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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Lee Dec 24. 2020

집콕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며

연말, 나는 이렇게 나를 돌보기로 했다.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오늘, 나는 뱅쇼를 끓인다. 코로나 덕에 아무도 만나지 못하는 크리스마스와 연말, 나를 행복하게  것이 필요하다. 가족과 오래 붙어있어서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인생에는 친구들과 지인들이 채워줘야  자리도 있다는 것을. 더욱이 회사를 다니며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연말에야 모처럼 마음 편히 친구들을 만나 수다 보따리를 풀곤 하는데, 그마저도 어려우니  크게 아쉬움이 남는다.

언젠가 캠핑을 떠나던 , 동생이 마실 것을 하나 만들어왔다. 이름이 뱅쇼라고 했다. 알코올을 반쯤 날린 와인 맛이 나는 새콤달콤한  음료에 나는  빠져버렸다. 그때부터 나의 뱅쇼 사랑은 시작되었다. 가끔  마음에 겨울이 찾아올 때마다  뱅쇼를   가득 만들어 자기  한두 잔씩 홀짝이곤 한다. 어차피 술을 잘하지 못하는 나이기에, 달콤한 뱅쇼  잔이면 마음을 달래기에 충분하다. 좋은 일이 있어 기분을 내고 싶은 날에도 물론 이만한 것이 없다.

오렌지 3, 사과는  것으로 2, 딸기  줌과 계피 스틱 3개에 저렴한 와인  병을 가득 붓고 오늘  이렇게 뱅쇼를 끓인다. , 꿀을 듬뿍 부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비타민 폭탄이 투하되어 건강한데 숙취도 없고  마신 기분은   있는, 그야말로  기특한 효자 아이템이다.

오늘 점심에는   정성을 짜내 크리스마스 카드도 만들었다. 카톡으로 전한 카드를 받고 감동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래,  연말은 이거면 됐다. 크리스마스 카드로 사랑을 전하는 , 달달한 뱅쇼를 만들어 홀짝이는 , 그리고 가족들과 부대끼다가 모두가 잠든 고요한 밤이 오면 혼자 홈트를 하고 잠드는 ,  연말 나는 이렇게 나를 돌본다. 아니, 어쩌면  일들이 나를 돌봐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한 해 수고한 나를 토닥이면서 슬슬 2020년과 작별할 준비를 한다. 마지막 남은 뱅쇼  모금을 들이키며,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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