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 정책을 말하다
스위스에 살면서 인상 깊었던 교통정책은 부모님이 타야 아이들이 공짜라는 제도예요. 공짜가 없는 스위스라 아이들도 일 년에 한 번 주니어 카드를 30프랑에 구매해야 하니 완전 공짜는 아닌가요? 어쨌거나 공짜인 것을 좋아하는 이 엄마는 학교를 오가는 트램을 부지런히 이용합니다. 저는 베른 안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일 년권을 샀지요.
부모 중 하나가 타면 아이들이 공짜인 요금제는 스위스 전역에서 유효해요. 그래서 스위스 내에서는 기차를 타고 가는 여행도 부담이 적어요. 아이들 중 세명은 (만 16살 이하) 공짜인 셈이니까요. 어른만 티켓을 끊으면 돼요. 이제 막 16살이 된 큰 아이는 이제 티켓을 사야 하지요. 현지에서 만난 한국분들은 마음대로 누릴 자유는 별로 없는 반면 돈만 많이 내야 하는 만 16살 성인 제도라고들 말씀하시더라고요.
어쨌거나 부모 중 한 명이 타면 아이가 공짜인 이 제도는 엄마들이 자주 트램을 이용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어요. 아이들만 타면 비싼 교통비가 공짜이니 엄마들도 덩달아 아이를 보호할 겸 타게 되지요. 신기한 것은 엄마들은 자신의 아이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는 친구 혹은 다른 아이들도 지켜본다는 것이죠. 그리고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도와주게 되어 있어요.
한 일례로 며칠 전 쌍둥이반 S가 트램에서 가방과 재킷을 두고 내렸어요. 친구들과 놀다가 급하게 내린 모양이에요. 내린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그 친구들이 가방과 재킷을 가져다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부탁하네요. 결국 S의 엄마에게 전화해서 이 사실을 알렸어요. 그랬더니 퇴근하는 길에 가방을 찾아가겠다는 연락이 왔어요.
쌍둥이들과 S의 가방과 재킷을 들고 집에 돌아왔지요. 저녁에 S의 엄마가 찾아와 초콜릿을 건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해요. 어느 누구든 같은 마음이었을 거라고 찾아 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해주었어요. 서로 말은 다 르지만 엄마로서 자식을 보호하는 느낌은 같으니까요.
이렇게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른들 특히 아빠, 엄마들이 될 수 있으면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것이 유리하도록 교통제도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심리를 참 잘 이용한 정책으로 여겨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