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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Koo Jun 04. 2023

관계에서 나를 찾습니다.

착각1. 놓음과 다함

시집의 공동저자이기도 하고, 동네서점을 운영하는 동지이기도 한 #노란별빛책방 지기님을 만났다. 우리가 시집을 펴내기 위해 만났던 시기는 covid19가 한창인 시절이었기에 온라인으로 보았는데, 시간이 흘러 팬데믹 상황이 엔데믹으로 전환되며 활동반경의 자유도가 높아졌다. 그런 어느 날 그녀로부터 연락이 왔다. 요는 책 방 문을 닫게 되었다는 것인데, 짧은 문장이었지만 동병상련의 마음이랄까 내겐 하울링처럼 다가왔고, ’문닫기 전에 찾아갈께요’라는 답을 했다.

나에게 ‘뱉은 말’은 공중을 떠다니다 상대에게 가는 것이라는 생각 반, 내 귀를 통해 뇌(마음) 속에 박히는 것 반이다.  그러니 뱉은 말을 수행하기 위해 뇌는 활성화되어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기려 시도하는 편이다.

운 좋게 기동력 있는 친구가 동행하겠다 하여 편하게 용인에 위치한 #노란별빛책방 에 도착했다.

관계라는 주제로 살펴보자면, 나는 관계의 시작보다 유지에 더 공을 들이는 편인데 부지불식간의 종결을 두려워해서 일 수 있다. 이 부분은 추후에 다시 다루기로 하고, 낯가림을 표현하지 않지만 은근히 긴 시간 동안 유지되는 편인 나는 도착 전부터 낯선 상황 속에 놓일 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인생은 실험이라 생각하니 나는 또 나에 의해 새로운 상황으로 실험을 떠난다는 마음으로 그녀의 아지트인 책방문 앞에서 심호흡을 한 뒤 손잡이를 밀었다.



문을 열기 전 두려움과는 달리 들어서자 우리는 도란도란 근황을 나누고 책방지기라는 업과 개인의 취향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다양한 시도를 하며 책방을 이끌던 그녀는 멀리서 인사하러 온 내게 고마움을 표현하며 #도테라 를 이용한 감정체크로 나만의 향수 만들기를 시현해 주었다. 임상심리사로 현장에서 활동하며 다른 사람의 인지-정서-행동의 연결이 우선인 내게 담담히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되었다.


“책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다해본 것 같아요.”


그녀의 말은 멋지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그의 답으로 시작한 내면의 물음이 시작되었다. 무엇이 부러운 것인가?


현재 상태에서 9to6의 직장인으로 피로감을 무릅쓰고 주말에만 책방을 운영하며 조금은 무리다 싶게 여전히 책방지기라는 업을 잡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금 정리해 보게 되었다. 생각을 다듬어본다면 N잡러의 삶이 녹녹치는 않은데 스스로를 갈아 넣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미련스럽게 구는 이유를 살펴볼 용기를 내는 것이다. 진솔한 그녀와 이야기 나누며 번뜩 머리를 스쳐가는 섬광이 있었다.

‘아! 나는 마음껏 다해보지 못했다 착각하는구나.’

사실 잘 따져보면 나 또한 책방을 운영하며 책으로 충분히 다양하게 해 보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착각은 책방 1차 종료였던 2021년 6월부터 내내 나를 힘들게 했고 미련을 부산물로 남겨 내 일상에서 책과 소통에 대한 부채감을 주었던 것이다. 이는 그토록 내가 좋아하는 독서를 통한 즐거움을 둔화시켰던 것 같다. 미련과 부채감. 어쩌면 코로나시국을 견디지 못하고 취업을 선택한 나에게 주는 벌이었을지도 모른다.

#노란별빛책방 사장님의 책 #날마다미친년 을 비롯해 읽고 싶은 책 몇 권을 구매하고 서로의 다음행보를 응원하며 인사 나누었다. 온마음으로 대해주어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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