로 할 때 어떤 기획들이 나와야 하는지에 대해 짚어주셨다. 독자들이 이런 부분을 궁금해할 것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뤘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그에 맞게 저자들이 모여서 회의하고 수정하면서 기획을 잡아나갔다.


기획안이 확정된 후 원고 마감은 한번에 하기보다  매주 하기로 했다. 저자가 3명이다 보니 한 주에 합쳐서 4~5편의 원고를 보냈는데, 그러면 대표님이 읽은 후 원고에 대한 피드백을 주셨다. 원고의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어떤 부분은 보완했으면 좋겠는지 피드백을 주시면 그에 맞게 고를 다듬었다. 원고가 완성될 즈음에는 비슷한 주제의 다른 책들을 참고하면서 보강해야 할 주제도 알려주시고, 어떻게 해야 책을 잘 만들고, 잘 팔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책을 만드는 모습에 감탄했다. 나도 다시 책을 만들어볼 기회가 생긴다면 이렇게 더 적극적으로 가이드와 길잡이를 주는 편집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원고 마감을 한 후에도 어떤 사진이 좋을지 의견을 나누고 어떤 디자인이 나을지 고민하며 책을 만드는 것도 재밌는 과정이었다. 출판사 대표님은 저자를 굉장히 배려하면서 책을 만든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지점에서는 단호한 부분도 있었지만, 서체 크기와 디자인까지 의견을 구하면서 만드는 걸 보면서 세심하면서도 배려가 느껴졌다.

책을 쓰면서 나의 한계를 마주하기도 했지만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여러 사람이 합심해 최선을 다한 값진 시간이었다.


바다에서 찍은 나의 첫 책, <주말엔 아이와 바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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