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연 Nov 18. 2021

넷플 <어둠 속의 미사>, 각자의 구원을 향해 나아가다

#스포없음



넷플릭스 드라마 <어둠 속의 미사>(Midnight Mass)
감독 마이크 플래너건
출연 케이트 시걸, 잭 길퍼드 외
공개 2021년 9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으로 7화 분량이다. 곧 밀려올 사건의 밑바탕을 쌓는 1~2화는 잔잔해서 '오컬트 장르가 맞나?' 생각할 수 있지만, 2화의 후반부까지 보았다면 그때부터 5화까지는 각본이 밀어붙이는 흐름을 착실히 따라가게 될 것이고, 그 이후부터 촘촘하게 짜인 긴 대사의 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단단히 여문 서사의 완성이 있다.







<어둠 속의 미사>는 끔찍하지만 아름다운 작품이다. 아니, 끔찍하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또한 세속의 범주를 넘은 사랑 이야기이자, 회개와 속죄의 시詩이자, 존재에 대한 탐구다.


용서와 구원을 통해 나의 존재 이유를 말하고 나아가 우리의 존재 이유를 확언하는 서사. 그 과정에서 '기적'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신의 뜻'. 기적이 담은 맥락과 목적을 읽어내느라 우왕좌왕하고 한데 휩쓸리는 인간의 모습을 보노라니 문득 슬픔이 치밀었다.


신의 뜻. 그건 해석하는 자의 것이고, 과감하게 읽어내는 자의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절대자'인 신의 뜻이라면 그건 객관의 영역일 텐데, 어째서 이 땅에서의 실현을 인간의 주관에 맡겨버리는 걸까.


아니, 애초에 신의 뜻이라는 게 있기나 한 건지. 그게 정말 존재하는 것이라면 인간의 살과 피처럼 어떤 형태로 존재할 수는 없는 건지. 어째서 신앙에 기반한 믿음 혹은 맹신으로만 다가갈 수 있는 추상으로만 존재해서 인간으로 하여금 이토록 헤매게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어둠 속의 미사>, 그곳의 크로켓섬 사람들은 눈앞에 닥친 신의 뜻 앞에 각자의 방식으로 나아간다. 누군가는 엎드리고 누군가는 경배한다. 또 누군가는 납득하고, 누군가는 맞서 의심한다.


그 광경을 오컬트의 영역에서 그려내는 감독의 시선, 그 죽음과 광기의 결과물은 처절하게 아름답다. 피를 흘리고 불길이 덮치는 환란 속에서도 끝내 각자의 믿음을, 의지를 지켜내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대상을 고집스럽게 믿어내는 인간의 상상력과 신념이 달리 보인다. 설사 그것이 공동체의 안위를 위협하는 독단이라 할지라도. 적어도 그 의지만큼은.


신의 뜻을 맞이한 크로켓 섬 군상들의 면면이 그려지는 장면마다 배경에 흐르던 성가 '주여 임하소서'가 귓가에 잔음으로 남는다. '주'는 과연 누구에게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임할 것인가.






장재현 감독의 <사바하>(2019)가 떠오르는 작품이었다. 믿음을 이용한 공포를 통해 신의 존재와 뜻을 찾아 헤매는 한낱 인간을 다뤘던 <사바하>. 박 목사가 마치 스스로에게 묻는 것처럼 애탄하던 읊조림이 떠오른다.


"어디 계시나이까. 우리를 잊으셨나이까. 어찌하여 당신의 얼굴을 가리시고, 그렇게 울고만 계시나이까. 깨어나소서. 저희의 울음과 탄식을 들어주소서. 일어나소서. 당신의 인자함으로 우리를 악으로부터 구하시고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인질>, 노선 분명한 액션스릴러의 확실한 재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