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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m Localinsa Dec 04. 2022

눈에 뜨이지 않아도 미소를 띤 동네

접경지역 파주 북쪽 고요하게 도사리는 구도심, 문산읍


로컬 크리에이터란 특정한 지역사회 및 상권에서 볼 수 있는 특색 있는 자원이나 장소성을 바탕으로 지역을 띄우는 가치 있는 창작물 또는 사업 아이디어를 도출해 내는 마을 활성화 기여자를 말합니다. 로컬인사는 지역을 직접 걸으며 그곳에 묻어 있는 사람들의 '인생사진'을 기록하고자 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모인 그룹입니다. 서울을 주로 촬영하지만 멤버들 모두가 서울에 거주하지는 않습니다. 경기도가 집인 사람도, 경기에서 나고 자랐지만 수도권 밖에서 활동을 하다가 서울로 돌아온 사람도 있습니다. 


이 가운데 로컬인사의 시작을 함께 해 준 연웅의 경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접경 지역 파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입니다. 파주시 도시재생 사업 취지에서 아이디어 및 사진 공모전을 한다는 정보를 접한 로컬인사의 캡틴 서은은 상금뿐 아니라 파주라는 지역에 대해서도 큰 호기심이 가게 되었습니다. 이에 파주 토박이를 적극 졸라서 멤버들이 모두 참여하는 파주 탐방을 가자고 했고, 파주시민은 선뜻 응해 주었습니다. 



녹색으로 뒤덮인 전신주
문산읍 저층주거지 단지 풍경 




파주가 고향인 연웅에게 파주 문산읍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미소를 띠고 느긋하게 웅크리고 누워 있는 도시였습니다. 북파주의 대표적인 구도심이자 파주시 도시재생 전략계획 상 제2순위의 활성화 계획 지역이기도 합니다. 경의중앙선 '문산행' 열차에서 말하는 문산이 바로 이곳으로, 문산역뿐 아니라 문산천 노을길과 문산 자유시장 등이 있는 정다운 동네입니다. 




문산읍 구시가지 어느 오래된 건물 앞 버려진 의자 앞에서


그러나 다른 지역처럼 파주 역시 구도심의 쇠퇴를 피할 수 없었고, 노후 건축물 및 나대지와 빈 폐가 등이 공공 이슈가 되어 왔습니다. 문산 자유시장 등의 빈 점포를 중심으로 한 골목상권 활성화 그리고 미군반환공여구역이나 통일안보관광 등 지역 특수성을 활용한 지역 특화형 도시재생 사업 중요성이 대두되어 왔습니다. 


문산천 인근, 스위트홈 촬영지를 보는 것 같은 오래된 아파트
임진각 가는 길에 들를 수 있는 토스트와 김밥을 2천 원(과거엔 1천 원)에 파는 집.
문산의 오래 된 두부공장에서 느껴지는 고소한 자취


파주에 담뿍 애정을 담은 토박이 멤버 가이드를 따라 문산읍 일대를 걸었습니다. 문산읍의 대표적인 지역 자연 자원인 문산천 수변공원에서 출발해서, 이름 모를 알려지지 않은 골목과 저층 주거지 단지 틈을 걸었습니다. 문산 해방 역사와 함께 한 오래된 두부공장도 보았고, 평화의 상징 임진각을 가기 전 필수 코스인 '토스트1000원김밥1000원' 동네 핫플 성지순례도 하였습니다. 동네 주민이 서울 친구들을 데려왔다고 하니 김밥도 얼음물도 서비스를 주시던 동네 토스트집은, 2천 원의 가격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놀라운 김밥 맛뿐 아니라 따뜻한 정에도 두 번 감동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문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가장 높은 빌딩 루프탑에 올라, 구도심과 신도심이 공존하는 북파주 풍경을 보면서 여러 생각에 잠겼습니다. 흑백 사진처럼 느릿느릿 존재하는 옛 상권 그리고 무심하다는 듯 견고하고 냉철한 아파트 단지 사이에는 투명한 벽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로컬인사가 전국을 다니며 보아 온 수많은 재개발 재건축 지역들에서 볼 수 있던 비슷한 풍경이었습니다. 


파주 문산읍 구도심과 신도심의 건물이 만드는 대비


점점 더 많은 주민들이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일 년 내내 주거단지에만 있어도 심심하지 않게 모든 삶의 기능을 누릴 수 있는 복합주거단지가 서울과 서울 밖 공간들을 채우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새 장소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옛 장소에서의 추억과 관계를 찾아 길을 나섭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오래된 골목길, 전통음식, 전통놀이가 아직 살아 있는 고즈넉한 옛 장소들을 찾는 이유는 뭘까요. 우리가 기억하는 옛 것을 기억하고 다시 즐기면서 소중한 감정들을 잊고 싶지 않아서일까요. 


내가 살고 있는 동네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지역에서 멀지 않은 동네를 찬찬히 들여다 보면, 멀지 않은 곳에서 내가 바라는 옛 풍경들이 살아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번화가 바로 옆에도 몇십 년에서 백 년은 족히 된 건물이 있고, 그 지역에 토박이로 몇십 년을 살아오신 어르신들이 반갑게 이야기를 걸어주기도 합니다. 수많은 가게들이 생겨나고 없어지는 세상이지만 20년, 30년이 넘어가는 가게들도 생각보다 많이 남아 있습니다.  


신도심과 구도심이 공존하는 저녁 풍경. 파주 도시재생 사진공모전(2022) 로컬인사 수상작


번쩍번쩍 경쟁하는 핫플레이스의 레드오션과 대비되어 문산 로컬의 고요한 호수 같은 매력이 더 반짝입니다. 옛 것 그대로의 모습은 꾸밈이 없고 편안하기에 잔잔한 미소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파주에서 나고 자란 연웅은 그래서 문산읍을 상징하는 '미소문산'이라는 이름을 고안했습니다. 오늘도 문산 옛 전경은, 마을을 띄우기 위한 활성화 사업이 여기를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미소를 띄워주는 것이었으면 하고 바라며 고요한 미소를 띠고 있는 듯합니다.



글, 사진: 곽승훈 (로컬인사 포토그래퍼), 전서은 (로컬인사 대표) / 사진: 곽승훈

촬영 장소: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일원 (경의선, 1번 국도 및 문산 시가지 전경, 문산초, 파주고 등)

로컬인사는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문화예술 아카이빙 기업입니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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