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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쌤 Sep 13. 2024

낯선 아저씨의 ”헤이“

“헤이“

뒤에서 작업복을 입고 트럭에서 일하던 낯선 아저씨가 큰 소리로 저를 부르고 있었어요. 미그로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에 가는 길이었는데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잠깐 돌아보고 무서운 생각이 들어 잽싸게 집에 돌아왔어요. 왜 나를 불렀을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미그로 마트에서 사 온 재료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볶이를 만들고 있었거든요. 이곳에서는 어묵을 구하기 힘들어 야채라도 잘 챙겨서 맛있게 만들어 보자는 마음으로 마른 멸치로 육수를 내고 양파와 마늘을 넣다가 아까 미그로 마트에서 산 “파” 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아마 아까 아저씨의 “헤이”는 뒤에 ‘파를 떨어뜨렸어. 어서 주워가.’라는 말이 생략된 것 같았어요. 어쩐지 안타까워하던 눈빛이었는데 칠칠치 못하게 “파”를 흘리고 왔지 뭐예요. 다시 가보니 “파”는 없었어요. 결국 떡볶이는 어묵과 파가 없지만 뭐 그럭저럭 먹을 만한 맛이 되었어요. 아이들 네 명이 서로 더 먹겠다고 다투었으니 이만하면 나쁘지 않은 맛이겠지요.


오늘따라 10년 전에 두려워하지 말라던 스위스 친구들의 말이 떠오르네요. 어딜 가나 자신의 일처럼 챙겨주는 스위스 사람들 엄지 척입니다. 모른 척 지나갈 수 있는데 말이죠. 동양인 아줌마가 “파”를 흘리든지 말든지 상관없는 일처럼 볼 수 있는데 애타게 저를 불렀던 아저씨의 눈빛이 빠른 걸음으로 가는 제가 당황스러웠을 것 같고 코미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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