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았기에 오히려 정취가 유지되어 온 동네, 서울 중랑구
한 도시의 역사를 살피면, 한 사람의 인생사를 들여다 보는 듯한 인상을 받고는 합니다. 가령 몇몇 행정구역의 변천사와 각각의 세부 지역들이 달라져 온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도시와 인간의 유기적 관계에 대해 고찰하게 됩니다.
기록에 따르면, 중랑구는 본래 서울이 아닌 구리시 소속이었다고 합니다. 서울이지만, 다소 변두리로 느껴지는 이유는 그래서일 수도 있겠습니다. 중랑구 거주민이 아닌 이상, 서울에 살아가는 또는 서울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잘 알고 찾아가는 자치구는 아닙니다. 대학이 많지도 않고, 공업단지나 자연 자원이 유명한 것도 아닙니다. 다시 말해 외부민이 중랑구를 방문할 계기나 이유가 거의 없습니다.
그렇기에 중랑구를 찾는 서울민은 마치 서울 밖 처음 오는 지역에 온 여행객처럼 좀 더 능동적인 시선으로 도시 곳곳을 훑어보어야, 이 곳의 분위기나 지역 장소들을 기억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높은 빌라 건물들로 둘러싸인 널찍한 메인 거리 끝에 저 멀리 산이 보이는 중랑구는 뉴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젊은 사람들이 놀기에도 불편함이 없는 곳입니다. 중랑역이나 망우역에 내리면 거리 곳곳에 즐비한 포장마차들 그리고 업력이 느껴지는 노포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근처 대학생들과 직장인들로 나름대로 북적거리는 지역 번화가입니다. 포장마차 밤거리가 굉장히 흥미로운 곳이라고 합니다. 중랑구를 저녁 늦게 다시 찾을 구실이 생깁니다.
그렇지만 번화가에서 15분에서 20분만 걸어가면 면목동은 훨씬 오래 된 골목들이 많습니다. 면목동 패션봉제거리 등은 도시 환경과 노후된 지역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도시재생 취지에서 생겨났습니다. 그럼에도 이 곳도 많은 지역 토박이들의 삶의 터전입니다. 서울의 많은 장소가 그렇듯이, 중랑역 근처 단일한 이미지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곳입니다.
중랑구는 잘 알려진 명소나 지역 행사가 없기에, 무언가를 보러 온 외부 사람들보다는 오래 살아온 주민들이 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핫플레이스만 없지 대형 쇼핑몰부터 전통시장, 골목 로컬 상권이 살아 공존하고, 중랑천이라는 자연자원이 존재하며, 서울 다른 지역에서 오기 접근성도 양호합니다. 6호선과 경춘선, 중앙선이 지나기에 의외로 교통 접근성이 좋은 곳입니다. 강남에서는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으니, 목적지 없이 7호선을 타고 서울 변두리의 골목을 걸어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서울중심주의와 아파트 중심의 투기화를 우려하는 비판적 시각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서울의 탐욕스럽고 북적거리는 표상에서 한참 멀어 보이는 동네를 직접 걸어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서울이 결코 그 대도시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됩니다. 서울이라는 지역을 과대표화한 이미지가 사람들의 고정관념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도시도 천의 얼굴을 지닌 입체적 존재인데 말이지요.
오랜 시간 인근 주민들과 학생들이 밤을 지낸 중랑구의 사람 냄새나는 골목들처럼,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동네 한 점, 한 점에 발걸음을 옮기면 서울을 좀 더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생각하니 서울이 계속 알아가야 할 친구처럼 여겨집니다.
글, 사진: 곽승훈 (로컬인사 포토그래퍼), 전서은 (로컬인사 대표) / 사진: 곽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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