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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m Localinsa 11시간전

한옥이라 불리는 집들에 대하여

현대적 관점에서 바라본 한옥의 가치: MZ들은 왜 한옥카페에 열광할까?


한옥은 한국의 자연환경에 조화를 이루며 지어진 전통 가옥으로, 오랜 시간 동안 우리의 생활 문화를 담아온 주거 공간이다. 현대 도시 환경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한옥, 이제는 단순히 과거의 주거 양식이 아니라 현대인과 한국의 문화유산이자 하나의 철학을 담은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한옥은 한국인의 정서와 생활 방식을 담아내는 ‘쉼’의 공간으로서, 현시대의 한국 주거 문화와 대조되며 더욱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한옥의 역사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그래서 한옥을 통해 도시화와 현대화 속에서 집과 삶의 공간이 무엇을 지향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려 한다.     


한옥한국인의 삶과 공간 철학     


한옥은 자연과의 조화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삼고 있다. 자연 소재인 흙, 나무, 기와로 지어진 한옥은 주변 환경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한국의 한옥은 대체로 남향으로 지어지는데, 이는 햇빛을 최대한 많이 받아들여 열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자연의 온기를 집안에 끌어들이기 위함이다. 여름에는 통풍이 잘 되는 구조로 설계되어 더위를 피할 수 있고, 겨울에는 아궁이에서 불을 지피며 온돌을 통해 바닥을 따뜻하게 만들어 생활하기 적합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이런 구조는 단순히 기능적인 장점 외에도 한국인이 자연과 맺는 유대 관계를 반영해온 것 같다.     


한옥은 단순히 자연을 배경으로 한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서 함께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담아가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공간이라고 한다.  필자는 어린 시절 안동에서 한옥에 살아 보는 경험을 접했다. 그때 이모할머니께서 "아궁이 구멍에서 큰 구렁이가 나올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을 하신 적이 있다. 한옥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인간계의 인위적인 편의요소와 자연계에 천연적으로 존재하는 존재들 간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자연 속의 존재들의 출몰과 반영 또한 '한옥 거주 경험'의 일부임을 덤덤히 언급하는 말이 아니었나 싶다. 아궁이에서 불을 피우고 구수한 나무 타는 냄새를 맡던 어릴 적 그 경험은 단순한 주거의 의미를 넘어선 한옥에 대한 아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한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전통집이 갖는 정취를 고스란히 느꼈던 곳이었다. 


한옥이라는 개념의 형성과 변화     


한옥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 개항 이후다. 특히 서양의 건축 양식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한국의 집들을 ‘한옥’이라 부르기 시작했는데, 이는 서양식 주택인 ‘양옥’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동양식과 서양식의 집은 형태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문화와 사회에서도 전반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서양의 양옥과 단독주택 아파트들은 1960~7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건축자재의 발달로 인해 한국 전역에 확산되었다. 서양식의 문물이 우수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한국의 집 한옥은 한 채씩 한 채씩 양옥으로 대체되어 지금은 소수에 그친다. 


그렇기에 오늘날 한국 고유의 주거 방식을 대표하며 남아 있는 한옥 및 한국의 전통 집들은 재개발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겨 보존하고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전주나 종로의 한옥 마을처럼 여러 한옥들이 모여 있는 장소들은 이제 관광 명소가 되었고, 한옥 체험을 통해 현대인에게 한국 고유의 삶의 방식을 잘 간직하고 있다.      



전통집이 현대에 와서 상업적으로도 경쟁력이 있는 이유

     

어떤 지역을 가나 상업용도 건물 중에서 한옥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지역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왕왕, 구옥은 살리고 심지어 새로 지어지는 건물도 모던 한옥을 택하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현대적 관점에서 한옥이 매력적인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될 수 있겠지만 첫째, 생태적 지속 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자연의 재료로 지어졌기에 폐기물이 덜 나오고 전통적인 온돌 구조는 겨울철 난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에너지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ESG마케팅이 각광받는 오늘날 탄소발자국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상업적 건물로 홍보하기에도 적격이다. 


둘째, 사옥(私屋) 내 개방형 공간은 '오픈 스페이스'가 각광받는 요즘 공간 감성에도 쏙 맞는다. 한옥은 더불어 사는 이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공간 구조를 가지고 있다. 넓은 마당이나 툇마루는 이웃과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한옥건축역사학회가 정의한 한옥은 "온돌과 마루와 부엌과 마당 등으로 구성된 공간 조직을 바탕으로 하며 한국의 전통적인 목구조 방식을 기본으로 구축된 건축물"이다. 내부 뿐 아니라 야외 공간이 일반적인 마당이 건축 구조 설명에 포함이 될만큼 중요하단 얘기다. 


예전에는 당연했던 집의 구성 요소였는데 안전과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우선시하는 폐쇄형 공간들이 많아지면서 귀해진 '오픈 스페이스'이다. 유현준 건축학과 교수는 사람을 만나는 공간은 집이 아니라 카페가 되었다는 말을 했다. 고물가에 내 집 한 칸 마련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MZ세대는 핫플 한옥 카페에서 친구를 만난 사진을 인스타그램 담벼락에 전시한다. 내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쏙 반영한 공간들로 피드를 채우면서 내 집 응접실 사진첩을 만드는 셈이다. 


요즘은 지역은 물론 수도권 게스트하우스, 스테이, 임대형 주거시설에서도 공용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한 임대 주거시설은 지하 1층에 공용 텃밭을 가꿔 놓은 라운지를 만들고 루프탑에서는 요가 클래스를 오픈하면서 '커뮤니티 리빙'이라는 이름으로 시설을 브랜딩하기도 한다. 이런 요즘에 사적 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누구에게나 오픈된 공간은 단점이 아니라 강점이 된다. 한옥에 단기적으로라도 머물러 본 사람이면 경험해 봤을 것이다. 개방형 공간이 사람과 사람 간에 마음을 열고 인간미 있는 대화를 하도록 만드는 마법을. 

 

집 이상의 공간 한옥     


도심 속 한옥의 다양한 변신은 한국 전통 건축의 현대적 해석과 접목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한옥을 사무실이나 카페 등으로 개조하고, 전통 건축이 갖는 독특한 공간미와 한국적 미감을 유지한 채, 현대 생활에 맞는 실용성을 더해 한옥을 보다 친숙하게 도시에 녹여내었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주거 양식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 수요와 미적 감각에 맞게 재해석한 시도로 볼 수 있다. 


공공기관인 도서관이나 주민센터로 사용되는 한옥은 고즈넉한 분위기와 개방감이 독서나 지역민들에게 친근감을 주고 원목의 사용으로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준다. 전통 건축 특유의 높은 천장과 넓은 마루 공간으로 쾌적하고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를 제공하여 방문객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도심 속 한옥 카페와 음식점은 관광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며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역할을 했다. 현대인들에게 한옥의 공간은 독창적 디자인과 전통적인 분위기로 도심 속 또 다른 휴식을 제공한다. 이렇게 한옥은 현대에 들어서 집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다양한 사람들과 일상 속에서 만나는 문화 공간이 되고 있다.     


도심 속 한옥이 거주 시설 이상의 복합 공간으로 다양하게 변화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상업화 과정에서 본래의 한옥이 지니고 있는 정통성과 정체성에 금이 간다면 그로 인한 부작용은 없을까? 어떻게 하면 무늬 뿐인 한옥이 아닌 전통과 현대가 상호보완적으로 어우러지는 유의미한 공간을 만들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설계자와 운영자, 그리고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한옥을 선택하여 찾는 이용자들 모두가 함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일 것이다. 


 출처

“한옥 전통의 주춧돌 위에 현대를 세우다”, 콘텐츠하다, 2021
마당은 응접실이 되고 카페가 됐다, 브런치북 걷다보니 발품컨셉, 2023 

글 로컬인사 전태현 에디터, 전서은 감수

사진 로컬인사 곽승훈 전 포토그래퍼 


지역 특화 자원, 관광, ESG 연구/컨설팅

문의 로컬인사: modelinloca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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