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가깝고도 먼 경기도 군포시를 찾은 로컬인사의 사진과 이야기
서울과 경기도는 얼마나 멀까요? 경기도 신도시들의 "지하철 00분이면 서울에 닿을 수 있는 초역세권" 같은 표현에서 보듯이 교통 및 핵심 생활권을 보면 그리 멀지 않은 듯 합니다. 하지만 서울 사람들은 30분만 넘는 거리도 귀찮아하지만 경기도민에게 한 시간 지하철 타고 갈 수 있는 건 감사한 거리라든지, 수원이나 안성 등 경기도 주요 베드타운으로 나가는 버스표 전쟁이 벌어진다든지 경기도민에 대한 각종 우스갯소리를 보면 주민들에게 체감되는 거리는 또 먼 듯 합니다. 서울과 경기도는 가깝고도 먼 이웃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 합니다.
그러한 미묘한 동질감과 거리감을 염두에 두고 로컬인사에서는 경기도 도시들을 자주 찾습니다. 가장 먼저 사진으로 기록한 곳은 군포시입니다. 서울지하철 1, 4호선 기준으로 접근할 수 있는 서울 근교 위성도시이면서 1기 신도시 산본이 속한 행정구역입니다. 그리고 경기도 전체에서 세 번째로 면적이 작은 도시입니다.
군포의 특징 중 하나는 다문화가 공존한다는 점입니다. 금정역 7번 출구 가까이에는 중국계 주민들이 경제활동을 하는 차이나골목이 있습니다. 이국적 풍경을 가로지르면 재래시장인 산본중잉시장이 나옵니다. 이를 통과하면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산본 신도시의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발걸음을 계속하여 산본역으로 향하면, 종종 버스킹 공연도 이뤄지는 젊은 공간인 산본 중심상가거리가 나옵니다.
군포시는 작지만 오밀조밀하게 콘텐츠들이 모여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시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군포 8경’ 이 있습니다. 그 중 특히 로컬인사의 이목을 끈 것은 ‘제 4경’에 해당하는 덕고개당숲이었습니다. 덕고개당숲은 외지인이 작정하고 찾아도 무심코 지나칠 만큼 상당히 작은 편입니다. 하지만 재개발대신 전통을 고수하며 살아가기로 결심한 주민들의 뚝심이 이 곳을 더욱 특색있게 만들어 줍니다.
덕고개당숲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역 자산은 군웅제입니다. 로컬인사가 방문한 날이 마침 1년에 한 번 열리는 음력 10월 초하루의 군웅제 날이었지요. 군웅제는 300여년의 전통을 이어오는 민속신앙 행사입니다. 군포 군웅제는 고유의 전통적인 방식을 계승하는 축제를 여전히 매년 열고 있습니다. 군포와 같이 예전 모습 그대로를 계승하는 축제들은 점차 서울에서도 경기도에서도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더더욱 지역 축제들은 가치가 높아지고 있지요.
상업적 성공 가능성 논리로 점철된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지역 문화 자산이나 공동체의 복원은 뒷전으로 밀리게 된 지역들이 서울과 수도권에는 유독 많이 보입니다. 공공에서 주도한 우리나라 도시재생과 지역활성화 사업보다도 민간이 주도하는 부동산 개발 사업이 점점 더 핫한 "로컬 활성화" 모델로 주목받는 시기가 오기도 했습니다. 그렇기에 상업적 재개발과 무관하게 묵묵히 그 자리를 머물러 내고 있는 동네들은 평소에 무심히 지나치던 곳이라도 이제는 한 번 더 살펴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산본역에서 군포역까지는 도보로 한 시간 정도 걸리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사진들을 담아 봅니다. 원도심과 신도심에는 저마다의 매력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도심에서는 거대 자본의 유려함으로 윤색된 화려함과 편리함이 있다면, 원도심에서는 지역 토박이들이 만들고 즐긴 고유의 문화에서 향수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쩐지 이 둘은 좀처럼 섞이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군포시도 마찬가지입니다. 행정구역과 상권 대부분은 산본역을 중심으로 산본 신도시에 집중되어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군포시민인 로컬인사의 포토그래퍼, 곽승훈 실장도 군포역 인근으로 갈 일은 좀처럼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하지만 군포시의 본래 모습을 간직한 골목들을 지나서 군포역에 도착하면, <골목식당>에서도 나온 바 있는 군포역전시장을 발견하게 됩니다. 골목 사이로 소주 한 잔 곁들이기 좋은 식당들도 빼먹을 수 없겠네요. 그리고 이러한 풍경은 이 곳에서 살아갔고 살아가며 살아갈 로컬의 "인싸", 주민들을 눈 앞에 생생하게 떠오르게 합니다.
군포시처럼 비슷해 보이는 사람 사는 동네도 그 곳만의 매력이 있었습니다. 꼭 돈이 되는 대형 상점단지나 아파트 말고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로컬은 멋지게 재탄생할 방법들이 없을까요. 주민들이 이 지역이 바뀌었으면 하는 방향이 중요하겠지만 때로는 그 지역을 외부민의 시선으로 기록하고 새로운 기획을 가지고 사람들을 결집하는 활동자, 소위 요즘 뜨고 있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역할이 그런 게 아닐까 합니다. 지역이 원래 어떤 모습인지 기록하는 동시에 매력적인 모습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유쾌한 상상을 행동으로 펼쳐, 도시가 사람으로 더 생기를 얻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로컬인사가 지향하는 움직임도 그러합니다.
글, 사진: 곽승훈 (로컬인사 포토그래퍼), 전서은 (로컬인사 대표) / 사진: 곽승훈
로컬인사는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문화예술 아카이빙 기업입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