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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Koo Apr 03. 2022

그 많던 약은 누가 다 먹었을까

흔한 듯 안 흔한 코로나 재택치료기2

사실, 코로나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환하는 이제는 어디서 어떻게 걸려도 이상하지 않은 거라 생각한다. 언젠가 한 번은 걸리겠거니 내심 마음 채비를 한 것도 사실이다.

나와 함께 밥을 먹었던 동료는 연신 자기 때문인 거 같다고 전화로 울먹였다. 정작 자신은 약을 먹는 것도 꺼려지는 임산부이면서 말이다.

무사히 이 고비를 넘겼어야 할 텐데. 내 코가 석자라 그 후 연락을 못했다.




확진 후 집에 돌아오자마자 몇 가지 일을 처리했다. 금요일에 있을 라디오 방송작가님께 방송 불가함을 알려드리고, 격리하며 지낼 방(아들방)의 구조를 내가 지내기 편한 대로 바꾸었다. 주인님인 고양이 꼬미에게 격리 상황을 설명하고 이번 주 진행해야 하는 일 몇 가지를 처리하기 위해 노트북을 열었다. 회사 네트워크가 깔리지 않은 노트북은 의외로 무용지물이었고, 전화기를 들고 우리 팀 카톡에 몇몇 당부를 자잘 자잘하게 남겼다.

불과 몇 시간 만에 목에 바위를 끼운 나는 예사롭지 않다는 직감이 들어 곧바로 약봉투에 적힌 병원으로 전화했다. 스테이션 간호사 선생님은 꼭 막혀 나오지 않는 내 목소리로 읊는 이름과 생일을 용캐도 알아들으시고는 의사 선생님이 진료 중이니 2,3분만 기다려 달라한다.

수화기 너머로 진료 소리가 들리고 의사의 ‘여보세요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목에  돌을 억지로 걷어내며 소리쳤다.


살려주세요!”


  부어 소리가 거의  나왔기에 상대는 제대로 듣지 못했겠지만, 나는 살려달라 했다.


“목이 너무 아파요.”


몇 가지 물음에 답하니 또 몇 가지 아니 더 많은 설명을 해주셨다. 하지만 이 또한 잘 안 들렸다. 그리고 말미에 “이 증상이 더 심해지면 보건소에 연락하고 119 불러서 병원으로 가세요.”라는 말을 남겼다.


아마 기관지 쪽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고 있으니 그쪽 관련 약을 쓰겠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호흡곤란 증상이 오면 지체 없이 큰 병원으로 이동하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약은 바로 바뀌었으나 약을 가져다 줄 사람은 그래도 있어 감사한 남편뿐. 그가 퇴근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는데 몸은 죽겠고. 위는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에서인지 주섬주섬 손에 닿는 과일과 빵 몇 개 주워 먹고 오전에 처방받은 약을 한 봉 더 뜯었다. 그리고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시간차로 잠들었다.


바뀐 약은 달랐지만 개수는 비슷했다. 약 봉투를 가득 메운 어마 무시한 가짓수다. 내용을 보니 거의 기관지에 몰빵(?)한 듯했다. 확진 첫날은 그렇게 약을 들이붓느라 정신이 없었다.




목에 있던 바위를 정으로 쪼개어 돌이 되었나? 목구멍에서 돌 굴러가는 아픔을 느끼며 눈이 떠졌다. 6시 25분이다. 묵직하고 날카로운 오묘한 아픔이었는데 쓰는 지금 경험한 지 며칠 지났다고 그 아픔이 반은 퇴색되었다. 감사하게도 말이다.

약을 먹기 위해 눈이 떠지고, 약을 먹기 위해 무언가를 먹고, 약을 먹으면 뇌가 off 되고 이내 잠이 들기를 또 하루. 그렇게 확진 둘째 날이 지나갔다.


십 년도 더 넘은, 일상이 무거웠던 그 언젠가 통증의 대상감인 대상포진을 경험했었다. 그때 무릎을 치며 ‘통증이 대상감이구나!’ 하며 대상포진의 이름에 대해 나름의 작은 깨달음을 얻었었다.

아! 그보다 더한 통증이 있었다니! 아니 그와 다른 대상감의 통증이 존재한다니!

세상 참 살면 살수록 다채롭구나!

남들은 무증상도 많다고 하던데 나에겐 그 축복도 허락되지 못했구나! 내가 뭘 그리 잘 못했나? 맞으라는 거 다 맞고! 코로나 업무도 군말 안 하고 다 했는데!


배 속을 긁는 이상한 기침소리 안에는 내내 bgm이 흘러나왔다. 마치 누군가의 한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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