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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Koo Apr 04. 2022

그런 슬픈 무릎 하지 말아요

흔한 듯 안 흔한 코로나 재택치료기3

주 증상은 목, 기관지 관련 증상이었다.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전화해서 약을 바꾼 지 하루가 지난 확진 2일 차 저녁 약을 먹는데 오묘한 쳇기가 느껴졌다. 사실 약 먹느라 많이 먹지 않았는데 쳇기라니…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약 먹기 위해 밥을 먹은 거였고 약을 복용하면 자연스레 잠이 들었기에 음식물을 머금은 채 잠이 든 위는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그날 밤.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스프링을 울림통 삼아 침대 위 오케스트라가 열린 듯했다. 배 안에서 온갖 꾸르륵 소리가 조율되지 않은 협주를 시작했고 배는 점점 차올랐다. 그렇다고 가스가 나오는 것도 아닌 이 복통은 또 무엇인가?


그렇게 세 번째 아침도 약 복용을 위한 기다림이었고, 알람이 울리기 전 간단한 요기와 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비대면 진료는 9시에나 가능하기에 배를 부여잡고 최대한 가스를 빼보려 노력했고, 시간은 언제나 그렇듯 정직하게 흘렀다.


통증으로 며칠 밤을 제대로 못 잔 탓인지 아픈와중에도 잠깐씩 잠이 들기는 했다. 그리고 드디어 9시!

세 번째 비대면 진료를 받았다.


여전히 목소리는 잘 안 나왔지만 수화기 너머의 내 이야기를 잘 알아들으셨고, 요는 빠르게 나빠지는 기관지 치료를 하느라 위장에 무리가 갔을 수도 있고 첫 증상에서 나온 장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위궤양 약이 가득한 약봉지가 내 품에 들어왔다.

확진 3일차, 세 봉지의 약이 탁자위에 진열하듯 널려있다.




확진 첫날부터 우리 집 실세 꼬미에게 따로 지내야 함을 설명했으나, 오빠가 없는(아들이 기숙사로 들어가 방이 비었다) 방에 엄마가 들어가는 것도 이상했을 것이고 엄마와의 단절도 어이없었는지 문 앞에서 내내 슬픈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집에는 꼬미와 집사 부부 이렇게 셋만 있고 남편은 꼬미 편이므로 절충안으로 문을 살짝 열어 꼬미가 오갈 수 있도록 하고 우린 마스크를 쓰고 지내기로 했다. 주인님이 원하시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중요한 건 꼬미의 처신이 달라졌다는 것인데 아픈 내모습을 봐서 그런지 마치 자기가 지키겠다는 냥! 침대 모서리에서 떠나지를 않고 나를 쳐다본다(지키는 것 같다). 그것도 전매특허 ‘슬픈 눈’으로 말이다. 잠시 거실로 정찰을 다녀오고 밥을 먹거나 화장실(모두 거실에 있음)을 이용하는 것 외에는 침대 앞에서 지키고 있다. 사실 이렇게 있다는 것을 안 건 배에 가스가 차오르던 날 밤이었다. 그전에는 그냥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만큼 아팠다. 정말.




자다가도 몇 번이나 목에서 쩍 하는 소리가 들리고 쪼개지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는데 그때마다 물을 마시기도 했지만 가장 도움받은 건 코프시럽과 스트렙실이다. 스트렙실은 현재 여러 가지 문제로 구하기도 어려운데 첫날 지인 의사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미리 구해두었던 게 신의 한 수였다.  


매순간 증상변화에 따라 비대면 진료하고 그에 맞추어 약을 바꾸어 가며 대응한 결과 5일차가 되자 목안에 날카로운 돌들도 사라지고 목소리도 어느 정도 나왔다. 배속도 편해진 것 같았다. 다만 기침은 좀 더 잦아졌다.


시간은 정직하게 흘러 어느덧 확진 6일째다. 여전히 약을 먹으며 증상을 관리하고 추이를 살펴보고 있지만 확실히 기운이 차려졌다. 7일 차 변수가 남긴 했지만, 목, 기관지, 복통 모두 관리할 수 있는 범위로 들어왔기에 이렇게 기록의 호사도 누린다.


약이 독해서 그런지 아파서 그런지 구분은 안되지만 혀가 써서 맛을 잘 모르겠다. 그냥 몸 생각해서 마구 먹는다. 맛이 없다. 나쁘다가 아닌 없을 ‘무’ 맛이다. 그래도 든든히 먹어둬야 한다는 코로나선배(?)들의 조언을 잊지 않고 잘 먹어서 그런지 몸은 동그래졌다.


백신을 맞지 않았더라면 내가 어떤 고통에 휩싸였을지 가늠도 해본다. 이런 속도로 통증이 이동한다면 그렇게 다양한 방면으로 증상이?

와! 상상력이 살아난 거 보니 뇌도 회복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7일 차의 변수는, 무릎 통증인데… 어제부터 무릎 통증이 있다. 시리다고 해야 하나? 나이 때문일지도 모르고(무릎을 걱정할 생물적 나이는 아니다) 동그래진 몸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새로운 통증이다. 얇은 얼음판을 무릎 연골 사이에 둔 느낌이랄까?

이것도 비대면 진료로 보고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들었는데 아련함을 담은 눈이 나를 주시한다.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웃으며 전한다.

‘그런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무릎이 시리다.

다음 편의 주제가 어떻게 될지 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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