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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쌤 Mar 01. 2024

봄, 가을 동사무소 주관 바자회

다자녀 정책을 말하다

 우리 집에서는 삼둥이들이 입다가 작아진 옷들이 쌓여 가고 있다. 한복을 비롯해서 작아진 발레복, 내복 등등을 방한쪽에 켜켜이 모어두었다. 차마 버리지는 못하겠다. 용기 내어 한복을 당근에 만원으로 올려보았는데 팔리지 않는다. 역시 하던 대로 주어야겠다.


 주는 것도 부지런해야 한다. 며칠 전 교회단체톡방에 올려서 쌍둥이 집에 옷 두 뭉치를 드렸는데 더 받고 싶어 하지 않으신 눈치이다. 이제는 지역카페에 올려야 하는데 옷을 주기 위해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때론 부담이다. 그래도 차마 버리진 못하는 이유는 누군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10년 전에 스위스에서는 동사무소에서 주관하는 바자회가 봄과 가을에 크게 열렸다. 그때 한꺼번에 내 아이의 작아진 옷들, 자전거 등등을 내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좋은 상표의 옷과 아이 자전거, 스케이트, 스키, 책 등등을 비교적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누가 쓰다가 주는 중고 물품을 좋아했던 이 엄마는 스위스에 살 때 아기 흔들 침대부터 시작해서 거의 대부분의 옷들을 여기서 구매를 했다. 새로 샀더라면 백만 원 가까이 들었을 물건들을 이십만 원도 안 되는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었다. (나는 물건을 사는 입장이라 잘 모르지만 내놓는 물건이 고가의 스키와 자전거도 있는 것을 보면 물건을 내는 사람은 일정 부분 돈을 돌려받는 구조 같았다.)


아이들은 금방 크고 옷들은 해가 지나기 무섭게 바꿔주어야 한다. 커가는 대로 아이들 옷 값도 만만치 않다. 아이 키우는 집집마다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 같다. 해마다 처리해야 하는 옷을 누군가에게 팔거나 물려줄 수 있는 장이 생기면 옷이 버려지지 않아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되고, 필요한 사람들은 싼 가격에 옷을 구할 수 있다.


성경 속 인물 보아스는 추수할 때 일부러 자기의 곡식을 조금 남겨 고아와 과부,나그네 등등 소외된 이웃들이 먹게 했다고 한다. 첫째는 약자들을 위해 그리고 그들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 이런 아이 물건 순환 구조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여름에 스위스에 다시 가면 이 바자회 구조를 알아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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