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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나무 Aug 24. 2021

<주말엔 아이와 바다에> 출간 후기

강릉에 사는 세 명의 저자가 함께 쓴 <주말엔 아이와 바다에>

이 책은 강원도 한 기관의 공모전에 선정되면서 시작했다. 강원도를 기반으로 글을 쓰면 출판 지원금을 주는 공모전이라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와 함께 하는 강릉 여행’에 관한 책을 쓰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눴다. 강릉 여행에 관한 책은 많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에 관한 책은 본 적이 없었다. 강릉에 살면서 아이를 동반해 가족여행을 오는 지인들이 많았는데, 현지인 입장에서 가이드를 줄 수 있는 책이면 아주 좋을 것 같았다.      


공모전은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선정됐다. 선정된 건 기뻤지만 출간 기간이 정해져 있어 시간이 빠듯했다. 원래는 원고를 쓴 후 출판사를 섭외하는 일정이었지만, 먼저 출판사 섭외부터 시작했다. 출판사에서도 책을 준비할 기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강릉에 자주 놀러오시는 출판사 대표님께 제안을 했다. 지원금도 있겠다 당연히 수락해주실 줄 알았는데, 굉장히 난감해하셨다. 거절은 해야겠는데 어떻게 거절을 해야 할지 적당할 말을 찾고 있는 게 느껴졌다. 우선 가장 중요한 원고가 없었고, 원고가 있어도 출간하기에 빠듯한 일정이 걸림돌이었다.


다급해진 마음에 “기간 내에 대충 만들어만 주시면 안 될까요?” 읍소했더니 대표님이 명언을 남겼다.

“책을 잘 ‘못’ 만들기가 정말 어렵더라고요.”

아, 더는 설득할 말을 찾지 못하고 말문이 막혔다. 책을 만드는 데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들 책은 2주만에도 만든다는데 못 만들 것도 없다는 내 판단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아무튼 그날 저녁 남편과 함께 한 시간 넘게 설득을 했는데, 어느 지점에서인지 대표님은 책을 내보자고 수락을 하셨다. 기뻤지만 반신반의하는 마음에 취소하시면 안 된다고 다짐을 받고 출간 여행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 바다


아이와 함께 가볼 만한 강릉 여행지를 기반으로 기획안을 작성해 대표님께 보냈다. 이제 본격적으로 쓰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대표님은 기획안에 대한 의견을 대폭 수정해서 보내주셨다. 강릉 하면 바다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으니 바다를 더 세분화해서 넣었으면 좋겠고, 아이를 동반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강릉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이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으니 기획안도 구체적으로 수정할 수 있었다. 글은 저자가 쓰지만 책의 기획과 완성도에는 이렇게 출판사의 공로가 숨어 있다.

      

원고는 한 번에 완성하기보다 매주 마감을 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니 글에 대한 부담이 훨씬 줄어들었다. 세 명이 함께 쓰니 매주 한두 편씩 마감을 하면 됐다. 아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 아이들을 다 재우고 늦은 밤과 새벽 시간을 활용해 글을 썼다. 처음엔 글을 쓸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시간이 아니라 사고력과 필력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기존 여행서와 다르게 여행지를 추천하는 이유를 에세이로 담았다. 내가 이곳을 추천하는 이유, 이곳을 어떻게 즐기면 더 좋은 여행을 할 수 있는지를 한 편의 글로 담아내야 했다. 출간일이 다가오면서 글에 대한 압박감이 강해졌다.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 최소한 부끄럽지 않은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에 잠을 설쳤다.


동해안 최대 해변, 경포해변. 강릉 바다를 경포해변과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행인 건 저자가 세 명이다 보니 서로 글을 보여주면서 피드백을 주고 그에 맞게 수정을 할 수 있었다. 저자마다 글 쓰는 스타일이 달랐다. 주성은 머릿속으로 오랜 시간 구상한 후 쓰기 시작하면 한두 시간이면 글을 완성했다. 글을 쓴 후에는 크게 개의치도 않고 수정도 거의 하지 않았다. 이서는 관련 정보들을 충분히 찾은 후 글을 쓰기 시작하고 수정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나는 떠오르는 대로 일단 쓰는 스타일이다. 글을 쓰면서 정리가 되면 처음부터 다시 쓰고 관련 정보를 찾는다. 이번 책을 쓰면서 더 이상은 수정 못하겠다 싶을 정도로 고치고 또 고쳤다. 내가 언제 이렇게 최선을 다하며 살았나 싶을 만큼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책이 나온 후 글에 대한 아쉬움은 있을지라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시간, 강릉에서의 바다멍.



책은 종합예술이라는 말처럼,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이들이 고생한다. 종합지휘관은 출판사다. 어떻게 하면 더 읽기 좋고 공감할 수 있는 책이 될지를 고민한다. 어떤책 대표님은 책의 기획부터 원고에 대한 피드백, 수정 보완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 아낌없이 의견을 주셨다. 책을 만드는 일을 했지만 나는 정말 하수였구나 싶을 만큼 어떤책 대표님께 배울 점이 많았다. 이렇게 꼼꼼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글을 쓰는 사람에게 행운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책의 판형과 글자 크기, 사진 배치, 편집 디자인 등 책의 모든 숨결에 대표님의 노고가 숨어 있다.

      

책을 함께 쓴 주성은 원고뿐 아니라 사진 촬영을 하느라 고생했다. 이서는 언제나 열정적으로 책의 모든 작업들을 함께 했고, 특히 책의 후반 작업에서 각종 정보들을 전화로 확인하느라 고생했다. 디자이너는 책을 가독성 좋게 디자인해주셨다. 바쁘게 작업하시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다. 이렇게 여러 사람이 합심한 책이기에 이 책이 더 빛나지 않나 싶다. 요즘 마음이 힘들 때가 있는데, 책을 사고 읽고 후기를 전해 들을 때마다 부쩍 힘이 난다. 이 책은 내게도 선물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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