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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쌤 Nov 24. 2024

스위스 어항 속 물고기 5

어른과 아이 구별법

키 큰 아이도 있고 키 작은 어른도 있으니 구별하기 어려울 때 확실히 구별하는 방법이 있어요. 바로 눈이 올 때 반응을 살펴보면 된답니다.


2일 전에 스위스 베른에 첫눈이 내려 어제 아침까지 버스도 트램도 다니지 않고 교통도 마비가 되었어요. 혼돈의 도가니였지요. 아침마다 독일어 학원에 버스 두 정거장 타고 가는데 결국 25분 걸어갔어요. 원래 집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되는 거리라 걷기도 하는데 어제는 평소보다 조금 늦게 나온데다가 길이 미끄러워 천천히 갈 수밖에 없었어요. 학원에 3달 동안 거의 늦은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5분 지각을 하고야 말았어요.


그리고 선생님께 말했지요.(독일어로)

“쓰레기가 하늘에서 내려요.

우리 집 아이들은 어제부터 눈이 온다고 웃고 노래하며 하늘에서 선물이 내린다고 하지만요.”

베른에서 태어나시고 40대 중반을 살아오신 선생님은 첫눈이 올 때마다 원래 이렇게 혼란스럽다며 별 일이 아닌 듯 여유롭게 말씀하시네요.


집에 돌아와 밖에 나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더니 결국 저녁 늦게까지 눈사람을 만드는 바람에 집에 돌아오고 싶은 마음을 참는 쪽은 결국 엄마인 제 몫이 되었어요. 그 원인으로 한 몫을 한 것은 베른 연방 광장 눈 사람중에 특이한 진짜 사람 같은 작품이었어요.


창작 의욕에 불탄 아이들이 우리 집 다섯째라며 귀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듯한 앙증맞은 눈사람 아이를 만들었어요. 다리를 꼬아서 만든다는 아이들을 겨우 설득해서 만든 눈 사람은 다음과 같아요.(다리를 꼬아서 만들면 밤이 되어서야 갈 것 같았어요.)

옆에 있는 크리스마스마켓에서 불도 쐬고 갓 튀긴 추로스에 따뜻한 와인도 한잔 하며 몸을 녹이고 집에 돌아왔어요. 눈이 오면 좋아하는 아이들 모습에 덩달아 지켜보며 웃을 일 없는 40대 중반 엄마도 미소 짓게 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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