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듯 안 흔한 코로나 재택치료기2
사실, 코로나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환하는 이제는 어디서 어떻게 걸려도 이상하지 않은 거라 생각한다. 언젠가 한 번은 걸리겠거니 내심 마음 채비를 한 것도 사실이다.
나와 함께 밥을 먹었던 동료는 연신 자기 때문인 거 같다고 전화로 울먹였다. 정작 자신은 약을 먹는 것도 꺼려지는 임산부이면서 말이다.
무사히 이 고비를 넘겼어야 할 텐데. 내 코가 석자라 그 후 연락을 못했다.
확진 후 집에 돌아오자마자 몇 가지 일을 처리했다. 금요일에 있을 라디오 방송작가님께 방송 불가함을 알려드리고, 격리하며 지낼 방(아들방)의 구조를 내가 지내기 편한 대로 바꾸었다. 주인님인 고양이 꼬미에게 격리 상황을 설명하고 이번 주 진행해야 하는 일 몇 가지를 처리하기 위해 노트북을 열었다. 회사 네트워크가 깔리지 않은 노트북은 의외로 무용지물이었고, 전화기를 들고 우리 팀 카톡에 몇몇 당부를 자잘 자잘하게 남겼다.
불과 몇 시간 만에 목에 바위를 끼운 나는 예사롭지 않다는 직감이 들어 곧바로 약봉투에 적힌 병원으로 전화했다. 스테이션 간호사 선생님은 꼭 막혀 나오지 않는 내 목소리로 읊는 이름과 생일을 용캐도 알아들으시고는 의사 선생님이 진료 중이니 2,3분만 기다려 달라한다.
수화기 너머로 진료 소리가 들리고 의사의 ‘여보세요’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목에 낀 돌을 억지로 걷어내며 소리쳤다.
“살려주세요!”
목안이 꽉 부어 소리가 거의 안 나왔기에 상대는 제대로 듣지 못했겠지만, 나는 살려달라 했다.
“목이 너무 아파요.”
몇 가지 물음에 답하니 또 몇 가지 아니 더 많은 설명을 해주셨다. 하지만 이 또한 잘 안 들렸다. 그리고 말미에 “이 증상이 더 심해지면 보건소에 연락하고 119 불러서 병원으로 가세요.”라는 말을 남겼다.
아마 기관지 쪽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고 있으니 그쪽 관련 약을 쓰겠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호흡곤란 증상이 오면 지체 없이 큰 병원으로 이동하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약은 바로 바뀌었으나 약을 가져다 줄 사람은 그래도 있어 감사한 남편뿐. 그가 퇴근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는데 몸은 죽겠고. 위는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에서인지 주섬주섬 손에 닿는 과일과 빵 몇 개 주워 먹고 오전에 처방받은 약을 한 봉 더 뜯었다. 그리고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시간차로 잠들었다.
바뀐 약은 달랐지만 개수는 비슷했다. 약 봉투를 가득 메운 어마 무시한 가짓수다. 내용을 보니 거의 기관지에 몰빵(?)한 듯했다. 확진 첫날은 그렇게 약을 들이붓느라 정신이 없었다.
목에 있던 바위를 정으로 쪼개어 돌이 되었나? 목구멍에서 돌 굴러가는 아픔을 느끼며 눈이 떠졌다. 6시 25분이다. 묵직하고 날카로운 오묘한 아픔이었는데 쓰는 지금 경험한 지 며칠 지났다고 그 아픔이 반은 퇴색되었다. 감사하게도 말이다.
약을 먹기 위해 눈이 떠지고, 약을 먹기 위해 무언가를 먹고, 약을 먹으면 뇌가 off 되고 이내 잠이 들기를 또 하루. 그렇게 확진 둘째 날이 지나갔다.
십 년도 더 넘은, 일상이 무거웠던 그 언젠가 통증의 대상감인 대상포진을 경험했었다. 그때 무릎을 치며 ‘통증이 대상감이구나!’ 하며 대상포진의 이름에 대해 나름의 작은 깨달음을 얻었었다.
아! 그보다 더한 통증이 있었다니! 아니 그와 다른 대상감의 통증이 존재한다니!
세상 참 살면 살수록 다채롭구나!
남들은 무증상도 많다고 하던데 나에겐 그 축복도 허락되지 못했구나! 내가 뭘 그리 잘 못했나? 맞으라는 거 다 맞고! 코로나 업무도 군말 안 하고 다 했는데!
배 속을 긁는 이상한 기침소리 안에는 내내 bgm이 흘러나왔다. 마치 누군가의 한탄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