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다리쌤 Aug 17. 2024

학교 준비물을 사러 가다가

요새 아이들과 학교 준비물을 사러 돌아다니고 있었다. 우리 나라와 다른 문화 때문에 어디가 문구를 파는 곳인지 강당에서 신을 실내 운동화를 어디 가야 저렴하면서도 괜찮은 물건을 살 수 있을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특히 어젯밤에는 아이들 체육복을 구매하러 영어로 된 사이트로 들어갔는데 한시간 넘게 이름과 주소 등등 개인정보를 입력해도 결국 “배송이 안된다”는 문구가 계속 떠서 결국 사지 못했다. 이 곳에 와서 무엇 하나 제대로 못하는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당장 다음주 월요일에 학교에 간다는 생각에 실내운동화를 사러 나섰다. 가는 길에 막내에게 (엄마인 나도 이렇게 헤매는데 아이들은 처음에 얼마나 힘들까 하는 마음에) 학교에서 생활하다가 힘들 때는 좋아하는 찬양을 속으로 불러 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슨 찬양이 좋냐고 했더니 “나는 예배자입니다.” 라고 한다.  


그래서 둘이 같이 사람들이 거의 없는 길거리를 걸으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나는 예배자입니다.” 찬양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머릿속은 칠팔년 전 시골 교회의 모습으로 클로즈업되었다. 조그만한 시골 교회 사모님께서 반주를 부탁하셔서 예수님을 태우기 위해 가는 당나귀와 같은 심정으로 (멋지게 뛰는 말은 못 되지만 부르시면 가는 당나귀는 될 것 같아서) 잘치는 피아노 반주 실력은 못 되지만 피아노를 배워가면서 반주를 했었다. 그 때 예배가 끝날 때마다 피아노로 “나는 예배자입니다.“ 를 반주하며 성도님들과 찬양을 했었다. 바로 그 때로 잠시 다녀온 느낌이었는데 신기하게 위로가 되었다. 말 못하는 당나귀여도 괜찮다고 말이다. 어디서나 예배자로 살아가면 되는 것 아니겠냐는 찬양의 위로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아이들은 왜 우냐고 했지만 말을 잇지 못했다.


원래 우리의 목표는 예전에 가 보았던 Westside라는 거대 쇼핑몰로 가서 신발 가게를 찾아 가는 것이었다. 두리번거리던 우리에게 친절한 주민이 우리가 찾던 곳은 공사 중이라 버스가 못 간다고 말씀하신다. 중앙역 근처에서 찾아 보라는 말에 결국 아빠 지인 찬스로 신발가게를 물어 “도젠바흐”로 갔다. 거기서 아이 넷 실내 운동화도 다 사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첫째 아이에게 체육복 주문을 다시 해보라고 했더니 아이가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웃으면서 나온다.


 “엄마, 다같은 Sw라고 스위스라고 생각하면 안 돼. Switzerland 의 sw만 보고 스와질랜드 다른 다라를 체크했구만.“


아하하! 온 가족이 어이없는 실수에 웃고 말았다.

(결국에 체육복 주문도 클리어!)

작가의 이전글 buskers bern 202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