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an Oct 10. 2019

Birdman (2014)

or (The Unexpected Virtue of Ignorance)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근 시일 내에 본 영화 중 가장 신선하고 좋았었다. 의미도, 연출도 다 마음에 들었지만 개인적인 평은 조금 내려놓고 평소처럼 연출 부분에 더 치중해서 적어보려고 한다.


원-테이크


아마 이 영화를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원-테이크로 촬영되었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의 촬영으로 중간에 끊김 없이 쭉 이어진다. 사실 원테이크는 아니지만, 그렇게 보이게끔 편집을 훌륭히 해내었다. 그리고 원테이크가 아니라고 해서, 롱테이크도 아닌 것은 아니다! 가장 긴 롱테이크는 15분가량 하고, 대부분의 테이크들이 10분 내외라고 하니, 우리가 익숙한 호흡이 빠른 히어로 영화와는 매우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 테이크들의 교차점, 편집 장면을 찾아보는 것도 재밌는 포인트이다. 빠른 화면 전환, 사람이 없는 빈 벽을 보여주거나 매우 정적인 장면 등이 이 편집점들이다. 이걸 염두한 채 영화를 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인물 없는 벽을 보여줄 때가 교차점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순식간에 지나가니 집중!


그렇다면 왜 원테이크로 영화를 촬영했을까? 그저 새로워서?

원테이크로 영화를 보여준다는 것은 시청자로 하여금 가감이 없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어떤 실수가 있어도 이를 고칠 수 없고 잘라낼 수 없다. 마치 우리의 삶, 그리고 주인공의 삶과 같다. 인생은 게임이 아니라듯이, 실수를 해도 잘못된 선택을 해도 이전으로 되돌릴 수도, 그 실수를 덮어버릴 수 없다. 현실감이 더해진 촬영 방법이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의 하루와 삶을 가감 없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이름들


영화가 시작하면서 놀랐던 점 중 하나는 바로 타 영화와 배우들의 이름을 있는 그대로 사용했다는 부분이다. 생각해보면 굳이 다른 영화나 그의 배우들을 그렇게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는다. 생각해봐야 '백 투 더 퓨처'정도? 그나마 많이 나오고, 이를 위트 있게 사용한 영화가 '데드풀'정도가 있는 듯하다. 버드맨에서는 초반에 여러 배우와 영화의 이름들이 언급된다. 헝거게임과 우디 해럴슨, 엑스맨과 마이클 패스밴더, 허트 로커와 제러미 레너 그리고 어벤저스까지. 이렇게 직접적으로 배우를 언급하면서 자신의 연극에 데려오려는 얘기를 하는 것이 매우 현실적인 느낌을 주었다. 바로 위에서 얘기했던 원테이크의 효과와 일맥상통하는 느낌. 하지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실제와는 전혀 관계없다는 점이었는데, 아마 엠마 스톤이나 재크의 배역을 생각해보면 그러는 게 맞기도 싶고, 애매한 부분이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이다.)


저요?


어디까지가 진짜여?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영화 '더 조커'가 상영 중이다. 영화에서 어디까지가 망상이고 현실인지 서로 의견이 많이 갈리는데, 이 영화에서도 살짝 (아주는 아니고 살짝이다) 비슷한 점이 있다. 영화의 시작부터 리건이 공중 부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의 이름도 슈퍼히어로 이름인 버드맨이고, 머릿속의 버드맨의 목소리 (우리는 이 목소리가 버드맨인지 나중에 가서야 안다) 때문에 관객은 실제로 그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착각한다. 염력을 쓰듯이 손을 대지 않고 물건을 집어던지고, 리허설에서 배우를 다치게 한 것도 자신이라고 그러는 게 진짜 같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그의 뒷모습.


하지만 후반부 그가 스스로 나는 것으로 착각하지만 현실은 택시를 타고 이동한다는 부분에서 관객들에게 그의 능력은 모두 거짓임을 알려준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그가 능력을 발휘할 때에는 항상 혼자였다는 점, 누군가가 볼 때는 물건을 염력이 아닌 손으로 직접 들고 있다는 점을 통해 진즉에 거짓임을 알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실은 그가 힘들게 다 집어 던지고 있던 것이다!



이 능력들은 모두 그의 머릿속에서 버드맨이라는 자신의 과거의 배역에서, 정확하게는 그때의 명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머릿속의 목소리는 버드맨 4편을 찍자고 리건에게 속삭인다. 리건의 일부는 스스로가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하는 과정보다 버드맨 4편을 통해 유명세를 되찾는 것이 훨씬 빠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능력 있고 뛰어난 사람인데, 왜 굳이 이 고생을 하면서 브로드웨이에 있어야 하나-하는 것이다. 결국 그의 상상들은 망상이자 과거 그의 영향력 있던, 힘이 있던 모습을 나타냄과 동시에 이제는 있지 않은 것을 보여준다.


버드맨 4를 통한 손쉬운(?) 부와 명예를 갖는 것은 버드맨의 모습과 목소리 그리고 능력으로, 현재 그가 브로드웨이에서 연극을 통해 성공하고자 하는 모습은 리건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리건은 영화 내 이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버드맨을 부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계속 의식하고 있는 모습이 어찌 보면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이 갈등을 유의하고 영화를 보게 된다면 또 새롭게 보일 것이다.


갸가 갸고, 갸가 갸인 거시여~



영화의 엔딩이..?


이 영화의 엔딩, 그러니까 리건이 무대 위에서 스스로 총을 쏜 후에 결말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다. 병원에서의 씬이 실제인지 아니면 사실 리건은 죽었고 엔딩은 그저 그의 상상이었을 뿐인지 아무도 모른다. 감독이 안 알려줬으니까. 그러니 이 부분은 영화를 본 그대들의 해석이 맞다고 볼 수 있겠지만, 잠시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보려 한다.


나는 영화를 처음 본 후에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 생각했다. 암울한 영화다 보니 해피 엔딩을 원하게 되더라.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며 보았더니 처음에는 그냥 지나갔던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갑작스레 모든 문제들이 해결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는 그토록 원하던 타비사의 호평, 즉 명예를 얻었고, 딸과의 관계도 회복되었으며 심지어는 대중들의 관심도 얻게 되었다. 이상하리만큼 모든 것이 - 그의 코 빼고 - 완벽해진 것이다. 심지어 딸이 라일락을 사 오기까지 한다! 해피엔딩은 좋지만 이런 현실적인 영화에서 비현실적인 전개라고 느꼈다.


여기서 나오는 영화의 부제. 아주 찰떡같다고 생각되었다.


다른 한 가지는 그가 무대 위에서 총을 쏜 후 병원씬까지 영화 내 줄곧 지켜오던 원테이크가 끊겼다. 짧은 테이크들은 마치 사람이 죽기 직전 과거를 회상하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이 과거에 유명했 듯이 지금 유명한 것들을 - 스파이더맨이나 범블비 등 - 보여주고, 그가 말하던 해파리도 보여주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그런 단편적인 씬들로 구성되어있지 않다. 우리는 하나의 아주 긴 원테이크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삶의 현실성을 더하기 위해 원테이크 기법으로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위에서 얘기한 부분이다.) 하지만 현실의 삶과 같은 원테이크를 보여주다가 단편적인 씬들을 보여주는 것은 그 삶이 끝났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이거 하나로도 충분히 설득력 있다고 본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장면이었다.



나는 이 영화를 처음 보면서 원테이크 방식의 표현 방법에 매료되었었지만 영화가 끝난 뒤에는 영화의 소재와 주제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유명세, 명성 그리고 성공의 관계와 이들의 기준이 어떤 것인지. 하지만 이에 대한 개인의 생각은 너무나도 다르고, 얘기는 하고 싶지만 이 글에 어울릴 주제는 아닌 것 같아 길게 적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한 번 쯤 다시 생각해볼만한 주제임은 확실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