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다리쌤 Nov 07. 2024

스위스 어항 속 물고기 1

번짓수를 잘못 찾으신 듯

스위스에 십 년 전에 일 년 반 그리고 이번에는 삼 년 두 번째로 살게 되었어요. 그리고 십 년 전에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나 자신이 어항 속 물고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외에 사는 것은 마치 물이 바뀌는 것 같고요.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아요.


최근에 학교 상담이 있었어요. 여기 말로는 ‘Conference day’이고 직접 경험해 보니 (중학교는) 선생님이 화면 속에 계시고 아이들과 학부모가 함께 구글미트에 들어가서 아이가 먼저 학습하고 있고 계획하는 바를 먼저 이야기하고 플러스 자신의 단점을 돌아보고 학부모로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상담하는 날이었어요. 남자아이 둘, 여자 아이 둘네 명이 같은 학교에 다니다 보니 총 5명의 선생님을 구글미트에서 뵙게 되었지요. (쌍둥이 딸의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은 학교에서 직접 뵙고 왔어요. 초등학교 상담은 온라인이 아니었어요)


아시아에서 온 아이들이 동기유발이 잘되어 있어 열심히 노력해서 따라온다는 독일어 선생님, 큰 아이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고등학교 전문가 느낌이 팍팍 나는 학구적인) 영어 선생님 그리고 둘째 아이 Mr.M영어 선생님 등을 뵈었지요. 아이가 많다 보니 M선생님은 쌍둥이의 영어 선생님이시기도 하셔서 짧은 것 같으면서도 긴 10분 동안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어요.


문제는 마지막으로 만났던 사회 선생님이었어요. 첫째 아이가 DP(I.B학교 고등학교 과정)에서 역사를 선택하고 싶다고 했어요. 다들 말리는 역사는  I.B 과목 중에서 시험에 어렵게 출제되고 점수도 야박하게 나온다고 유명한 과목이에요. 아이가 도전할만할 것 같냐는 질문에 사회 공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comunication! 즉 의사소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으시네요. 친구들과 놀면서 시간을 보내며 여유롭게 학교 생활을 하라는 말씀에 역시 스위스란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에서 잘 들을 수 없는 선생님의 조언에 스위스의 교육 환경을 다시 떠올려 보게 되었어요. 한국과 다르게 20퍼센트 정도만 대학에 가고 (대학에 가서) 대학생들을 우르르 떨어트릴지언정 입학의 문을 여유 있게 열어 놓는 곳이죠. 그래서 그런지 한국과 같은 입시 경쟁은 찾아보기 어려워요. 부러우면서도 우리도 아이들에게 이런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잠시 해보았어요.


초등학교가 지나면 스위스 아이들은 직업학교 80퍼센트 김나지움 20퍼센트로 진학을 해요. 이 직업학교를 통해 장래 직업을 구하고 안정적인 삶을 일찍 시작해요. 김나지움 간 아이들은 대개 대학에 진학하고요. 의외로 선생님, 공무원 등등 (꼭 연구하고 공부해야 하는 일이 아니면) 대개 직업학교를 통해서 일을 구해요.


이곳 사람들이 이렇게 사회적인 합의를 (초등학교가 지나고 진로가 정해지는 것에 대해서) 한 것에는 든든한 사회 제도가 뒷받침해 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연금 문제, 의료 문제가 해결되니 사람답게 살 수 있으니까요. 부러우면서도 한국 엄마로 팍팍하게 살아오다가 여기서 여유롭게 살고 싶으면서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냥 여우로울 수 없어요.


첫째 아이도 함께 사회선생님 말씀을 듣고 있었지요. 선생님은 (아무래도 엄마가 공부를 시켜서 그런 것 같다고) 저에게 구글미트에서 친히 말씀해 주신 것 같아요. 그러나 사실 우리 집 아이는 심드렁해요. 예전에 아이가 제게 엄마가 자신의 공부 이유인 적이 없다고 말했었어요. 자신이 공부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 속에 있다고요.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에게 쉬면서 친구들도 만나고 하라고 해도 꼭 해야 하는 것은 하고야 마는 성격이라 어쩔 수 없더라고요. 선생님께 좋은 말씀 감사하다고 전해드렸지만 번짓수를 잘못 찾으신 것 같아요. 아이에게 일대일로 말해도 이해할 텐데 말이에요. 어쨌거나 사회 선생님과의 대화는 내가 어떤 사회 속에 있는지 확실하게 느끼게 해 주었어요.

작가의 이전글 할로윈축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